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오는 밤이었습니다.
길에 사람도 없고 콜도 없어서 한갓진 곳에 차를 대놓고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그때 간만에 콜이 들어왔습니다.
얼른 수락버튼을 누르고 손님이 계신 곳으로 출발하려고 할 때
손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지금 현금밖에 없어서 그러는데 현금으로 결제해도 될까요?" 라고 물어보시길래,
저는 "현금으로 결제하시면 저야 오히려 좋죠. 금방 가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손님위치에 가보니 여학생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가 택시에 타더군요
목적지는 좁은 골목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 언덕배기에 위치한 어느 아파트였습니다.
비가 오는 밤에 좁은 골목을 가자니 온 신경이 곤두서더군요.
겨우 목적지에 도착하니 요금은 6천 5백원이 나왔습니다.
손님은 만원짜리 한 장을 내밀면서 "3천원만 주세요."라고 말했고
저는 지갑에서 잔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천원짜리 두 장은 금방 찾았는데 나머지 한 장이 잘 안 보여서
실내등까지 켜고 지갑을 뒤적이다가 천원짜리 한 장이 보이길래 얼른 꺼내서 손님께 거슬러드렸습니다.
손님은 거스름돈을 받자마자 택시에서 내리셨고 저는 차를 돌려서 골목길을 빠져나왔습니다.
골목길을 거의 다 빠져나올 때 쯤 손님에게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아까 택시에 탔던 사람인데요. 제가 거스름돈을 받고 바로 확인을 못하고 집에 와서 확인해 봤더니
천원짜리 두 장에 만원짜리 한 장을 주셨더라고요. 어떻게 하죠?"
아마 어두운 곳에서 돈을 꺼내다가 만원짜리를 천원짜리로 착각하고 거슬러줬나 봅니다.
저는 어렵게 빠져나온 골목길을 다시 들어가기 싫어서
"어쩔 수 없죠. 제가 실수한 거니까 제가 감당할 수밖에요.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1만원을 받고 1만 2천원을 드렸으니 2천원 손해봤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