ㅁ 몽골 37일 ~ 40일째(7월 27일 ~ 30일), 몽골의 작은 알프스 테레지 국립공원
고비투어 가기전까지 4일간 계속 게스트하우스에서 뽀대기는 뭐해서 울란바트로에서 50km 정도 떨어져 있다는 테레지 국립공원에 다녀오기로 했다.
머물고 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혼자 배낭여행하고 계신 연세가 좀 있는 한국남자분을 만났는데 그 분이 몽골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고 그 중에 테레지가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보기로 한 것이었다. 고맙게도 나 보라고 한국에서 가져온 몽골관련 프린트물도 챙겨 주셨다.
위 사진은 테레지 가는 길에 관광객들을 상대로 독수리하고 사진찍어주고 낙타 태워주던 곳.
테레지 들어가는 길은 비포장길이었는데 도로를 포장하기 위해 한창 길을 정비하고 있었다.
국립공원이라 그런지 차들이 많이 다녔는데 밀가루처럼 고운 먼지가 한번 날아오르면 잘 가라앉지 않아서 올라가는 내내 괴로웠다.
큰 언덕을 올라서자 테레지 국립공원의 입구 마을이 눈에 들어 왔다. 큰 강에 이쁜 모양의 집들, 나무들이 어우러진 이쁜 마을이었다.
언덕을 내려 가니 바로 동네입구에서 아저씨가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2,000투그릭(1,700원 정도)
강을 건너는 나무로 된 큰 다리가 있었는데 보기에는 특색있고 멋있다.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 나무 몇천그루는 사용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리가 크고 길었다. 지금은 오래되고 낡아서 차들은 바로 옆에 있는 시멘트 다리로 다니고 이 다리는 사람들만 건너 다니고 있었다.
나무도 귀한 몽골에서 많은 나무들을 가져다 가공하고 오랜기간 만들었을 테니 공사가 엄청났을 것 같다. 인력도 별로 없는 몽골인데..
자전거 타고 가니 나무들이 뒤틀려서 그런지 바닥이 꿀렁꿀렁했지만 기분은 좋은 다리였다.
강 주변으로 놀러온 사람들이 텐트를 치거나 차를 세워놓고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낚시 하는 사람도 있고 다리 아래쪽에는 수영하는 애들도 있고..
가다보면 거북바위가 있을거라고 했는데 거북이 비스무리한 큰 바위가 나오긴 나왔다. 이곳을 지나면서 경치가 확연히 좋아졌다.
테레지를 몽골의 알프스라고 하더니 바위들 때문에 그런지 매력 있었다.
유명 공원 답게 명당 자리라고 할 만한 곳은 숙박시설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경치가 좋고 차들로 부터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길에서 언덕을 좀 올라 바위뒤에 자리를 잡았다. 경사는 좀 있어 잘때 좀 불편하긴 했다.
내가 텐트 친 곳 앞쪽으로 골프장이 있었는데 웃기게도 한국말이 많이 들렸다.
텐트 친 곳 뒤로 산이 있어서 메아리 효과 때문에 그런지 사람들이 크게 소리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좀 크게 말하는 소리도 잘 들렸다.
텐트친 곳 뒷쪽 산등성이 넘어로는 게르 숙박시설이 있었는데 드나드는 길도 다르고 사람도 별로 안보이고 나에게 별 영향 없을 것 같아
신경쓰지 않았다.
저녁 먹고 후식으로 먹은 딸기. 안쓰러운 내용이 있는 딸기다.
울란바트로 시내를 벗어나서 한참 테레지를 향해 가고 있는데 사람들이 길거리 옆쪽으로 쭈욱 서서 다 사용한 쨈병같은 유리 용기에
저 딸기를 담아서 팔고 있었다. 도로 바로 옆에서 병을 들고 서 있는데 그게 몇킬로나 이어졌다. 자잘한 것이 재배한 딸기도 아닌것 같고
산에서 따다가 얼마의 돈벌이를 위해 파는 것 같은데 나를 간절하게 바라보는 그 많은 사람들을 쳐다볼 수 없어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페달질을
해야 했다. 잘 버티다가 거의 마지막에 있던 젊은 모녀를 보고 마음이 무너져 구입하고 말았는데 그래도 나한테 하나 팔았다고 밝아진 표정으로
지나가는 차들에 소리치는 어린 소녀와 그 엄마를 보니 마음이 짠했다. 5,000투그릭(4천원 정도)
비포장길을 달렸더니 곤죽이 되어 있어서 그냥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다음날 아침 밖이 소란하여 보니 양, 염소떼가 풀을 뜯으며 지나간다.
조금 더 있다가 소떼 등장.
날씨도 좋고 나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전날 밤에 번개가 무섭게 치고 비도 많이 쏟아 졌는데 언제 비가 왔나 할 정도로 풀밭이 말라 있었다.
사온 소세지하고 양배추, 양파, 샐러드 소스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6개 만들어서 아침으로 2개 먹고 나머지는 점심, 간식, 다음날 또 아침으로..
한꺼번에 만들어 놓으니 설걷이 안해서 좋고 땡길때 바로 바로 먹으니 좋으다. 맛도 좋으다.
어디 가지 않고 여기서 하루 더 있을거라서 밥먹고 주변을 슬슬 산책했다.
에델바이스. 솜다리. 한국에서는 고도가 높은 곳에서 자라는 꽃이라고 의미를 많이 두는데 여기는 많이 널려 있어서 그냥 소 먹이..
경치도 좋고 조용하고..
여우굴 정도로 보이는 구덩이가 이 근처에 많았는데 아마 대형 설치류인 마못 굴인거 같다. 사람들이 많이 잡아다 먹었는지 한마리도 보지는 못했다.
신비한 파란색 꽃.
무슨 열매도 있고.. 잘못하다 골로 갈수도 있기 때문에 먹는 시도는 안해봤다.
산 등선에 올라서니 보이던 뒷쪽 풍경. 이곳을 보니 트레킹하기에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없이 그냥 가고싶은 대로 다녀도 되고..
내가 텐트친 곳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던 숙박시설이었는데 나중에 물 떨어졌을 때 저기 공동 화장실겸 세면장 가서 물도 떠오고 씻기도 했다.
신경쓰는 사람도 없고.. 투숙하는 일본 사람들이 좀 있었다.
앞쪽은 큰 바위고 절벽이어도 뒷쪽은 완만한 산이라서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노력대비 효과가 좋다고 할까..?
해가 넘어 갈때는 초원에 산 그림자가 점점 길어 지는것을 보는 것도 좋았다.
텐트 바로 뒷쪽에 있던 바위. 이곳에 있는 동안 바위 뒷쪽을 화장실로 사용했다.
하루를 마감하는데는 역시 노을..
밤에는 춥지 않게 옷을 좀 입고 뒷산 능선에 올라가 별을 한참 바라봤다. 조용하게 앉아서 별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시간 잘 간다.
테레지 셋쨋날..
공원안에 있다는 유명한 사원을 찾아 갔다. 가다 보니 진짜 거북 바위가 나왔다. 먼저 보았던 거북바위라고 생각했던 것은 가짜였다.
바위 중간에 사람들이 올라가 있었는데 뒷쪽으로 돌아서 올라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유명한 곳이라 놀러온 사람들이 사진 많이 찍고..
큰 바위산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사원. 생각보다 사원은 크지 않았지만 어디 영화에 나올 법한 특색이 있는 사원이었다.
가이드 끼고 온 러시아 사람들도 있고..
사원에 올라가 보니 서양인 몇명이 지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사원의 앞쪽 풍경..
사원 주변도 둘러보고 쉬다가 갈려고 하는데 러시아 관광객들이 사원으로 들어가길래 나도 맹인 관리인 할아버지에게 3,000투그릭(2,500원 정도)
주고 들어가 봤다. 넓지는 않아도 색색의 그림들과 장식으로 특색은 있었다.
이 사원의 특징은 저 계단. 꼬끼리를 본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불교에서 코끼리가 의미 있는 동물인가 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아저씨가 테레지 공원 끝에 있는 UB2 호텔까지 꼭 가보라고 해서 큰 산 넘고 힘들게 갔는데 차타고 여행 온 사람들
대상으로 숙박과 말타는 체험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나는 별 볼거는 없었다. 그 아저씨가 자전거 타고 여기까지 와 봤다면 추천은 안했을 텐데..
그냥 공원 끝부분까지 가 본것에 만족했다.
UB2 호텔 근처에서 점심 해결하고 옆에 말 해골 굴러 다니길래 한번 해보고 싶었던 기념사진 찍었다. 스쿠림~
돌아 오는 길 산 내려오는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큰 나무 아래에서 2시간 정도 피해 있었다. 옷을 꺼내 입기는 했지만 비오고 바람부니
많이 추워서 좀 떨었다. 다행히 비는 점점 잦아 들어 천천히 내려왔다.
공원 안에는 공룡 모형이 있는 곳이 있었는데 몽골에서 발견된 공룡뼈가 나온곳 중에 한곳이 아닌가 생각된다.
시간이 좀 늦어 울란바트로까지 돌아가기는 어려워서 강가에서 하루 더 묵었는데 강이 옆에 있으니 물을 먹지는 못해서 씻을 수 있어서 좋다.
다음날..
오후 늦게 울란바트로 내츄럴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서 씻고 짐 정리좀 하고 신청해 놓은 고비 투어가 어떻게 되었나 UB게스트하우스에 가
벽에 붙여놓은 게시물을 보니 신청자는 꽉 찼는데 거기에 6시에 미팅있다고 써져 있었다. 내가 간 시간은 7시. 게스트하우스 여주인한테 가서
나 투어 가는거 맞냐고 물으니 한숨부터 먼저 쉰다. 미팅에 왜 안 왔냐고.. 그러더니 같은 투어 인원중에 UB게스트하우스에 투숙중인 사람들 불러서
돈을 일부 돌려줬다. 내가 미팅에 참석을 안하니 안 가는 줄 알고 5명 가는 비용으로 계산을 했나보다. 나 대신 다른 사람이 투어에 꼈으면
못갈뻔 했는데 어쨋든 나도 비용 지불하고 가게 됐다. 아무래도 처음이니 서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투어도 가게 되었고 기분 좋게 맛난것 좀 먹자 해서 피자를 먹으러 갔는데 먼저 흡스골 갔을 때 먹은 피자맛이랑 똑같다. 그냥 짭짤하고
풍미가 없는 치즈. 원래 몽골 피자가 다 비슷한가 보다. 콜라까지 11,000 투그릭(9천원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