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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글 주의) 사극 드라마 영화에서의 왜곡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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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량011
추천 : 6/4
조회수 : 2055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5/04/05 21:18:27
본글은 상당히 역린을 건드리는 글입니다. 쓰면서도 후덜덜 하지만 한번쯤 이렇게 제 생각을 말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써봅니다. 


한때 사람들을 핫하게 달구었던 기황후를 기억하십니까? 기획 초창기 부터 역사왜곡으로 이름 날렸고 그 결과 '픽션입니다' 란 문구와 함께 주요 출연진의 이름도 바꾸었던 사례가 있었던 드라마 입니다. 의외로 사람들의 인기는 좋았고 시청률도 20%대 이상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지요. 하지만 그 오명은 길이 남아서 천추태후나 명성황후 와 같이 이름을 날리게 되었습니다.
저도 기황후와 관련해서는 이런 저런 쓴소리를 한바가 있어서 이런 글을 쓰는데 참 이율배반적이긴 합니다만.. 근래에 바뀐 생각 그리고 맘속 깊이 가지고 있던 불편함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역사란 학문은 모두가 동의하시겠지만 참 딱딱한 학문군입니다. 네러티브적인 서술이야 누구에게나 재미를 주겠지만 모든 역사가 그렇게 쓰인것도 아닌데다 당장 학습이라는 측면에 달해서는 역사는 극단적으로 개조화되고 동시에 암기화되어서 수많은 전공자에게 조차도 '뭐 이런 X같은 학문이 다 있는가' 라며 육두문자를 쏫아내게 하는 분야이지요. 
하물며 전공자가 그러할진데 일반 대중에게는 어떨 까요? 여기서 일반 대중이란 중고교의 중등학습을 수료한 이들입니다. 이들은 학교에서 필수로 지목된 역사란 과목을 이수했고 이를 성적으로 반영한 숫자를 받아본 경험자들일 것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역사는 어떤 존재 일까요?

맘 같아서는 대단위의 표본집단을 뽑아놓고 설문조사라도 하고 싶지만 막 필받아서 쓰는 글에 그런건 불가능하고 제 능력 밖의 일이라 그저 제가 봐온 반응들을 말하면 대부분이 '역사는 어렵다' '역사는 재미없다' '역사는 딱딱해' 라는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저에게는 여동생이 한명 있습니다. 제 동생은 역사를 뭐라 표현했냐면 "꾸리꾸리한 냄새날거 같은 할아버지 같은 과목" 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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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복수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복수할 건덕지가 없었고 대다수의 주변인들의 반응이 유사하길래 반쯤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헌데 재밌는일이 있었던 것이 제 동생이 사극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일본 사극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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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주리의 팬이었던 제 동생이 '고우~공주들의 전국' 이란 프로를 보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는 저한테 묻습니다. "오빠 전국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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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게 진심으로 해주고 싶었던 말.

좀 의외였던 것이 역사라곤 관심도 없던 녀석이 어느 순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지요.
사실 역사교육학에서는 '영상화된 역사'를 굉장히 높게 평가 합니다. 그 가치는 '문자로 사지분해 되어있는 역사를 영상이라는 매채를 통해 종합화 시켜 구현' 하는 관계로 학습자의 집중도와 관심도를 확연히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역사에서 문화라고 배우는 청자와 정치라고 배우는 전제군주정 경제라고 배우는 화패 등이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조합되어서 영상화 되는것이지요. 또 한편으로 이런 영상화는 개조화된 역사의 형식을 붕괴시킵니다. 플룻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다르게 말하면 네러티브화 되는 것이고요. 

결론만 말하자면 역사의 영상화는 대중의 관심을 고취시킵니다. 그리고 학습자에게는 학습동기를 마련해 주지요. 교수자에게는 학습동기가 마련된 학습자만큼 좋은 교수대상도 없는 법이고 반대로 이런 학습동기 마련에 애를 쓰는 법인데 자연스럽게 이게 마련되니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영상화가 온갖 좋은면만 있는 것은 아닐 것 입니다. 가장 문제시 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역사왜곡'이지요. 기황후의 예를 들자면 이렇게 됩니다. 왕유로 나온 케릭터는 본래 충혜왕이었고 이 사람은 고려 역사상 최악의 폭군으로 악명이 높은 사람입니다. 기황후는 원황실에서의 정권 다툼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춘 인물이고요. 이런 과거 인물들을 주인공으로한 드라마는 필연적으로 이들의 의도를 각색하기 마련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선한이미지를 만들게 됩니다. 최종적으로 시청자들은 기황후에 '선하지만 악해질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의 여인' 그리고 충혜왕에 '패자라서 악명이 기록된 사실은 선한 임금' 쯤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는 분명한 역사왜곡입니다. 유명한 명성황후 가 그러하지요. 이미연이 나서서 "내가 조선의 국모다" 라고 외치는 장면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슴을 태우는 한 장면일 것이나 이는 사실과는 다른 각색입니다. 하지만 대중은 이 속내는 모르고 '명성황후는 애국자' 라는 그릇된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저 또한 이런 부분에서 우려감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제가 명성황후 이야기를 하면 말 끊어 먹고 바닥에 뒤둥글면서 "내가 조선의 국모다!" 를 외치는 제 동생년을 볼때마다 한대 쥐어 박고 싶은 맘이 어딜 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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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대면하면 또 이부분을 이렇게 강경하게만 봐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도 생깁니다. 드라마나 영화나 일단 그 기본은 수익창출입니다. 그리고 그런 수익창출을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대중의 시선을 끌어야하지요. 요근래에 한참 인기많은 막장 드라마들도 그런 모습의 일환이겠지요. 사극을 그대로 영상화 하면 자칫잘못해서 딱딱해 질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재미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극의 주인공 보다는 기록에 몇줄 실린 알려지지 않은 주인공을 찾아 내세우는것이 더 재미지지 않겠습니까? 대표적인 사례가 대장금이었고 사실상 대부분이 픽션이었지만 별말 없이 엄청난 시청률을 갱신했더랬지요. 
드라마를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사극내의 줄거리에 대한 픽션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동시에 대중의 트렌드가 그러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예외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저도 즐겨봤던 '정도전' 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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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료에 충실했고 고증도 멋졌던 제가 봤던 최고의 사극이였습니다. 시청률도 19.8%로 얼추 선방햇고요. 
격동의 시대에 격동적인 인물상을 대상으로 했던 정도전은 매력적인 요소였을 것입니다. 특별히 픽션으로 손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요.
하지만 정도전 같이 활약상이 잘 들어난 인물이 아니라면 또 상황은 바뀝니다. 제작사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배경 설정에 손이 갈것이고 동시에 그 활약상은 실제 역사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지요. 
이것이 나쁘지 않다 라는게 아닙니다. 말그대로 어쩔수 없는 현실적인 생리라는 것입니다. 역사왜곡이라고 악명높았던 기황후의 시청률은 20% 이상으로 성공을 했고 명성황후는 그야말로 길이남을 명장면을 생산해 냈습니다. 사극에서 선택된 역사상의 인물들이 트렌드에 맞게 손봄을 당한 뒤로 성공을 했다라는 소리가 되는 것이지요. 

또 이런식으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는거 같습니다.
상업적인 창작물에 성역이 존재합니까? 물론 극단적인 역사왜곡 그리고 그로 인한 사자의 명예훼손이나 지역차별 같은 정치적 감정 개입은 절대 금해야 하겠습니다만(그래서 5.18을 가지고 말장난 치는 악성집단을 저도 참 싫어 합니다.) 그런 목적이 아닌 대중적 트렌드와 흥미고조를 위한 플롯 삼입 행위에 '왜곡'이라는 표찰을 붙여가며 과연 성역을 설정해야만 하는가 하는 문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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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금서로 거론되는 '모애모애 조선 유학' 입니다. 사실상 주인공과 대립구조만 실제 역사에서 따왔지 그 내용은 슴가 문제에 대한 내용이 전부인 서브컬쳐계의 흑역사 이지요. 내용면에서 섹드립 뿐인 지뢰밭이라는 평가가...
이 책의 문제는 상당히 격렬하게 논쟁이 이루어졌지만 송시열이 죽은지가 벌써 몇백년이고 그저 흥미 위주의 책입니다. 이걸로 역사 공부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고 당장 사자명예훼손을 통한 악의적 감정 개입 의도도 전무해 보입니다. 
하지만 송시열 후손들이 반발했다는 후소문이..
하지만 이 책은 엄청난 반발에 직면했고 결국에는 묻혔지요. 솔직히 작품 자체가 엉망이라 묻힌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만..그래도 이런 책에 '역사왜곡'이란 표찰을 굳이 붙여야만 했는가 하는데에서는 저는 조금 불편합니다.

그렇다면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명성황후 같은 드라마로 대변되는 왜곡된 역사의식이 범람하는 시대에 잘못된 지식을 양산해 내는 드라마나 영화를 그대로 두란 말이냐?'
아닙니다. 그대로 둬서는 안됩니다. 누가 뭐래도 잘못된 지식의 양산은 막아야 하니깐요.
제가 실로 본 글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그대로 두자는게 아닙니다. 비판의 방향이 잘못되었다 라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현실적인 문제에서 그리고 성역을 둬야만 하는가 하는 문제에서 왜곡되는 역사지식들은 계속해서 양산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이는 막아야지요. 어떻게요? 단순히 드라마를 비판하고 불매운동을 한다고 그것이 막아질까요?
단기간으로 보면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간으로 보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애초에 사고를 전환할 필요가 있는거 같습니다. 
대중에게 역사지식은 단순히 드라마나 영화 같은 사극을 통해서만 얻어지는게 아닙니다. 그 무엇보다 주요한 역사 지식의 습득 방법은 바로 학교교육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교육론은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역사의 영상화에 극찬을 아끼지 않지만 동시에 이를 통한 왜곡에 우려를 표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왜곡을 정정하는데 역사교육은 필수적이다' 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왜곡되는 대중의 지식에 브레이크를 걸 유일한 대안은 역사교육이라는 것이지요.
현실적인 문제와 성역의 가치판단에서 양산되는 사극의 왜곡을 막을수 없다면 애초에 잘못된 지식도 '저건 그저 픽션이야' 라고 이해할 배경 지식을 만들어 주어야지요.  
해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대중의 지식을 왜곡시키는 드라마의 존재 보다는 이런 픽션 드라마에 휘둘리게 하는 기초 없는 역사교육에 비판의 포커스를 맞춰야 하지 않을까? 라고요.

여기 까지 입니다. 두서없는 글이긴 한데.. 굉장히 역린을 건드린 글이라 보류게도 각오해야 겠네요. 

<한줄요약>

기승전역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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