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음악에 빠지기 전 저는 힙합에 빠져 있었습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저의 20대 초 중반은 힙합이 지배하고 있었죠.
그 당시만 해도 홍대에서 힙합은 비주류 문화였습니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레이지본과 같은 인디밴드들이 주류문화로 드럭같은 클럽에서 공연을 할 때였죠.
홍대에서 힙합공연을 하는 클럽은 마스터플랜이 유명했습니다.
지금은 힙합비둘기로 유명한 데프콘이 마스터플랜에서 공연을 하고는 했었죠.
당시 인디힙합씬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마스터플랜에서 공연을 보고 싶었지만
같이 갈 친구가 없어 그저 공연정보만 보면서 마음을 달래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클럽 마스터플랜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공연을 주말 이틀동안 한다고 공지가 올라온 것을 보고는
이것마저 못 가게 되면 평생 후회하게 될 것 같아 저는 혼자서라도 가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첫째날 공연 당일, 11월 초겨울의 날씨에 저는 이 날을 위해 준비한 힙합바지에 헐렁한 맨투맨 티셔츠,
그리고 당시 유행하던 패딩을 입고 5시 쯤 홍대 마스터플랜에 도착했습니다.
7시부터 공연이 시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저마다 한껏 힙합스타일로 옷을 입고 악세사리로 치장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 저는 그저 한 마리 오징어였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같이 온 사람들은 친구에게 줄을 맡아두라고 하고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사와서 먹으면서 기다리는 반면,
혼자 온 저는 자리를 비울 수 없어 그저 배고픈 것을 참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윽고 공연장으로 입장이 시작되고, 지하 공연장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티켓을 받았습니다.
그 티켓은 음료 한 개와 교환이 가능하다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공연장으로 들어가니 작은 무대가 있었고 사람들은 그 무대 아래에서 스탠딩으로 관람을 할 수 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공간도 없이 빽빽하게 서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체온으로 인해 패딩은 너무 덥고 거추장스러운 물건이 돼버렸습니다.
그러나 공연은 매우 좋았습니다.
평소 음악만 들으면서 상상했던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직접보고 소통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진작 혼자서라도 자주 갈 걸 하는 후회가 들만큼 너무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클럽에 가 본 적이 없으니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클럽 경험담이라고 해야겠네요.
출처 | 오늘 새벽에 홍대 쪽으로 운행을 했는데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도 사람들이 많더군요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사람들이 길에서도 리듬에 몸을 맡기는 모습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써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