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와 영희가 있다. 철수는 아니카의 남편, 영희는 료스케의 아내다. 둘은 같은 날에 태어났고, 같은 지역에서 자라나 같은 학교를 나왔지만, 조금도 친하지 않았다. 아니, 그저 막연했다. 서로를 세상을 채우는 여러 사람들 중 하나 정도로만 인식했었다.
이쯤에서 현재 둘의 관계에 대해 여러 상상이 난무하기 시작할 테지만, 잠시 인내해주길 바란다. 둘은 여전히 서로의 존재에 대해 관심이 없고, 사는 지역도 다르다. 둘을 나란히 쓸 수 있는 건 순전히 페트리샤 때문이다.
페트리샤의 마지막 날, 철수는 그녀로부터 신장을, 영희는 눈을 받았다. 아직 성인식조차 치르지 못했던 페트리샤는 변화의 씨앗을 남기고 떠났다. 씨앗은 천천히 움트기 시작했다. 철수와 영희가 서로의 존재를 알기까지 1년. 서로의 인생에 묻어있음을 알게 된 건 2년. 한 침대에 몸을 눕히게 된 건 3년.
이제 때가 되었다. 우리들 각자의 색상으로 지난 3년을 맘껏 꽃 피울 차례다.
500자소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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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작가가 메시지를 다 채울 필요는 없는 시대가 되었으니까. 500자만으로도 미완의 이야길 완성으로 채울 수 있다고 믿는 거야. 여러분들의 댓글이 나머지를 채워줄 거라고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