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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자작소설] A story between two - 1.
게시물ID : lovestory_370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보글장이
추천 : 1
조회수 : 55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0/05 22:40:45
안녕하세요. 오유에는 글을 처음 올려보네요.
많이 부족하나 연습겸 자작 중편소설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여기에 나오는 모든 사건과 지명, 인물은 실존과는 전혀 상관없으며,
시나리오 구상에 의해 나온 스토리 및 인물임을 밝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하루에 한 편씩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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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처음은, 언제나 그렇듯이 - 1.

*
‘잠에서 깼을 때 느껴지는 이불의 온기가 고맙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곧 겨울이 왔다는 증거이다.’
*

2007년 3월, 어느 금요일.
캠퍼스에 언제까지라도 죽어있을줄만 알았던 고목들에서 갖가지 색들의 잎이 돋아난다. 그만큼 추위가 가셨을거라는 반증일까. 하지만 아직 꼭 쥐어진 손을 슬며시 바람에 맡기기에는 살갗을 지나는 바람이 차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아..."

  두손을 내밀어 입김을 불어본다. 아직 인문대까지는 5분이나 더 걸어가야하는 상황이다. 도대체 인문대를 왜 저런 높은 곳에 지었을까 - 라고 탄식이 흘러나오지만, 이내 산속에 틀어박힌 공과대 사람들을 생각하고는 피식 웃는 것으로 마무리짓는다. 나는 적어도 그들처럼 매일매일 등산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문득 이어폰에 꽂혀있던 곡이 바뀐다. 시작부터 콘트라베이스와 함께 들려오는 피아노의 애교섞인 멜로디. 이 곡이 뭐였더라 - 아, 맞다.

“My Shining Hours."

  거참 어울리는 선곡일세. 이어 가볍게 이어지는 드럼 소리가 귀청을 메우면서, 나는 지금 '6년간 바라보기만 했던' 그 Y대학교의, 그 학과의 정문을 힘차게 열어젖힌다.
  하아, 좋은 날들이구나.

*

  대학국어 수업은 15동 302호다. 15동이라하면 인문대학건물이고, 302호면 3층이라 할 수 있겠다. 아직 갓 입학한 새내기의 티를 물씬 풍기고 있는 나에게 3층은 처음 가보는 곳이다. 입학한지는 거의 한 달이 되어가지만, 새로운 곳을 가볼때마다 뭔가 가슴속에서부터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것은.
  내가 이 곳에 들어왔다는 것이 아직 안 믿겨서일까.

  "..."

  하긴. 어찌보면 나의 학창인생 중에 마음속에서 줄곧 꿈꾸기만 했었던 그 곳이 나에게 현실로 다가온 것인데, 한 달 만에 이 느낌이 진정될리는 없다.
  칠흑같은 새벽부터 다시 칠흑같은 새벽까지 학교와 독서실, 그리고 학원이라는 세 곳의 폐쇄된 공간을 오가면서 꿈꾸던 단 한 순간. 언젠가는 이런 세월을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 그렇게 스스로 다짐하면서 졸린 눈을 부벼가며 공부를 한 결실이 바로 이 공간에 대한 ‘입장 허가권’이다.
  사실, 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부모님이 나에게 말씀하신 ‘대학가면 여자친구도 생기고 너 맘대로 할 수 있다!’라는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다. 좋은 대학가면 여자들에게 무조건 인기가 많은 남자가 될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아준 선생님의 말도 믿은 것은 아니다. 난 공부를 하면서도 그런 장밋빛 미래를 그리면서 공부하진 않았다.
  그저, 탈출하고 - 그렇다면, 지금은? 이제 나는 그 악몽같던 공간에서 탈출했다. 나름 승리자라는 자부심도 생기면서 나는 그동안 염원하던 ‘Y대학이라는’ 공간에 출입하는 것을 허락받았다. 그 때의 나의 성적은 전국 2%였으니, 나는 98%의 부러움을 받고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래, 난 지금까지 잘 살았다.
  잘 살았다. 잘 살은 것일 거다.

  “...”

  내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모습이 보였다면, 그것은 내 착각일 것이다. 이 기분좋은 봄날의 온기에 취해서 일렁이는, 일종의 자기 이상.

  "여, 성원아!"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난 얼핏 회상에 잠기려던 의식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본다. 어느새 나의 몸은 3층의 강의실이 아닌 1층 구석에 있는 과방 안의 커다란 소파에 앉혀진 상태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앞에서 깨우고 있는 한 사람은...

  "...아. 승호형."
  "뭐하고 혼자 그러고 앉아있노."

  경상도 사투리는 듣기만해도 뭔가 유쾌해지는 기분이 든다. 줄곧 15년 이상을 서울말만 듣고 자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지금 몇시에요?"
  "열두시 50분이다 안카나."
  "아 근데 왜그래요 아직 수업시작하려면 10분이나 남았..."

  그렇게 얘기하며 다시 눈을 감으려는 내 뺨에 갑자기 강렬한 통증이 몰려온다.

  "아야!"
  "마 지금 우리 말고 다 들어가서 자리 잡아야 한데이. 우리 맨 끝이다 아이가."

  뭐?

  "진...짜요?"

  아직도 얼얼한 뺨을 문지르면서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난다. 도대체 이놈의 학교는 뭐길래 수업 10분전에 미리 들어가서 앉아있는거지? - 자리를 잡는 게 그렇게 중요한건가?
  아니, 오히려 10분 전에 수업을 준비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내 자신이 ‘이상한 놈’인지도 모르겠다.

  "그래. 언능 가자."

  내가 어떤 생각을 하든 관심없다는 듯이 승호형은 등을 홱 돌리고 과방을 나가버렸고, 그 등을 보며 나 역시 일종의 위기의식에 허겁지겁 가방을 챙기고 3층의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찌됐든 난 학교 생활 열심히하고 싶은 평범한 대학생이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내 자신을 포장하고 싶다.

*

  302호는 이미 100명이 넘는 학생들로 빼곡이 메워져있는 상태이다. 승호형이 날 재촉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구나 - 라고 생각하며, 문 바로 옆에 있는 가장 뒤쪽의 자리에 가방을 놓고 착석한다.
  여기서 화이트보드까지는 - 어디보자. 전력질주해도 3초안에는 못 닿을 거리이다.

  “역시 넌 늦는구나 쯧쯧.”

  아직 두리번거림을 멈추지 않고 있던 나의 옆을 누군가 툭툭 건드리며 아는 척을 해온다. ...아아, 보기만해도 푸근한 인상을 소유한 이 사람.

  “아, 현철이형.”
  “입학한지 얼마나됐다고 이렇게 늦는거냐 허허.”

  그렇게 얘기하면서 털털하게 웃어보인다. 역시, 학번은 같지만 나이가 두 살이나 많은 인상, 그대로이다. 연륜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런 그 형은 우리가 늦게 강의실에 들어온 것을 웃으면서 가볍게 책망하였다.
  ...그런데 당신도 내 옆자리인걸로 봐서는...

  “강사 이름이 김진호 선생님이라고 했죠?”
  “그래. 소문으로는 악명높다고 했는데말이지.”
  “에?”

  현철이형의 한 마디에 갑자기 얼굴이 찌푸려진다 - 악명높다니, 지금 무슨 소리야. 적어도 같이 수강신청할때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잖아. 선배들이 분명히 저 선생님 좋은 분이라고 추천을 해주셨는데. 그래, 무슨 소리야. 나는 애써 무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다음 말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소문으로는 두발단속을 한다는 이야기가...”

  뭐라고?!

  “에이 현철이형. 그건 아이다..”

  애써 웃으면서 현철형에게 손사래치는 승호형. 하지만 그런 승호형 역시 자신없어보이는 말투이다. 아니, 그건그렇고. 두발단속이라니? 지금 우리가 입학한 곳이 Y대학교가 아닌 ‘Y고등학교’라도 되는건가?

  “작년에는 그랬대. 06학번 애들이 그러는데.”
  “맙소사.”

  짧은 탄식을 뱉어낸다. 그리고 서서히 내가 당한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그랬다. 우리의 선배라는 작자들은, 신입생들이 신입 우대차원에서 수강신청을 자신들보다 먼저한다는 것을 악용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수업에 우리가 신청하는 걸 막기 위해 ‘구렁텅이’에 우리를 몰아넣은 것이다. 
  그건 그렇고, 06학번 선배에게 ‘애들’이라고 표현하는 현철이형의 연배... 아니 연륜에 짧게나마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뭐, 어쩔수 있겠냐. 그냥 들어야지.”
  “드랍 안해요??!!!”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버럭 지른다 - 아차. 내 목소리가 너무 컸나. 시끌시끌하던 강의실이 순간 조용해지면서 맨 뒤의 좌석 세 개로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느껴진다. 이에 나는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숙인다 - 하지만 현철이형은 그런 시선에는 뭐 신경쓰이지 않는 태도이다.

  “드랍을 어떻게 하냐. 다른 대학국어도 다 풀이여. 그냥 머리 염색 안하면 되지 뭐.”

  나이가 들면 저렇게 태평해질 수 있다는건가... 뭐, 소문의 진상은 확인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

  소문은 120% 사실이었다. 문을 박차고 들어오신 우리 교수... 아니 강사님은, 들어오자마자 이제부터 한 학기동안 진행될 규칙들에 대해 나열해놓기 시작했다. 머리스타일에서, 복장을 포함해 수업태도까지. 정말 이 사람, 정말로 Y고등학교로 만들어버릴 태세이다.
  수업시간 내내 원성이 떠나지 않았던 학생들의 분위기가 스스로 지쳐 잦아들어가자, 그 강사는 조용히 입가에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꺼낸다.

  “그럼, 앞으로 한 학기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 ”

  ...한 학기라, 후우.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내젓는다. 기껏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해보려 하니, 뭐 이런 수업이 다있지?  하지만 어찌됐든 수업은 시작했고, 나는 이번 학기에 대학국어를 꼭 들어야 한다. 다른 방법이 있을까? 아니, 없다. 공부나 해보자 - 하면서 나는 강사가 펴라는 페이지를 조용히 펴기 시작했다.
  정말 난 내가 원하는 공간에 들어온 것이 맞는 것일까?

  “국어란 무엇일까요? 여러분들은 인문학과라는 멋있는 간판에 홀려서 이 곳에 오셨겠지만...”

  앞에서는 이제 강사가 본격적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봐야 소용없다. 지금 이러한 의문도, 배부른 소리니까. 재수학원에서 책을 펴는 내 친구들을 생각하자.

  “...”

  그리고, 그 때였다.
  내 자리 바로 뒤편, 강의실 뒷문이 끼익하는 철문 소리와 함께 열린 것은.
  그리고, 그 때였다.

  “...”

  어찌보면. 그때 나의 인생이 뿌리째 흔들린 것일 수도 있겠다.

  “...?”

  열려진 문틈 사이로 한 여인의 얼굴이 슬쩍 보인다.

  “...?”

  많이 늦었구나, 이 사람 - 그렇게 생각하며 책을 향하던 고개를 돌려서 그 사람 얼굴을 살짝 보려고 한다.
  어차피 수업은 듣기 싫으니까.

  “...?”

  그 여인과 나의 거리는 5미터도 안되어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거리는,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기에는 너무나도 쉬운 거리이다. 따라서 나도 그 여인의 얼굴을 ‘본의 아니게’ 볼 수 있었다. ‘본의 아니게’, 5초동안.
  하지만, 그 5미터도 안되는 거리는.

  “?”

  그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기도 쉬운 거리이기도 하다. - 그리고 그 사실을 반증이라도 하듯,
  그 여인과 나의 눈이 순간 마주친다.

  “어...”

  사실, 그 때의 첫인상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아무래도 그때 경황이 없어서였을까. 어찌됐든, 중요한것은.
  그 사람의 눈이 날 보고 있었다는거다.

  “아.”

  시선이 마주친 것을 느낀 순간, 황급히 시선을 그쪽에서 피하고 화이트보드쪽으로 향해 앉는다. 그리고 잠깐 한눈판 사이에 진도가 얼마나 나갔는지, 바삐 따라가본다. 다행히 수업을 못알아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뭐지. 저 여자는.

  “성원아 저거 머라 쓴거노?”

  승호형이 옆에서 툭툭 치면서 물어오는 것이 들리면서 나 역시 그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지만, 마음 한 켠에 그 여자의 동그란 눈이 남아있는 것을 지울 수는 없었다. 뭐랄까, 신경이 쓰인다고 해야할까. 왜인지 묻는다면, 뭐 할 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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