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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램프의 요정 : 하편
게시물ID : freeboard_20310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노일만
추천 : 3
조회수 : 64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4/08/30 1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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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일만 단편선] 램프의 요정 : 하편

 

“고마워.”

일표가 평온한 얼굴로 대답하자 요정이 후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이제 간다. 잘 지내라.”

“잠깐!”

그때 일표가 준비해온 물건을 꺼냈다.


일표가 꺼내든 것은 치토스였다. 그것도 봉지 하나가 아니라 한 박스였다. 요정과 작별하는 순간 선물하려고 예전부터 생각해둔 것이었다.

“과자?”

일표가 꺼낸 커다란 박스를 보고 요정이 놀라며 물었다. 박스에는 치토스라고 쓰여 있었다.

“그래. 10년 전에 기억나지? 네가 내 치토스를 몽땅 먹었잖아.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싶어 준비했지.”

“나한테 왜 이런 걸 주지?”

“잘 먹더라고. 좋아하는 건가 싶어 선물로 준비한건데? 너한테는 너무 고마운 게 많아서 말이야.”

일표의 말에 요정이 감동한 목소리로 답했다.

“나한테 감사의 선물을 하는 인간은 처음이군… 잘 먹도록 하지.”

“그래. 이제 어디로 가는 거야?”

“내가 그런 것까지 너한테 말해줄 의무는 없지…만, 과자도 받은 김에 알려주지. 저승으로 간다. 네 엄마를 보러.”

“엄마?”

예상외의 대답에 일표는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그래. 너희 엄마가 빈 소원이 있거든.”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언제쯤이었더라…”

요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


오래 전 어느 날이었다. 일표의 엄마 진명은 집 근처를 산책하는 중이었다. 갓난 아기인 일표를 유모차에 태운 채, 봄의 기운을 느끼며 진명은 걸었다. 그리고 어느 골목길에 접어든 진명은 땅바닥에 놓여 있는 램프를 발견했다. 예사롭지 않은 물건인 걸 직감한 진명은 램프를 집어 그 길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요정을 만났다. 진명은 처음에 돈을 달라고 했지만 요정이 거절하자, 5분간 생각 끝에 다음과 같은 소원을 빌었다.


“첫째. 나중에 내 아들이 너를 만나게 해줘.”

“방금 소원, 이루어졌다. 두 번째는?”

“둘째. 내 아들이 이상한 소원을 빌거든, 그 애를 좀 나무라줘.”

“이상한 소원이란 무엇이지?”

“쉽게 질리는 것, 순간적인 것, 중독적인 것, 남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건강을 해치는 것, 누리면 누릴 수록 마음을 공허하게 하는 것, 그런 것들에 해당하는 소원을 빌면 정신차리라고 다그쳐줘.”

“알겠다. 방금 그 소원도 이루어졌다. 마지막 소원을 말해.”

“마지막 소원은 바로 이거야.”

진명은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말했다.

“만일 이 애가 꽤 괜찮은 소원을 말하거든, 그때 나한테로 다시 와서 하나도 빠짐 없이 다 얘기해 줘. 애가 무슨 소원을 얘기하던지, 어떤 말투로, 어떤 표정으로, 얼마나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그런 얘길 하던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말해줘.”


*


“...그런 일이 있었지.”

요정의 말을 들으며 일표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아 그랬구나. 그런 일이 있었구나. 보고 싶은 엄마. 고마워요. 나중에 꼭 만나요. 

“아무튼, 난 간다.”

요정의 말에 일표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치토스, 엄마도 나눠 드려야 해. 같이 먹으면서 말씀 드려. 나 잘 지낸다고, 나중에 꼭 만나자고.”

“이봐. 네 소원은 이미 끝났다. 하…지만 치토스는 나눠 먹을 생각이야. 혼자 먹기에 이건 너무 많거든.”

“잘 가라.”

“잘 있어라.”

 

둘은 마지막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이윽고 펑! 하는 소리와 방 안에 연기가 가득 찼다. 일표가 손으로 연기를 해쳐 보니 요정도 램프도 모두 사라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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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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