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때 타지역에서 전학 왔던 나에게 니가 건낸 첫마디는 "너 좀 놀줄아냐?"였다.
그저 정말 play노는걸 좋아하는 나는 "응 나 노는거 되게 좋아하는데?"라고 답했고
그때부터 내가 웃겨보였는지 전교생 100명도 안되는 곳에서 무려 3년동안이나 왕따를 시켰다.
책머리말을 보고 외우지 않으면 맞는다, 밥 못먹을줄 알아라 등등 화장실에 끌려가서 구타당하는건 우스울정도였다.
간혹 드라마에 나오는 괴롭힘을 나는 1999년에 맞이했었다. 매일같이.
왕따를 당하는걸 안 우리 엄마아빠는 괴롭히지말라고, 잘지내달라고 직접 찹쌀도너츠도 만들어다주고
꽃도 선물해주고 정말 헌신하면서 잘해주었다.
하루는 내 생일이어서 좋아하는 친구들만 초대해서 생일파티를 했다.
그 다음날엔 자기를 초대하지않았다고 또 화장실로 끌려갔고 내 생일파티에 왔던 친구들도 괴롭힘을 당했다.
나아질 기미가 안보여서 나는 바로 옆동네 학교로 전학을 갔다. 살만했다.
근데 그렇게 오래 왕따를 당했다보니 피해의식도 상당했고 그걸 견디려고 이겨내려고 노력한 시간이 자그마치 10년이 넘었다.
옆동네 학교였지만 집은 그대로라서 니가 다니는 학교를 매일같이 지나다녀야했고 하루는 지나다니는 나를 데리고
운동장으로 가더니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며 니 언니까지 동원해가면서 내 뺨을 때렸다.
집에 도착해서 티 안내려고 방으로 바로 들어가려고했는데 부은 뺨을 보고 엄마가 다그쳤고 사실대로 말했다.
넌 몰랐겠지? 입안이 터져서 피는 고사하고 이까지 나갔다는 사실을. 우리 부모님 노발대발해서 너희 부모님이 일하는
사슴농장에 갔었다. 너네집 바로 옆이었지 가게가.
너한테 사과받겠다고 너 내려보내라고 우리엄마아빠가 소리까지 질렀는데 너희 부모님도 무시하고 너도 안내려왔다.
난 분명히 그때 널 봤는데 말이지. 그땐 내가 5학년이라 어떻게 해야할지도 몰랐고, 지금만 같았어도 그때처럼 넘어가진 않았을거다.
그러고 15년동안 볼일 없었고 정확히 이틀전 우연히 서울방향 버스정류장에서 우리둘은 마주했고 눈도 마주쳤다.
그 날 나는 나름 기념일이라 옷도 빼입고 화장도 예쁘게했었고 너는. 그냥 웃음이 났다.
참 나쁜거 알고 겉모습으로 사람 판단하는거 아니란거 알고있지만 나에게 있어서 너는 그래도 된다. 그냥 그렇게 생각할거다.
왜 하필 나랑 마주친 날에 그렇게 후질근한 차림으로 그렇게 살찐모습으로 그렇게 찌질하게 서있었는지. 고맙다. 그렇게 지내줘서.
다시 마주쳤는데 너가 더 잘나보이면 내가 얼마나 비참하고 불쌍해지겠니.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잘사는 세상에 나는 참 좋은 결말을 맞이한것 같구나. 너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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