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둘이 갔는데 저 보신 분이 있으신지 모르겠네요. 요란한 기타모양 가방 매고 있었습니다ㅋ
평가원 모의고사도 끝나고, 정말 가고 싶었던 촛불시위에 갔습니다. 사람 과연 많더군요 그리고 의외로 양초나 물같은거 구하기 쉬웠습니다.
학생분들 알아두실 것이 있다면, 대책회의 본부를 지나가면 양초 봉사를 시킵니다 ㅋ
어른들 중에 양초 나눠주라고 박스주면 갖다 파는 사람이 있어서 주로 학생을 시키더군요
나눠 주면서 시민분들이 수고한다고 격려도 해주시고 초콜릿도 줘서 힘이 났습니다. 근데 하고 나니까 팔 아퍼서 죽는 줄 알았네요.
도로마다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각자의 악기를 갖고나와 무리지어 공연도 하고, 시민들에게 봉고? 같은 악기도 나눠줘서 같이 참여하는 행사도 있었습니다.
정말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와 유머를 잃지 않는 한국인이 대단했습니다.
경찰이 사진 찍으니까 "초상권! 초상권!" 아고라 깃발 부셨더니 "물어내! 물어내!" 뺏은 깃발 던져서 돌려주니까 "고마워! 고마워!" 다른쪽에선 "착한척! 착한척!"
경찰이 마이크 잡으니까 "노래해! 노래해!" 근데 노래 안하니까 "노래를 못하면 장가를 못간대요~" 뭐 이런 노래도 불렀습니다.
어떤 벽에는 종이를 붙이고 그 위에 정부와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들이 많았습니다.
근현대사를 가르치시는 선생님께서 촛불시위가는 학생들을 비판하면서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이 촛불시위를 간다.
네, 사실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정치란게 뭔지도 잘 몰랐고, 말로만 듣던 국회의원들 무슨 일을 했는지도 잘 몰랐고, 선택하지도 않는 근현대사 과목이라 정말 6월항쟁이 어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치 용어나 상황도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랬기에 하루에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일보 다 읽어 가면서 분석도 해보고 읽지도 않는 정치면, 사설 집중하고 잘 읽어보고, 인강 듣는 틈틈히 인터넷 뒤져가며 오늘 시위가 어땠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곡 속에 숨겨진 진짜 진실은 뭐였는지 다 찾아 읽어보았고 난생 처음 100분 토론을 보기 위해 오랜만에 티비를 켰습니다. 학교에선 아이들과 토론도 해보고, 아고라에서 하는 리플토론도 읽어 보았고, 이곳 오유에 올라온 각종 게시물들도 댓글까지 다 훑어보았습니다.
네 전 아직도 잘 모릅니다. 무슨 의원이 이전에 어디서 뭔일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고, 보수나 진보가 어떻고 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계속 관심을 갖고 올바른 눈을 갖기 위해,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눈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분명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에 불과하지만, 이 21세기 2008년을 19살로 살면서 몇십년뒤에 이 때 당신은 무얼 했었냐는 말에 당당하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정말 진실이 뭔지 조사 많이 했고, 시위현장에서 그 공기를 느껴보았다고,
이 역사의 현장을 학교에 묻혀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보내는 건 너무 싫었습니다. 직접 그곳에 가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그곳엔 한국인이라는 동질감이 있었고, 그 많은 인원사이에서도 지켜지고 있는 질서가 있었고 각자의 의견을 나누는 토론의 장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