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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칼국수
게시물ID : freeboard_20282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뚜기순후추
추천 : 10
조회수 : 890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24/07/10 11:03:56
밤 새 한숨도 못잔 우리 영감은
아침7시 내가 눈 뜨자마자 눈이 반짝인다.

쪼르르 쫒아와 밤동안 무슨일이 있었고 또 칭찬받을 생각에 활기가 돌지만…나는 부팅시간이 10분 정도 걸려 이 사람이 좀 부담 스럽다.

대부분 내가 일어날쯤 잠들어 있어야할 이 양반이 일어나 있으면 나는 마음이 급해진다

“배고프지?” 

눈꼽도 못때고 긴 공복에 혹시 배고플까 걱정이 앞서 부팅을 빨리 시킨다

“아니아니 배안고프고 이거봐봐”
하며 본인이 긴 밤 동안 해놓은 설거지, 음식물건조기 비우고 씻은일 등등 자랑하기 바쁘다.

아이고 고생했네 덕분에 나쁜 냄새 하나도 없다 짧게 몇마디 칭찬을 해주고 급하게 묻는다

“배안고파?배고프지? 비오네 칼국수 해줄까?”

아니라고 하며 못내 짧은 칭찬을 아쉬워하며 청소 과정을 설명하는데
나는 귀여운 마음 한조각과 짜증나는 마음이 정수기 앞 물병처럼 차오른다… 다시 재부팅 되는 기분이 든다…

“그래그래 고생 많이 했네 그냥 두면 내가 했을텐데 힘들었겠다. 너무 깨끗하게 잘했네”

추가 칭찬 역시 작은 목마름이지만 더 이상은 조르지 않는다…
더 조르면 사자후 발사인걸 긴 세월동안 배웠으니까

그렇게 커피한잔 타주고 잠깐 뉴스를 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게 먹고 싶어져서 

“죽 해먹을까?” 하고 물으니
“칼국수도 좋고 죽도 좋고…”

속으로 조금 웃었다…아까 칼국수 이야길 했더니 칼국수가 먹고 싶었나보다, 근데 이것저것 칭찬받으려 떠들다 때를 놓쳐 죽을 먹게 생겼는데 아니!!나는 칼국수!! 하기엔 민망했는지 죽 앞에 칼국수 부터 놓는 말이 너무 귀엽다

“그래 그럼 너는 칼국수,나는 죽”


칼국수라 해서 별건 없다
코인육수 하나에 갈아둔 건해물 가루, 냉동해물믹스,짜투리 채소들을 넣고 냉동해둔 칼국수를 한번 데쳐서 같이 끓이다 마지막에 계란을 풀어준다.

칼국수를 다 먹어 갈때쯤 매번 똑같이 말한다.
“밥 말면 배가 너무 부를꺼같아…좀 덜 먹는게 좋겠지?”

그러고선 국물을 계속 떠먹길래

“짜!! 먹지마!!”

하고 잔소리를 하면 그제서야 밥 조금만 말까 하며

“나는 밥 너무 많이떠!! 대신 떠죠!!”

본인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렇게 한수저 떠주고 다 먹고 나면
아휴 뜨끈한걸 먹으니 속이 풀린다고 고맙다 하며 설거지를 한다

우리집은 지금 큰 문제도 작은 문제도 몇가지 있지만

이렇게 성의없는 칼국수 한 그릇에도 감사해하니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어느 게시물 마냥 사는게 다 고만고만한거 같다

그냥 잘먹어줘 고맙고 이쁘다 다음 끼니도 잘 맥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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