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힘든 날이었어요.
보통 40분 거리의 매장까지 가는데에
중간에 짐 실으러 들르고 하니 한시간 반이 걸려
안그래도 허리 디스크+ 어제 평소보다 오래 작업실에 앉아있음 콤보까지 맞은 저는
매장 도착한 순간부터 통증이 좀 있고 지치더라구요
오늘따라 할 일은 왜이리 많은지
평소같으면 한두시간에 끝나는데
세시간 훌쩍 넘게 박스 쳐내고 물건 넣고 신상품 등록하고
사이사이 할로윈 데코와 청소도 좀 해주니
오전에 시작한 일이 늦은 오후를 향해 치닫더군요
출발해서 집에 가는데
별거 아니지만 마음을 긁는 카톡도 하나 와있구요
아! 이건 매운 걸 먹어야 하는 각이다 하고
주차하고 국물 닭발을 검색했어요
세트는 27900원
단품은 22000원이예요
계란찜, 주먹밥 그거
그냥 집에서 하면 되지! 하고
마누라 힘들다고 주차한 곳까지 마중 나온 남편이랑 집에 왔어요.
오자마자 계란찜부터 중탕으로 올리고
남편한테 배달 오면 세팅해달라고 하고
샤워하러 들어갔다 나오니
계란찜은 다 익었고
배달 음식은 문밖에 도착했고
남편은 쿨쿨 자고 있네요
자기도 휴일인데 오전출근하느라 힘들었겠죠
깨우지 않고 닭발에 계란찜 차려 먹어봅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할머니 손에 자랐는데
할머니가 스뎅 그릇에 해주시던 계란찜 맛이 아직도 가끔 생각나거든요
저번에 시도하고 미묘하게 다른 맛이었는데
오늘은 제법 가까워졌어요
아무래도
소금만 넣고
다 익은 후 참기름, 간장 뚀르륵
요게 골지인듯요
시판(?) 레시피 따라해봐도 답은 이거네요
오늘은 평소 제가 하던대로 참치액 좀 넣었더니
비슷한데 최큼 다른 맛이 납니다ㅎㅎ
레시피에선 다들 약불로 익히라는데
할머니는 성격이 급하셨는지ㅋㅋㅋㅋ 중불 정도로 해야 추억의
그 맛이구요
계란찜에 들기름, 간장 쪼륵 해서 밥 비비니
세상에
천상의 계란밥이예요
와인하이볼(?) 벌컥벌컥 마시면서
지친 마음은 다 털어버리려고 합니다
아름다운 것만 보기에도 짧은 인생이잖아요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베르세르트 대사의 원전을 보면
모두 각자의 싸움이 있다는 뜻인데요
내 싸움은 내가 정하는 거니까
쳐낼 건 쳐내고
아닌 건 피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보며 살고 싶네요.
고기나 생선은 아버지 드셔야한다고 썩을 때까지 쟁여두시던
기집애가 쌀을 왜이리 먹냐 하시던 할머니가
그래도 손녀라고 예뻐해주시고
자주 해주시던 계란찜 맛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