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글읽어주시려 들어와 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읽어주시기에 앞서 제 글은 거대한 푸념인 관계로 두서도없고 내용도 알차지 못하다는 경고부터 드리겠습니다...
오유는 오늘 가입했고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오늘따라 가슴이 너무 무거워서 대나무숲 우물에다 소리치는 기분으로
제 속의 모든걸 다 토해내면 좀 괜찮아질까해서 입니다.
저는 40평생 연애란 것을 못해 본 남자 병신입니다.
병신이란 말이 거슬리실지 모르겠지만 친구들도, 부모도, 국가도 그렇게 불러주는 병신이 맞기에
그냥 덤덤하고 담백한 느낌으로 병신이라고 저를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어릴적부터 자라면서, 그리고 지금까지도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들었고 듣고있는 말이
"넌 안돼."
"네가 손대면 다 망가져."
"제발 아무것도 하지마."
"네가 뭔데?"
"네가 그러면 그렇지" ...였습니다.
딱히 학대를 받았거나 부족하게 키워주시진 않아서 비교적 유복하고 주름없이 커 왔다고 생각하지만
대신에 전 자신감, 자존감이 전혀없고 슈퍼에고(Super Ego)만이 지나치게 비대해진 채 성인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국민학교때 공부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자 제게 직접 "나의 태양 두개중 하나는 지금 저물었다"라며
앞으로는 저에대한 기대는 포기하고 동생에게 희망을 걸어보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잘한 것이 있으면 고개를 돌려 외면하셨고 잘못한 것이 있으면 끝없이 지적하고 혼내셨습니다.
세월이 지나다보니 지적하고 혼내는 것도 기술이 쌓이셨는지 제가 그냥 숨쉬기만해도 각종 창의적인 방법으로 트집을 잡아 혼을 내셨습니다.
뭐라고 말 한마디 내밀었다가는 무조건 혼이 날 정도이다보니 저는 그때부터 가능한 부모님앞에서 말을 꺼내지 않게되었습니다.
어떤 부당한 처사에도 그냥 침묵을 지키고 있어야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굶주렸던건 따뜻한 시선과 칭찬, 제가 사랑받고 있다는 기분이었죠.
이제 전 제 부모에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성인이 되고난 뒤 "내 부모가 말하는걸 반대로만해도 인간으로서 중간은 간다" 를 인생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오고 있습니다.
여전히 날아오는 갖은 힐난에도 대꾸하지않고 그냥 개짖는 소리마냥 듣고 무시해버립니다.
전 이렇게 부모에게 심리적으로 해방이 된 줄 착각하고 살았었습니다.
하지만 전 이미 정상적이지 못한 인간이었다는걸 뒤늦게 알게되었을 뿐입니다.
열아홉살 무렵 한 만화를 읽고 감동을 받았던적이 있었습니다.
박흥용 작가님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의 끝에 작가님은 제게 한가지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어떤 아낙이 강가에서 빨래를하면서 바쁜 와중에 자신의 아이가 행여 물에 빠질까봐 기저귀 천으로 묶어 나무에 메어놓고
빨래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보며 주인공은 이렇게 묻습니다.
저 기저귀 천은 저 길이만큼 아이의 자유를 속박하는 장애인가 아님 아이가 물에 빠지지 못하도록 저 길이만큼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울타리인가...
제게 너무나 울림이 큰 질문이어서 전 그 뒤로 제 마음속에도 제법 튼튼한 울타리를 쳐 놓게 되었습니다.
저라는 존재가 타인, 혹은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않고 공존하기위해 저는 제 울타리의 범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바깥으로 일절 넘어가지 않는 인간으로 진화했습니다.
저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재미있고 유쾌한 병신 정도로 여겨지고있고 선후배나 여성분들에게는 그럭저럭 젠틀하고 착한사람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제가 지금껏 구축해 온 인간관계는 제가 스스로 쳐 놓은 울타리를 넘어서지 않으며 그들에게 일정 거리이상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에
성립되고 유지되고 있는것입니다.
병신은 울타리안에 갖혀있어야 그나마 병신이지 밖으로 뛰쳐나오면 위험한 괴물로 변할 수 있거든요...
저는 저만의 방법으로 적지않은 사람들과 교우하며 지내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몹시 공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전 어쩌면 '병신이라도 괜찮아!' 라고 말하며 제 울타리를 허물고 절 바깥세상으로 데려가 줄 사람을 찾고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저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싶었고 또 의지가 되는 사람, 나아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인간이 되고싶었습니다.
울타리 안에서 저혼자 곰곰히 생각해보았을 때 전 그럭저럭 괜찮은 인간 같았습니다.
주변에 저보다 더 개차반인 것 같은 인간들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그 사람과 손을 잡고 같은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며
저도 희망을 가졌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착각도 저런 착각이 또 없었던것 같네요...
내면이 공허한 인간인 저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인간이었습니다.
제 심장이 가르치는대로 충실히 따라가 누군가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내밀어보면 전 늘 거절을 당할 뿐이었습니다.
좋은 친구로 지금처럼 변치말고 지내자는 말을 무수히 들어왔는데 그 말은 곧 넌 네 울타리 밖으로 나오지 마!
...라는 뜻이었음을 늦게서야 알게되었습니다.
늘 가슴이 시키는대로 따라가다 다시 튕겨져나오면 상처를받기를 반복하다보니
가슴이 시키는 것은 믿으면 안된다는걸 알게된 순간부터 뜨거웠던 가슴의 온도가 점차 낮아져감을 느꼈습니다.
현실적인 면을 생각해봐도 전 하루하루 행복하면 그걸로 장땡이라고 여기며 살아왔기에 제딴엔 스스로를 사랑했지만
그렇다고해서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남자가 되는것은 아니었습니다.
제 직업이 파이가 좁은 직업이었기에 신변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면 피치않게 직업을 떳떳히 밝힐 수는 없습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가내수공업과 그닥 다를것 없는 종류의 직업이어서 사회생활을 하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는 기회 자체도
극히 적었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집은 부모님이 일을하시느라 다른곳에서 생활하셨고 저와 제 동생도 각자 직장이 집에서 멀었기에
부모님은 몇주에 한번, 저와 동생은 일주일에 한번정도 집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 지인중에는 친한친구의 여동생이 한명 있는데 그녀는 사내같이 몹시 호쾌한 성격을 가지고있어서
제게는 여자라기 보다는 그냥 개구장이 동생같은 그런 녀석이었습니다.
이녀석은 종종 제게 연락해서 허락을 받은 뒤 비어있던 저희집에 놀러가 제 책들을 보거나 제가 수집하고있던 영화를 보곤 했습니다.
저와 제 동생에게 워낙 허물없는 사이라 그런것이 허락되었는데 타이밍이 맞아 제가 집에 돌아가는날엔 같이 놀거나 술을 마시기도 했었죠.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자기 친구라고 다른 여자애를 한명 매번 데리고 찾아오더군요.
오고가다 같이 놀게되고 술을마시다가 제가 그만 그 아이에게 꽂혀버렸었습니다. 다 식을 줄 알았던 가슴이 강하게 불타올랐던 것입니다.
전 그 아이를 정말 포기할 수 없을만큼 마음에 품게되어버려서 어느날 용기를 내 고백을 했습니다.
그리고 거절당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않고 지속적으로 제 마음을 표현했고 그 아이는 난감해하며 계속 거절을 하더군요.
그땐 정말이지 간절했기에 전 멈출 수 없었는데 얼마지나지않아 다른사람의 입을 통해 제 친동생과 그 아이가 이미 사귀고 있었고
서로의 몸도 섞은 사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전 그냥 눈치가 없어서 그런일이 있었는지도 모른 채 지속적으로 구애를 했을 뿐
거절당하길 반복하면서 그 아이와는 아무런 접촉도 없었습니다.
어찌보면 그냥 해프닝으로 창피한 흑역사 하나 추가한 정도의 일이겠지만 저는 그렇질 못했었습니다.
마치 근친상간의 죄를 저지른 것 같은, 동생의 연인을 어떻게 한 것 같은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당시 저는 그 충격에서 거희 1년이 넘게 회복하지못하고 술만 마셔댔던 것 같습니다.
1년이 더 지난 어느날 거울속의 저를보니 몸무게는 40kg이 넘게 빠지고 피부는 시커멓게 변해있는것을 보고 놀랬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이대로가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에 마음을 단단히 잡았고 죄책감을 겨우겨우 극복해 내 건강도 회복이 되었지만
그 뒤로 저에게 두근거리는 가슴의 박동은 죄악의 신호가 되어버리고 말았고 여자앞에서는 소금맞은 달팽이처럼 자신을 숨기게 되었습니다.
그 일로부터 세월이 좀 더 지난 뒤 일입니다...
저는 어쩌다보니 그때와 다른곳에서 전과는 다른일을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생활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2층집을 전세내 살고있었는데 재미있게도 저희집은 남자는 저 하나 뿐이었고
여성들 일곱명이 저와 같이 한집살림을 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일곱명의 여성들의 국적도 여러군데여서 일본인도 있었고 대만인도 있었습니다.
제가 어쩌다 저런 환경에 들어가게 된 것인지는 죄송하지만 자세히는 설명드리기 힘듭니다.
사실 여기까지만 들으시면 제가 3류 할렘물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 처럼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실수도 있겠다 싶은데요...
리얼리티를 위해 말씀드리자면 할렘따윈 다 공허한 망상의 산물이라는 것부터 말하고 시작해야겠습니다.
현실은 일곱여자들간의 편가르기와 싸움으로부터 평화를 지켜내고자 전 어느때보다 단단한 울타리를 쳐야했고
무리 가운데에 균형있게 버티고 서서 든든한 가장이자 헌신적인 머슴을 자처했습니다.
같이 웃고 떠들고 재미있게 지내지만 가끔씩 가슴이 두근거릴 때마다 자신을 무던히도 짓누르며 살아갔습니다.
한번은 제가 거실에서 낮잠을 자고있는데 제 옆에서 일본에서 온 아이들 셋이서 일본어로 제 이야기를 하더군요.
전 기본적으로는 일본어를 못하지만 같이 살다보니 어느정도 귀가 트였던 덕분에 그녀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용은 우습게도 오빠(저)는 분명 게이일거야ㅋㅋ
이렇게 많은 여자들과 몇달을 같이 살았는데 아무런 사건이 없었어ㅋㅋ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기분 묘하더군요, 제가 울타리 간수를 너무 잘해냈다는 칭찬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사내취급 받지 못하고 살아왔구나 싶어서 씁쓸했었습니다.
그렇게나마 평화롭고 즐겁게 살아가던 어느날이었습니다.
두명의 여성분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저희집에서도 자리를 비우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들고 빠지는건 다반사다보니 또 새로운 친구가 들어오겠거니 했는데 이번에는 대만에서 온 여성 두분이
저희집에 들어와 같이살게 되었습니다.
한명은 다소 통통한 편에 굉장히 쾌활한 성격이었고 다른 한명은 반대로 마르고 조용한 성격이었습니다.
성격이 쾌활한 쪽은 엄청난 속도로 우리집 구성원들과 친분을 쌓고 녹아들었는데 다른쪽 한명은 좀 조신하달까 겉돈달까
그런 성격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또 강렬한 심장박동을 느껴버린 것이었습니다.
그 대상은 마르고 조용한 성격쪽 분이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게이소리 들어가며 지켜왔던 가정의 평화는 서서히 금이가기 시작했습니다.
제 가슴을 뛰게한 그녀앞에서 평정을 잃고 너무 티가나게 행동을 했던 모양이었습니다.
전 그때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평범하게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사내놈이란 것을 알아차린 모든 여자들이 저 하나를두고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전 제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남자임을 똑똑히 자각하고 제가만든 울타리 안에 스스로 갖혀 살아왔던건데 그녀들은 제 울타리를
부수고 안쪽으로 뛰어들어오려 시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가볍게 생각하면 완전 인기폭발의 즐거운 시츄에이션 같겠지만 실상은 제가 그녀들의 트로피가 되어버린 것 뿐이었습니다.
결국 트로피를 쟁취해 승리자가 되고싶었던 일곱여자들의 암투로 집안꼴은 서서히 망가져가고 있었습니다...
전 솔직히 그때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래도 제 가슴을 쿵쿵뛰게 만드는 그 여성과 한집에서 가까이 살 수 있다는
행운 하나만으로 버텼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모두들 잠들었을 시간에 전 여느때와같이 홀로 거실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두명의 대만여성중 통통하고 성격이 좋은쪽 여성이 제가있던 거실로 내려와 같이 이야길하며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다보니 이야기는 이상하게 점점 섹슈얼한 쪽으로 흘러갔고 그녀는 숨소리가 들릴만큼 제게 바짝 다가와
제 몸을 더듬었습니다... 그리고는 제 손을 붙잡아 자신의 두 다리 사이로 끌어당기더군요.
창피한 일이지만 전 그때까지 그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었고 성경험도 없었기에 엄청난 패닉에 빠져버렸습니다.
뭐라고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만 전 완강하게 그녀의 손길을 거절했고 곧바로 제 방으로 올라가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생각했습니다. 전 왜 그녀의 유혹을 거절한 것일까요? 어쩌면 동정이라는 낙인을 떼어버릴 아주 좋은 기회였을텐데...
그리고 제 거절이 그녀에게 엄청난 모욕으로 다가갔을 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전 아마 그때도 다른쪽 대만여성, 그러니까 제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던 그 여성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며칠 뒤 저는 그 여성분과 단둘이 만나 고백을 했고 그분께 그런 마음을 허락받았습니다.
제게 첫 여자친구가 생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전 어쩌면 그녀에 대한 마음 한켠에 망해가는 집안꼴에 진력이 나 그 상황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생각이 있던 것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겨버렸습니다.
저희가 사귀게 되었다는 소식은 빠르게 소문이 퍼졌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여성분들 사이의 다툼도 사그라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제게 찾아와 버렸습니다.
전 사귄다는 상태가 뭘해야하는지 아는것도 없었고 미리 생각해 본 적도 없었을 뿐더러 경험도 없는 상태였던겁니다.
그녀가 제게 손을 내밀어줬는데 전 그녀에게 무얼 해줘야하는 것이었을까요?
전 정녕 병신마냥 아무것도 못하고 혼자 패닉에 빠져서 그녀와 그 어떤것도 함께 나누질 못했습니다.
그리고 밝히기 힘든 이유로 제가 그 집을 떠나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옵니다...
용기를 내 그녀의 손을 잡아 같이가자고 말하지 못하면 전 그녀와 헤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용기가 없어서 미래를 약속해 줄 수 없었고 전 또 그녀를 홀로두고 혼자만의 울타리도 돌아가 구석에 숨어버렸습니다.
그런 제모습에 지친건지 그녀는 일부러 보란듯이 집안에 다른남자를 끌고들어와 둘이서 꼭 붙어앉아
다정하게 이야길 나누기 시작했는데 전 그 꼴을 보고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분과 저는 아무런 진전도 없이 끝나버렸고 전 제가 얼마나 병신인지를 더 잘 알게되버렸네요.
누군가 제 손을 잡아주길 그렇게나 간절하게 바래왔는데 정작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생겼을땐 아무것도 준비한게없어
그 손길을 놓아버린 병신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몇년인가가 흘렀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저는 역시나 울타리안에 숨어 핸드폰 액정 너머로만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액정너머 세상을 제 울타리 안에 끌어들인 저는 그 한계의 자유로움 안쪽에서 보호를 받으며 마음껏 날뛰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다방면에 지식이 많고 열린성격에 재주도 많은 인기인이었습니다.
전 자신을 포장하거나 거짓말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제 단점들을 철저히 숨겼을 뿐이죠.
단점이 가리워진 저는 오직 장점만이 부각되어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습니다.
액정속 작은 세상에서 저는 유명인이었고 좋은사람이었으며 어느정도 권위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울타리 밖으로 나가지않는 제 성격은 저를 자기검열의 고수로 만들어 주었기에 누구에게도 실수를하지 않았으며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병신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대놓고 제가 병신임을 인증했습니다. 다만 그것 또한 스스로를 병신이라 먼저 밝히는 사람은 실제로
병신일리가 없을거라 착각하게되는 인간의 마음의 헛점을 파고 든 것 뿐이었습니다.
여느때보다 안전해진 제 울타리는 절 무한히 자유롭게 허락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큰 공허함이 돌아오는건 막을 수가 없더군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으면 느껴지는 쓸쓸함에 어느때보다 더 외로웠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였을겁니다. 한 여성분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제 말들과 행동에 호감을 느끼고서는 제게 다가와준 것입니다.
전 제 울타리 안에서 그분을 바라보며 탐색을 했었는데 그분은 서스럼없이 제게 손을 내밀어 주시더군요.
반복되는 상처에 사랑을 불신하고있던 저는 겁이났지만 그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다시 심장이 뜨겁게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그분이 내밀어주신 손을 강하게 붙잡았습니다.
이번엔 절대 이 손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온 힘을다해 말입니다.
전 그분에게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위해 제 모든 단점들을 다 들어내 고백했고
심지어는 제 마음속에있는 울타리의 존재까지 이해시켜드렸습니다.
제가 사실은 진짜 병신이라는것을 알고 여기서 떠나가신대도 원망않을 각오였는데 저희가 서로 맞잡은 두손은 결국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의사에게 명명백백한 병신이 되었음을 선고를 받았던 어느날에도 전 그분에게 전화를 해 무뚝뚝한 말투로
저는 이제 평생 병신인 채로 살아가야한다며 이점 냉정하게 생각하시고 제 곁에 머물지 결정해달라고 했습니다.
물론 지금 떠나가도 한톨만큼도 미워하지 않겠다는 말도 함께 말입니다.
그분은 제가 강요한 선택에 따뜻한 마음으로 대신 대답을 해 주셨습니다.
처음으로 내가 사랑을 받고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 매일매일이 행복했습니다. 매일 톡을 주고받고 또 통화를하고 전 매일매일 노래를 불러 음성메시지로
그분에게 들려드렸고 또 선물을 만들어 그분에게 보냈습니다.
엉망인 노래에도 별 것 아닌 선물에도 그분은 너무나 기뻐해주셔서 공허하기만했던 제 하루하루가
매일마다 의미가있는 시간으로 바뀌어져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전 한가지 걱정에 부딛혔습니다.
사실 그분과 저는 장거리에서 오직 통신만으로 사랑을 주고받았던 사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런 상태에 익숙해져가던 어느날 그분은 긴 휴가를 내 제가있는 곳으로 찾아와주겠다고 한 것입니다.
며칠을 제가있는 동네에서 보내겠다고 하셨는데 그말인 즉 모텔같은곳에 숙소를잡고 저와 함께 지내고싶다는 뜻이었죠.
서로 액정너머로만 교감하던 사이인데 이제 드디어 실제로 만나게된다는 기쁨이 컸어야하는데 전 그 기쁨만큼
걱정도 깊어갔습니다, 미리 말씀드렸다시피 전 아직 섹스를 경험해보지 못한 남자였기 때문입니다.
성욕의 해소는 오직 자위로 해결할 뿐이고 상대의 샅내음을 맡으며 같이 신체를 공유해 본 경험이 전무했기에
과연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었습니다.
결국 그분이 오시기로 한 날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기쁨반 두려움반이 섞여서 소용돌이치는 마음때문에 전날밤 잠을 설쳤지만 그래도 정성을 다해 몸가짐을 단정히하고
그분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고속버스를 타고 택시를타고 그분이 드디어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저희는 서로의 얼굴을 처음으로 바라보며 아무말없이 입이 찢어지도록 웃었습니다
그분을 처음 본 인상은 말입니다...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황홀할 지경이었달까요?
이렇게 아름다운분이 왜 하필 제게 온 것인지 어리둥절해 질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만약 그분의 아름다움이 그동안 사랑받지 못하고 외로움에 떨었던 제 인생의 보상이라면
오히려 거스름을 잔뜩 되돌려 줘야 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그분과 함께 단둘이 식사를하고 카페에 들어가 같이 커피도 마셨습니다.
마침내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느냐는 김성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지나 저희는 모텔방을 잡고 들어가 있었습니다.
서로 어색했지만 교대로 샤워를하고 가운을 입고 침대에 나란히 누워 TV를 보며 괜한 연예인 이야기나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러다 결국 제가 먼저 용기를 내 그분의 입술을 얻었습니다.
키스란 신이만든 마약같았어 그렇게 좋은게 있는줄 그전엔 몰랐어 <UMC/UW> 사랑은 재방송中
뜨겁고 농밀하며 지독하게 날카로웠습니다.
그분의 체온이 서로의 혀를 통해 제게 스며들어옮을 전율하며 느꼈었네요.
숨겨지지않은 서로의 숨소리, 눈을 감고도 서로를 볼 수 있는 초감각적 경험, 어깨와 가슴에 닿는 머리카락의 간지러움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내가 사람을 안고 사람을 느끼고있기에 그 체온에서 오는 현실감에서 전해져오는 정보량이 너무나 엄청났었습니다.
저희는 아주 아주 오랬동안 키스를 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하늘로 날아오를 듯 너무나 좋았지만 그래도 한발 더 나아가야할테죠
그분의 몸을 손으로 쓰다듬고 감각이 바짝 서있는 제 입술끝으로는 스치듯 아슬아슬하게 피부의 질감을 느꼈습니다.
속옷을 풀르는 법을 몰라 잠시 분위기를 망칠뻔도 했었만 그런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숨이 벅차오르는 과정들을 지나 이젠 제가 그분의 허락하에 그분의 안으로 초대되어 들어갈 때가 되었습니다.
초행길인 저를 배려해 친절하게도 마중을 나와주셨기에 길을 해메지않고 저희는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기분은 제가 가진 언어의 폭으로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건 단지 오감의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그분에게 신뢰받고있고 사랑받고있다는걸 가지고있는 모든 감각을 통해
설득받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문제가 생겼습니다...
갑자기 제가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 움츠러들어 버렸던겁니다.
당혹감을 감추고 몇번이나 다시 신경을 집중해 봤지만 번번히 실패를 했습니다.
사실 그분을 만나기 전부터 걱정을 해왔던 일이 터져버린 것이었습니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생각을해보면 남자인 저는 반드시 섹스를 하려고 했었다면 얼마든지 해 볼 수 있었습니다.
나이트클럽에서 적당히 만남을 갖거나 아니면 윤락업소에라도 갔었을 테지요.
느닷없이 절 유혹하던 그때의 그 쾌활한 대만녀에게 못이기는 척 안겼을 수도 있었고요.
하지만 제가 가지고있는 가치관에서는 섹스는 신체의 공유를 통한 두 감정의 합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원하던건 서로의 체온과 심장박동을 나누고 싶은 것 뿐 오히려 삽입이란 행위는 내켜지지는 않았었습니다.
제 내면은 저 자신을 온갖 더러운 것들의 총합으로 생각하고있는데 저를 사랑해서 안아주는 사람의 몸속에 제 더러운 것을
욱여넣는것도 모자라 부정한 씨앗까지 집어넣는다니... 이런 생각을 평생 가지고 살아왔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분과 함께하기 전 수없이 되뇌이며 난 더럽지않아, 난 더럽지않아라고 자신을 설득시켜보았지만
결국 제 내면은 그분의 안쪽으로 초대받아 들어가는걸 용납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거듭된 시도에도 불구하고 전 해내지 못했습니다.
넌 안된다, 넌 모든걸 망쳐놔라고 제 내면 깊은곳에 저주를 심어주신 부모님 덕분에 전 자존감도 자신감도없고
결국에는 수컷으로서의 기능마저도 없는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글이 너무너무 길어져 버렸네요, 서둘러 마무리를 지어야겠습니다.
전 결국 그분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연애란 무엇인지 섹스란 무엇인지 정의내리기에 따라 저는 연애를 해 본 적도, 섹스를 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I don't care if it hurts. I wanna have control, wanna perfect body. I wanna perfect soul
<Radio head> Creep中
상처를 받는대도 상관없습니다. 제 내면을 통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완벽한 신체와 완벽한 정신을 가지고 싶습니다...
제가 제 가장 밑바닥의 수면을 들여다 볼 때 수면에 비춰지는 제 모습이 괴물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다가오는 온기를 놓치지않고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습니다.
사랑받고 싶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사랑을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습니다.
지나치게 길기만하고 암울하기까지 한 제 푸념의 글을 끝까지 견디며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영혼을 담아 감사인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