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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느 외국 게임회사 대표의 진정어린 사과문
게시물ID : lovestory_370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55FDC
추천 : 1
조회수 : 129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0/06 13:57:05
EVE Online 게임을 서비스하는 CCP라는 회사의 사장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과문입니다. 반도에서는 너무도 흔한, 구렁이 담 넘듯 슬그머니 넘어가는 사과 행태와는 사뭇 다른, 본받을만한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어서 퍼옵니다. ---------------------------------------------------------------------------------------------------- 이브 온라인의 유저 여러분께, 지난 넉달간 유저 여러분들께서 CCP와 이브 온라인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신 것은 전적으로 사장인 저의 잘못이며, 이 자리를 빌어 고개숙여 사과드립니다. 이브 온라인이라는 게임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잠재 능력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게임이 필요로하는 사소하고 당연한 것들에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저의 탓이 큽니다. 잘못을 인정해야 할 때 인정하지 못하고, 귀를 기울여야 할 때 귀 기울이지 못하는 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상심이 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의 잘못을 고찰하는 동안 떠오른 것은 이브 온라인이 그동안 걸어왔던 길이었습니다. 2003년 당시 주변인들이 전부 불가능하다 말할 때 당당히 게임을 출항시켰을 때의 감격을 되새겼습니다. 총 결제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던 기쁜 때가 떠올랐습니다. 이후 중국에 진출하고, DUST 514의 개발을 시작하고, World of Darkness의 판권을 가진 화이트울프와 합병하고, 총 직원 수가 600, 총 결제자 수가 아이슬란드의 전체 인구를 넘어서는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이 모든 것을 아이슬란드의 금융 위기와 수 차례 자연 재해를 헤치고 자랑스럽게 이루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회사가 양적, 질적으로 신기원을 이룩하는 동안 저는 어느샌가 CCP의 성공을 당연한 것이라 여기게 되었습니다. 결국 자신감이 지나쳐 오만으로 번지고 말았습니다. 회사 내부의 양심있는 직원들과 유저 여러분들께서 제시하는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였고, 저지른 실수[1]를 덮고 넘어간 탓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말았습니다. (역자 주 [1]: 18개월 사건. 2011년 6~7월의 모노클 사태와 마찬가지로 유저-CCP간 커뮤니케이션 불협화음 때문에 발생함.) 유저 여러분께서는 저의 잘못을 말, 글과 행동으로 비판하여주셨습니다. 최근의 일을 돌이켜보면, 제가 그 비판에 제 때 귀 기울이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듭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사죄하는 말씀 올립니다. 함장실에 관하여: 외부에서 다른 유저들과 소통할 수단을 주지 않고 혼자 함장실에 들어가도록 강요한 것은 저희의 실수였음을 인정합니다. 유저 여러분께서 스테이션 내부에서 사용하던 인터페이스를 강제로 없애버린 것은 게임 내에서 당연하다 여기는 것을 살펴보지 못한 탓이며, 저희의 개발 방향이 유저 여러분의 의견과 동떨어져버렸음을 나타내는 큰 잘못이었습니다. 인카르나 확장팩에 필요한 개발 시간을 잘못 예상한 것도 모자라 기술 시연용 프로토타입 수준인 기능을 확장팩으로 과대 포장하고, 그 과정에서 유저 여러분들께서 익숙하게 여기시던 인터페이스를 삭제한 것은 덧난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과 같은 행위였습니다. CCP의 이 같은 행보에 다들 실망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저지른 또 하나의 잘못은 바로 인카르나를 가능케하는 기술적인 진보를 사장 된 입장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인카르나의 개발 팀은 그동안 내부 배경 렌더링 기술과 업계 전체에서 찬사를 받은 인간형 캐릭터 기술을 구현하면서 이후 개발에 필요한 바탕을 제공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기에, 그 바탕을 살려서 제대로 된 게임 환경으로 정립하고 유저들께 제공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 더더욱 큽니다. 캐쉬샵(NeX)에 관하여: 함장실과 더불어 유저 여러분들께서 마음 상하셨던 점은 바로 겉모습만 요란했던 캐쉬샵(NeX), 그리고 외안경(모노클)의 가격일 것입니다. NeX에서 제공되는 아이템의 가격대를 처음에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였던 잘못이 큽니다. 또한, 캐릭터에 입힐 옷을 팔기 전에 그 옷을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고, 그 마저도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발표해버린 것은 개발 우선 순위를 잘못 잡은 저의 탓입니다. 또한, 이브 내에서 캐쉬샵 아이템의 영역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유저 여러분께 제대로 알려드리지 못하여 심려를 끼쳤습니다. 더이상 오해가 없도록 이 자리에서 말씀드립니다. MMORPG 시장이 위아래로 뒤집히지 않는 한, 이브에서 판매되는 캐쉬 아이템은 오직 인간형 캐릭터와 주변 환경을 꾸미는 아이템으로 제한될 것이며, CSM에게 말했듯이 게임 내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을 돈을 주고 사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브 온라인에 캐쉬 아이템을 도입한 이유는 게임의 수입원을 다변화하고 이브 온라인의 질적, 양적 성장을 돕기 위한 것이며, 유저 여러분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돕기 위한 것입니다. 음반 시장의 판도가 물리적인 음반에서 디지털 음원 위주로 넘어갔듯이 현재 MMORPG 시장에서 주 수입원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캐쉬 아이템을 도입한 것은 시장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함입니다. 이브 온라인 자체와 이브 온라인을 위해 도입한 기능이 오히려 유저 여러분들께 부정적인 인상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인카르나 확장팩에 관하여: 인카르나, 즉 다수 유저들과 인간형 캐릭터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한 이유 역시 이브 온라인의 미래를 이어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유저의 창발적인 행동과 상호 작용을 자랑거리로 삼는 게임이 그동안 제대로 된 인간형 캐릭터 없이 유지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온라인 게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남들과는 자신의 모습을 가상 세계에서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인데, "자신의 모습"이란 개념이 지금까지 이브 내부에서 희박했던 만큼, 인카르나가 완성되어 제대로 된 게임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게 되면 이브 온라인은 더 넓은 목표 대중을 향해 열리게 될 것입니다. 기반이 되는 기술은 전부 갖추어져 있습니다. 이제 그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게임 컨텐츠를 만들고 제공하는 과정이 남아있습니다. 다만, 이브 온라인의 골자는 우주 공간에서의 활동이기에, 이 골자를 이어가고 개선하는 노력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인카르나의 개발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겸손하면서도 우직한 CCP를 지향하며: 제가 이렇게 유저 여러분들께 깨달은 바를 말씀드리는 이유는 이 깨달은 바를 실천으로 옮기기까지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지난 수개월간 제 자신을 돌아본 끝에 제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가치를 재발견하고, 유저와 개발자끼리의 신뢰 관계를 돈독히 다질 것을 결심했으며, 이브 온라인이라는 게임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다음 몇주간 수차례에 걸쳐 제가 구상하였던 계획을 유저 여러분께 공개할 것입니다. 저희가 유저 여러분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저희와 유저 여러분 사이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 만큼, 이 편지와 이후 이어질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유저 여러분들과 숨기는 바 없이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실수가 무조건 나쁜 것 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란 실수를 통해 배우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7년 때 지금과 비슷하게 유저 여러분들의 신뢰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고[2], 그 실수가 현재 CCP와 소통하며 개발 방향을 조율하는 CSM[3]을 낳았습니다. 지난 3달간 저의 위치와 역할을 포함한 회사의 모든 사항이 자기 성찰과 점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점검한 바를 바탕으로 이와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컨텐츠 개발 프로세스를 재정비하였고, MMORPG 시장의 전문가를 중책으로 고용하고, 개발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고, 내부 인사를 재개편하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저희 스스로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실감했다는 사실입니다. (역자 주 [2]: T20 사건. 2007년 당시 최강의 얼라이언스였던 BoB에 소속되어 있던 한 CCP 직원이 BoB에 특혜를 베푼 사건. BoB 몰락의 시작이자 CCP 내부에서 내사과가 강화되는 계기를 낳음.) (역자 주 [3]: Council of Stellar Management, 유저끼리 선출된 대표들이 모여 CCP와 이브의 개발 방향을 논하는 유저 대표 기구.) 이렇게 사태를 헤쳐가고 여러분께 글을 쓰는 와중에도 가슴 한켠에는 지독하고 뜨거운 답답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브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저희가 아직 십분지 일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는 답답함이자 열망입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보면, 제가 지금까지 벌인 잘못은 저의 열망을 접고 이익을 짜내려는 것이 아니라, 그 열망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나머지 동시에 너무나도 많은 방향으로 이브라는 세계를 확대하려는 욕심을 부린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장 된 입장에서 제가 할 일은 저의 열망을 더욱 집중적으로 표출하는 동시에 이브라는 세계가 그 과정에서 망가지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이라 하겠습니다. 아직 이브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아우터 지역 컨텐츠와 팩션간 전쟁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합니다. 새로운 함선과 함선의 역할을 창출해야 합니다. 새로운 유저들이 이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브 온라인의 세계가 제가 열망하는 것 처럼 드넓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세계가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저희 CCP는 아무도 가지 못한 곳을 가는 개척자와 같은 입장에 설 것을 결심하였습니다. 이브 온라인이라는 세계가 가진 잠재력은 이미 유저 여러분께 한차례 보여드린 적이 있으며, 그 잠재력이 꽃핀 세계로 유저 여러분을 인도하기를 CCP의 모든 직원들이 간절히 열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세계로 향하는 길은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길을 닦는데는 저희의 뼈를 깎는 노력 외에도 여러분과의 소통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지난 석달동안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이브 온라인의 주인은 바로 유저 여러분이라는 것이며, 저희 CCP는 그저 여러분을 그 세계로 안내하는 안내인이자 시종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저희와 유저 여러분께서 지닌 열망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돌린다면, 저희가 꿈꾸는 세계를 힘을 합쳐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더 이상 말을 길게 늘이지 않겠습니다. 저희가 잘 알고 있고 유저 여러분께서 익히 알고 계시듯이,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결국 행동입니다. CCP는 말하는 바를 행하고, 행하는 바를 말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오직 그 만이 저희와 유저 여러분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일 것입니다. CCP 사장 힐마르 페투르손(Hilmar Veigar Pétursson) 徘上 ----------------------------------------------------------------------------------------------------- 출처: http://www.eve-kor.com/293130 원문: http://www.eveonline.com/devblog.asp?a=blog&nbid=2672 번역문 : http://blog.naver.com/deftcrowmk2/60142928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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