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December-Kanon
프롤로그
탄광에서 실제 일을 하는 것과 그것에 대해 글을 읽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소설의 탄광은 필자가 직접 소설의 탄광 속에 들어가서 소설들을 발굴하여 예쁘게(?) 다듬어서 선보이는 글입니다. 몇 가지 참고 사항이 있습니다. 독자들의 취향을 벗어나거나 재미없는 소설들이 올라오더라도 이 글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뷔페는 비록 먹지 않는 음식이 있더라도 종류가 많은 것이 매력이니까요.
어째서 한국소설인지에 대해서는 통계를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지난주에 많이 팔린 외국소설 작가는 881권을 팔아제낀 히가시노 게이고입니다. 2위는 요나손으로 851권입니다. 한국작가는 조정래씨가 499권을 팔았습니다. 2위는 이장욱씨가 283권을 팔았습니다. (주간판매현황 인터파크 북 DB기준 2월 6일 현재) 이런 현실에서 한국 소설을 응원하기 위해서 한국소설 위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탄광에서는 수익성이 없는 광물은 캘 수 없지만 소설의 탄광에서는 되도록 다양한 수익성과 상관없이 다양한 소설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욕망이 있으니까요. 다양한 욕망들과 직접적으로 마주하기 가장 좋은 매체는 소설입니다. 소설과 나 사이에는 배우도 방영시간도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하는 이미지들도 바로 나 자신에게서 나오니까요.
첫 번째 이야기 – 손창섭「잉여인간」
선정의 변
- ‘잉여인간’은 1958년에 발표된 소설이다. 휴전 5년이 지난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잘생긴 치과의사인 만기와 그 병원에 하릴 없이 나오는 잉여인간인 봉우와 익준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 ‘포말의 의지’에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창녀를 사랑한 남자 이야기, ‘생활적’에서 분홍색 드로어즈만 입고 있으라고 하는 남편, 나체댄스를 강요했던 남편, 젖꼭지를 물지 않고는 잠을 자지 못하는 남편을 이야기하는 춘자, 15세 소녀에게서 애인 같은 감정을 느끼는 50대 강노인의 이야기인 가부녀. 그가 그리는 세상은 다양하고 깊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단편이 바로 ‘잉여인간’이다.
- 필자는 그의 어둠이 좋다. 어둠속에서 어둠을 응시하는 시선이 마냥 좋다. 그 소설 속 인물들이 벌이는 온갖 배덕과 참혹한 현실이 가슴 아프게 좋다.
두 명이 잉여인간임을 알게 하는 첫 문장
- 만기 치과의원(萬基齒科醫院)에는 원장인 서만기 씨와 간호원 홍인숙 양 외에도 거의 날마다 출근하다시피 하는 사람 둘이 있다. 그 한 사람은 비분 강개파 채익준씨요, 다른 한 사람은 실의의 인간 천봉우씨다.
달콤한 문장
- 활동 의욕과 생활력을 완전히 상실하다시피 한 봉우는 아내의 부양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고, 경제활동이 비범한 봉우 처는 무슨 짓을 하며 나가 돌아다녀도 말썽을 부리지 않으니, 어쨌든 봉우가 편리한 남편이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 이상한 것은 그러면서도 단 한 가지 간호원인 인숙양을 바라볼 때만은 잠에서 덜 깬 사람같이 언제나 게슴츠레하던 그의 눈이 깨어 있는 사람의 눈답게 빛나는 것이었다. / 봉우는 유부남이다. 봉우가 실의의 인간이 된 것은 피난을 하지 못하고 적치 아래에서 3 개월을 꼬박 숨어 지내는 동안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그를 눈뜨게 하는 순수한 사랑이 우습게 서글펐다.
- 만기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아무래도 심상찮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기의 그러한 예감은 마침내 적중하고야 말았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봉우 처는 상 밑에서 한쪽 발을 슬며시 만기 무릎 위에 얹었다. 그리고 지그시 힘을 주며 요염한 웃음을 쏟았다. / 봉우는 만기의 중학시절 동창이다. 만기는 봉우의 처가 소유한 건물에 치과를 열었다. 봉우의 처는 건물주로서 임대료를 올리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며 만기를 유혹한다. 봉우도 사랑을 하고 봉우의 처도 사랑을 한다.
씁쓸한 문장
- 나라야 망하든 말든 동포들이야 가짜 약을 사 쓰고 죽든 말든 내 배때기만 불리면 그만이라구 생각하는 그딴 놈들은 살인 강도 이상의 악질범이오. 그런 놈을 극형에 처하지 않으니까 유사한 사건이 꼬리를 물고 발생한단 말요. 난 그놈들의 뼈를 갈아마셔도 시원치 않겠소…/ 비분강개파인 익준이 가짜약을 팔았다는 기사를 보고 흥분해서 말하는 내용이다. 2015년 현재 뚫리는 방탄복 성적서를 조작한 군인, 국가 기밀을 유출하고 25억을 받은 장군이 집행유예를 받은 나라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50년 동안 한 발전은 무엇이 발전했는지 생각하게 되어 고통스럽다.
- “언니, 나 형부를 사랑해두 좋아?” 다들 웃었다. 물론 농담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기와 그의 아내만은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웃지 못했다. 은주의 말이 결코 농담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던 탓이다. / 형부를 사랑한 처제의 이야기이다. 스토리의 전개상 불필요했고, 불편했다. 단지 만기의 매력을 부각시키기 위한 도구로써의 인물이라고 여겨진다.
정리하는 문장
잉여인간의 순환의 공식. 비분강개 하거나 실의에 빠지거나 버티거나.
보태는 문장
최근 그 분이 낸 회고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잉여 그 자체인 책을 만든 그분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 회고록 말고 ‘MB의 비용’을 추천한다.
출처 |
글 출처:http://misfits.kr/6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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