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모처럼 닭고기를 사다가 백숙을 만들었다.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는 돌이를 위해서였다. 살을 발라서 식힌 죽에 말아 돌이 앞에 내밀었다. 위장이 약해진 탓인지 요즘 들어 잘 먹지 못하던 돌이는 냄새를 맡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몇 모금 먹지 않아 돌이는 이내 얼굴을 앞발에 괴고 엎드렸다. "돌아, 더 먹지 그래. 조금만 더 먹어.“ 할아버지가 재차 밥그릇을 앞에 옮겨다 놓아도 돌이는 엎드린 채 꼬리만 흔들었다. “자, 그만 자자. 내일은 할 일이 많아.” 할아버지는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보잘것없는 살림살이지만 그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이것저것 챙길 게 많았다. 자리에 누운 할아버지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며칠 동안 여러 가지 문제로 신경을 쓴 탓인지 그날 따라 목뒤가 더욱 뻐근했다. 할아버지 옆에 웅크린 돌이의 목에서 가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핏 잠이 든 할아버지는 갑자기 심장이 조여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가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아픈 통증이 가슴을 스쳐갔고, 할아버지는 이내 숨을 거두었다. 지병이던 심장발작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것이었다. 옆에 누워 있던 돌이는 할아버지의 발작을 알아차리곤 있는 힘을 다해 곁으로 다가갔다. 조금 있다 조용해진 할아버지를 보며 돌이도 곁에 가만히 누웠다. 할아버지는 미처 몰랐지만 돌이는 노쇠해진 몸으로 이미 죽음을 문턱을 넘나들고 있었다. 하지만 곁에 아무도 없는 할아버지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겨우 버텨온 것이었다. 늙고 병든 주인이 혼자 남겨지는 게 너무 걱정스러워 돌이는 힘들게 힘들게 숨을 놓지 않으며 버텨온 것이었다. 곁에서 끝까지 지키고 있다 주인이 숨을 거두는 것을 보고서야 돌이는 힘겹게 버텨오던 기력을 놓았다. 그리고는 할아버지와 함께 아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김선생은 신고를 한 후 조용히 시신을 살펴보았다. 할아버지는 심장 발작으로 아주 고통스러웠을 텐데 깊은 잠에 빠져든 듯 편안한 자세였다. 그 옆에 마주보고 누운 돌이도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평화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삶의 마지막 길까지 아름다운 동행을 하고 있는 듯했다. <3미터의 삶> 중에서 --------------------- 주인을 위해 곁을 시키는 돌이.........동물이 사람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