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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운동회 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20333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택시운전수
추천 : 4
조회수 : 1127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24/10/08 15:28:14

아들의 운동회는 학부모의 참여가 거의 없이 운동장 밖에서 참관만 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마지막에 학부모 줄다리기가 있어서 그것이 운동장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죠.


운동장 밖에서 어머니와 운동회를 구경하다가 제 어릴 때 운동회 생각이 나서 어머니께 여쭤봤습니다.


"엄마, 내 기억에는 나 국민학교 때 운동회를 해도 부모님이 보러 오거나 하지 않았었는데 맞아요?"


어머니께서 대답하셨습니다.


"학교에서 오라는 소리가 없어서 안 갔지. 혹시 다른 엄마들은 왔었는데 엄마만 안 간 거였니?"


"아뇨, 다른 엄마들도 안 왔어요. 그냥 우리끼리 공굴리기, 박터뜨리기같은 거 하고 그냥 집에 간 것 같은데."


"그래, 학교에서 오라고 안 했어. 오라고 했으면 갔겠지."


"그런데 다른 학교에서는 부모님들도 와서 김밥이랑 치킨이랑 같이 먹고 그랬대요."


"그래? 그러고 보니 나도 어렸을 때 운동회 했던 생각이 난다."


그러면서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어머니의 고향은 충북 진천이십니다.


그 당시(50년대) 운동회를 하는 날은 동네 잔칫날이었다고 합니다.


학교 운둥장까지 각종 음식을 파는 장사꾼들이 들어와서 여러가지 음식을 팔고,


한 쪽 구석에는 커다란 가마솥을 걸어놓고 국밥을 팔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집에서 싸온 음식을 먹기도 했지만 이런 음식들을 사먹는 재미도 쏠쏠했다고 합니다.


동네 유지셨던 외할아버지께서는 유지들과 교장선생님 같은 학교 고위 관계자들만 앉을 수 있는 상석에 앉아 


막걸리를 드시며 어머니를 비롯한 외삼촌과 이모들을 불러 국밥을 사먹을 수 있는 식권을 나눠주셨다고 합니다.


아마도 학교에 기부금이나 후원을 하면 주는 식권같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들도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많아서 어머니와 2인 3각을 하거나 엄마찾아 달리기같은 종목들도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요즘 운동회와 대비되는 정겨운 풍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요즘 운동회가 인간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옛날 운동회는 여러 부조리와 불상사가 발생했던 안 좋은 면도 있었기에 요즘은 운동회같은 행사에 학부모의 참여를 제한한 것이겠지요.


어느 것이나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어머니의 말씀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 번 글로 옮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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