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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소설쓰기 5.
게시물ID : freeboard_20310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테비아쩔어
추천 : 4
조회수 : 45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24/08/30 09:53:11

500자소설쓰기


노부부의 손이 허공에 맞닿아있다. 두 사람의 지난 시간이 결코 녹록치 않았음을 주름에 파묻힌 자잘한 상처들과 거칠어진 두 손이 대신 말해준다. 


남편은 아내의 입에 귀를 가져다 댄다. 끊어질 것 같은 숨소리 사이로 조합되지 않은 단어들이 올라서려 하지만, 쉽지 않다. 마지막 말들이 입구멍 안으로 자꾸만 되들어간다.


ㅊ, 처, 어, 처엇.

아이들의 이름마저 잊어버린 노모는 배 아파 낳았던 순서대로 애들을 떠올리지만, 죽음은 냉정하다. 조금도 기다려주지 않았다. 지난 세월에 눈물샘마저 다 마른 탓에 노인은 눈물조차 흘리지 못했다. 격해진 감정에 턱만 벌어지고, 마른 눈만 붉어졌을 뿐. 


그는 이후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아내의 마지막을 떠올렸다. 둘은 반세기가량을 한 이불 속에 살아 죽음에, 죽음으로 답할 만큼 애틋했지만, 삼켜진 말에 대해서는 온갖 추측만이 가능할 뿐, 알 수는 없었다. 


여편네, 설마 애들 이름을 잊었을라고. 그렇게 의심조차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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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다른 이야기.

스스로 500자 이내로 시가 아닌 서사물이 레알 가능한가에 대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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