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반 쯤에 신림역 인근에서 젊은 여자 손님 두 분이 택시에 탑승하셨습니다.
친구사이로 보이는 두 손님은 상암동까지 가달라고 하시고는 택시 안에서 수다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월드컵대교를 건너기 위해 올림픽대로로 접어들자 출근 시간이랑 겹쳐 차량 정체가 시작됐습니다.
차량정체가 오래 계속되고 두 손님은 수다거리도 떨어지자 심심했는지
한 손님이 저에게 라디오를 틀어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제가 즐겨듣는 교통방송을 틀어드렸습니다.
처음에는 노래가 조금 나오더니 사연소개로 넘어가더군요.
그런데 사연 중에 뇌사에 빠진 딸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한 어머니의 사연이 나오는 겁니다.
사연을 읽던 DJ도 울먹거리고,
뒷자리의 손님들도 울고,
운전하던 저도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손님들은 이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어머니의 심정이 어땠을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장기기증을 선택한 어머니에 대한 토론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손님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기사님은 이럴 때 어떤 선택을 하실 것 같아요?"
저는 목이 메인 채 간신히 대답했습니다.
"제 딸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지만,
만약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저는 장기기증을 선택할 것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고 아이의 일부나마 이 세상에 남아 있을테니까요."
아침부터 눈물바다가 된 택시 안에서 손님들과 이런 의미있는 토론을 하게 된 값진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