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는 백신을 개발 중이던 1950년대 중반, 당시 미국에서만도 해마다 5만8천여 명의 환자가 생겨날 정도로 부모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무서운 병이었다.
소아마비는 우리나라에서도 1950년대까지는 해마다 2천여 명의 환자가 생겨났지만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한 1960년대 후반부터는 연간 2백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1984년 이후에는 단 한 명의 환자 발생도 보고되지 않아 마침내 2000년 10월에 소아마비의 종식을 공식선언했다.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된 수많은 질병들 가운데 유독 소아마비가 '박멸'에 이르게까지 된 까닭은 바로 백신 개발자인 소크(Jonas Edward Salk) 박사가 특허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소크 박사가 백신 개발에 성공하자 수많은 제약회사가 특허를 양도하라며 부추겼지만 그는 "나는 백신을 특허로 등록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 태양을 특허로 신청할 수 없듯이 말입니다"며 주위의 권유를 뿌리쳤다.
백신에 특허를 신청하면 그야말로 돈벼락을 맞을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결연히 특허를 포기했고 그 덕분에 인류는 소아마비라는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지금 세계보건기구에 납품되는 소아마비 백신 1개의 값은 단돈 100원 정도다. 1993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소크 박사를 20세기의 100대 인물에 선정한 까닭은 백신 개발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연구 성과를 인류의 공동 자산으로 함께 나눈 숭고한 사랑과 과학자 정신에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소크박사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까닭은 의약품 문제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의 가장 큰 보건 문제는 치료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데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에이즈인데, 에이즈는 여러 가지 치료제를 함께 쓰는 이른바 칵테일 치료법이 발견된 뒤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관리만 잘하면 활동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병이 되었다.
하지만 un산하 unaids에 따르면 2005년 당시 에이즈 환자 가운데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20%이고, 임산부 가운데 치료를 받는 비율은 고작 1.6%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제 3세계 환자들 가운데 적절한 치료를 받는 비율은 1% 미만이라 하고 매년 300만 명이 에이즈로 죽어 간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에이즈 환자에게 요구하는 약값은 최저 월 3백~7백 달러이지만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의 경우 전체 인구의 44%가 하루 1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여러분은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가?
생명보다 이윤이 앞서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되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우석균, <거꾸로 생각해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