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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능력
게시물ID : freeboard_20301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댓글캐리어
추천 : 8
조회수 : 1417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24/08/13 21: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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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겐 남다른 능력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생긴 에피소드를 써볼까 합니다.


이 이야기를 인터넷에 쓰는게 괜찮을 지 걱정도 들지만 이 정도 능력은 남들보다 조금 더 좋은 사회생활능력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가볍게 써 볼게요 


아내는 본인의 능력을 뿌듯해하는데 일반 사람들에겐 무서울 수 있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습니다.


마인드스캔 - 환타지에서나 나오는 마음을 읽는다는 능력인데 사회에선 눈치가 빠른 사람에게 쓰는 표현이죠. 하지만 아낸 눈치가 빠르다라는 정도를 넘어서 정말로 훤히 들여다 보는 느낌이라 종종 무섭습니다.


저같은 INFP특징이 조용하고 비밀이 많고 방어기제가 커서 속내를 알기 힘든 사람인데 아내는 모두 다 캐치하고 먼저 배려를 해줍니다. 하지만 마음을 들켰을 때 무척 당황스럽기도 하거든요.



며칠전 대화 :


나 : 마음을 읽는다는 건 도움도 되지만 늘 조심해야 돼.


아내 : 회사 사람들이 나때문에 종종 놀래ㅎㅎ 


나 : 그래. 마음을 읽을 수는 있지만 그걸 얘기하면 안 돼. 상대방이 놀라고 불편할 수 있어. 그러니 마음을 읽어도 얘긴 절대 하지마. 그게 예의야!


약간 화내듯 강하게 얘기했는데 이 건 아내를 위한 말이기도 했어요. 과한 걱정일 수도 있는데 혹시나 사람들로부터 왕따가 될까 싶어 걱정도 되더라구요. 아내는 항상 웃는 얼굴로 일하고 성격도 털털해서 동료관계가 좋아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한 에피소드는 위에 일이 있고 난 후, 퇴근길에 전화를 했는데



나 : 나 퇴근~. 저녁 먹고 있어?


아내 : 응 맛있어. ♡♡이(아들)도 잘 먹고 있어.


나 : 그래~ 맛있게 먹어~.


아내 : 신랑은 밥 줄게.


나 :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마음을 읽지 말라고~


아내 : 왜 그게 마음을 읽은 거야? ㅎㅎ


나 : 너무 맥락이 없잖아ㅎㅎ 맛있게 먹으라고 했더니 '신랑은 밥줄게'라니. 


아내 : 푸하하하 무섭지~


아내랑 아들은 토마토 파스타를 먹고 있었고 토마토 파스타를 싫어하는 저한테 먼저 밥줄게라고 한 거였어요. 그게 왜?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아내는 저한테 토마토파스타를 먹고 있다는 정보를 얘기 안 했어요. ㄷㄷ


그럼 저는 어떻게 알았냐면 거실 CCTV가 집에 있어서 퇴근길에 잠시 본 거였는데 CCTV를 퇴근할때 항상 보는 것도 아니고 뭔가 집에 일이 생겼거나 아이가 집에 혼자 있을 때만 조금 보거든요. 


아내는 제가 저녁메뉴가 뭔지 알고 있다는 걸 읽고 제가 싫어하니까 밥 줄게라고 얘기한 거였죠.  아내가 맛있다고 했는데 뭐 먹냐고 묻지 않았다-> 메뉴를 알고 있다 -> 신랑은 싫어하는 요리-> 신랑은 밥 줘야지.


이렇게 쓰면 맥락이 보이는 것 같지만 밥 먹으면서 그렇게 숨은 맥락을 읽어내는 게 절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또 한 번은, 종종 밤에 아내가 아이를 재우고 나왔을 때 제가 아무말 없이 쇼파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내의 센서가 발동합니다.

 

 

 

1000099576.jpg

 

 뭔가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제 옆에 와서 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먹고 남은 아이스크림봉지를 끄집어냅니다;


아내 : 뭐야, 몰래 아이스크림 먹고 안 먹은 것처럼 근엄하게 앉아있어?"


나 : ..........;;


포커페이스를 유지해도 항상 들키더라구요-_-;

 

 

 

 

 

어쩌면, 제가 이렇게 거짓말 못하는 성격이라 아내가 절 선택한 거라는 생각이 문뜩 드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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