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글입니다. 이미 완성된 책한권 분량의 글을 다시 퇴고해서 올리는 거라, 연재 속도에는 무리가 없을 겁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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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3시간짜리 수업이 마무리될때 쯤, 우리 교수... 아니 강사님은 또 하나의 폭탄을 떨어뜨려주셨다. 아니, 어찌보면 모든 대학 수업에 있어서 열에 아홉은 있는 일이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는 생소한 일이라서 그렇게 생각한 것일수도 있겠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5사람이 한 조가 되어서 수업을 받을 것입니다.”
조별수업이라는건가? 라는 생각에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그런 나의 시야에 익숙한 동기들의 얼굴이 보이자, 난 약간은 안심을 하게 된다. 그래, 조별수업이라면 전에 같이 하기로 했었던 친구 두명이 있었는데. 지수랑... 경석이였던가. 걔들이랑 대충 우리동기 두명 긁어모아서 하면 되겠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강사를 다시 본다.
“...그런데, 같은 과끼리 5명은 피해야합니다.”
응?
“같은 과 5명은 시너지를 낼 수 없거든요. 인문학과 학생들이 많아서 인문학과 5명 조가 나올 수가 있는데, 그런 건 피해주세요. 차후 감점요인으로 지적받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다른 과 학생을 최소한 두명을 포섭해주세요.”
...에? 그럼 애초에 모르는 사람들이랑 조를 그냥 짜버리라는건가? 그건 그렇고, 조 구성은 다음 주에 시작하는건가?
“아뇨. 지금해주세요.”
...저 사람이. 아니, 그것보다 일단 왜 대학국어 수업에 조별 활동이 필요한거지? 아무튼 그러한 급전개된 상황에 강의실 안은 일순 술렁거렸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지수와 경석이 역시 나와 눈빛을 주고 받긴 했지만 그들 역시 답이 없는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고학번 사람들은 이런 일은 우습다는듯이 공대(특히 컴퓨터계열)나 사회과학계열 타과생들을 포섭해나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조편성시간 15분중에 10분이 지나갔을 때-
“...”
남은 학생들은 07학번 인문학과 학생들 30여명과 비전공과 학생들 6명이 전부였다. 물론 나를 포함이다.
“하아. 역시 새내기라고나 해야할까요.”
강사의 조소섞인 평가에 뭔가 울컥하고 치미는 것이 느껴진다.
“자, 이제 여기서 대략 7조정도가 만들어지겠군요. 여기서 3개조는 다른과 학생을 포섭할 수 있겠지만, 4개조는 감점을 피할 수 없을겁니다.”
젠장. 그리고 그 7개조중에 지금 내가 속한 조도 있는거군. 감점 받을수야 없지 - 하면서, 난 남겨진 ‘다른 과’ 학생들을 본다. 어디보자. 남자 셋에 여자 셋이다. 아까 소개를 할때 얼핏 들어보니 디자인학과 2명에 경영학과 1명, 그리고 경제학과 3명정도였다. 아무튼, 이 사람들중에 2명을 뽑아야하는구나 - 하면서 슥 돌아본다. 이 중에 누가 괜찮을까? ...가만. 그런데 뽑아야하는것은 우리가 아니지 않을까?
“선택은 역시나 적은쪽이 해야겠지요?”
아까부터 불길한 쪽으로의 직감은 항상 들어맞는 것이 느껴진다. 강사의 악마와 같은 웃음과 함께 조 선택권은 타 대학 6명에게 돌아갔다. 일단 남자 셋은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그들끼리 뭔가 숙덕숙덕하는 눈치를 보이더니, 현철이형과 승호형이 있는 조를 선택했다. 이로써 3:1 경쟁인가. 나는 이에 남겨진 4명을 차례차례 다시 본다. 하지만 아까와는 입장이 다르다. 지금은 저 타과 학생들이 우리를 선택하고 있는 입장이다. 남자1에 여자3. 그중에 여자 두 명은 서로 아는 사이인것 같다. 한 명은 키가 작고 한 명은 키가 거진 170은 돼보인다. 한 눈에 봐도 대조적인 인상이다. 그런데, 그렇게 차례차례의 얼굴을 보고 있는데.
“...?”
그 중 키가 큰 여자에게서 뭔가 익숙한 기운을 느끼고, 그 사람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본다.
“아...”
아. 아까 마주쳤던 그 여인. 그쪽도 날 보는 것으로 봐서, 날 알아본 눈치이다. 좋아, 그렇다면. 이 실낱같은 안면이라도 어떻게 활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활용하기에는 정말 너무나도 실낱같지만 - 이래뵈도 난, 10년간 국문학과 하나만 보고 온 인문학도란 말이다. 썰을 푸는데는 자신있다.
“저기요”
내가 그 여인에게 말을 건네자, 그쪽은 살짝 놀라는 눈치이다.
“예?”
그리고 처음 들어보는 그 사람의 목소리. 갑자기 듣는 귀에서 뭔가 소름이 돋아오는 것이 느껴진다. 왜 소름이 돋았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알 수 없다. 아니, 사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연히 알 수 있다.
“...아, 그게.”
나의 이 말은 어느새 자리를 조별로 잡고 앉아버린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충분했고, 강사 역시 흥미있는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말을 더듬는 것은 이러한 상황 때문이 아니다. 난 몇천명이 보고 있다해도 이런걸로 떨지는 않는다, 전혀. 내가 말을 더듬는 것은, 어느새 나에게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듯한, 앞에 있는 저 키큰 여자의 목소리 때문이다. 젠장. 이런 적이 없었는데?
“우...우리 조에 들어오실래요?”
살짝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이런, 당초 계획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래서야, 난 생전 처음 보는 여자한테 전화번호나 따려고 집적거리는 촌뜨기나 다를바없다. 난 분명히 우리 과끼리 조를 만들게 되어 점수를 깎이기 싫은 것 뿐인데 말이다. 강의실은 아직도 조용하다. 이제는 강의실 내의 모든 사람들의 눈이 나에게로 집중되는 듯한 느낌이다. 도대체 왜 이런 작은 해프닝에 관심을 가져주는지 성은이 망극할 따름이다. 공개프로포즈라도 되는건가, 이게. 하지만, 적어도 앞에 있는 저 사람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나보다.
“...아.” “예?”
순간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다시 한번 본다. 큰 키에 어울리지 않는 자그마한 얼굴에 머리는 단정한 단발이다. 피부는 뽀얗고 입 역시 자그마하다. ‘예쁘다!’라는 전율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적어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호감을 가져다주기는 충분한 얼굴이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얼굴보다 더 감명깊은 것은...
“그래요.”
이렇게 승낙하면서 말하는, 그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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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수업은 그렇게 조별 편성을 하고 헤어지는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07학번에서 이미 뭔가 특이한 사람으로 찍혀있었던 나는 여기서도 뭔가 한건 터뜨리면서 특이한 사람으로 그 인상을 굳혀가고 있었다. ...물론 내가 그 수업에서 정말 특이한 일을 한 것인지는 의문이 남지만.
“너 한눈에 확 간거 갖드만.”
옆에서 경석이가 장난기 짙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언제나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를 흔들거리면서 장난스러운 말투로 조곤조곤 말을 걸어오는 경석이. 하지만 난 그 말에 설레설레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목소리는 정말 인상적이었지만, 한 눈에 반한다...와 비슷한 감정은 하나도 느끼지 못했으니까. 감명 깊은 목소리였다. 라는 게 전부였다. 단지 건물을 나서는 나의 마음엔 한가지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과연, 이 조별활동은 뭘 하라고 있는걸까... 라는 정도.
“간단해요.”
답은 당연하지만, 일주일 후 다음 수업시간에 나왔다.
“장편 소설 하나를 잡고 분석하여 서평을 하나 만들어오세요. 주제는 자윱니다.” “...”
뭐, 나도 생각한지 한시간 만에 예상하게 된 답이었지만말이지. 따라서 놀라지도 않았고. 하지만말이다. 1학년 전필인 수업시간에 이런 활동을 내미는 건 좀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건가 -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긴, 이래서 Y대학교라는건가. 아무튼 어느새 우리 조는 - 아직 이름도 안 정해졌지만 - 강의실 정중앙에 다섯 명이 모여 앉는데에 성공하였고, 그리고 내 자리는 ‘우연히도’ 그 인상깊은 사람 옆이었다. 문득 옆으로 곁눈질을 한다. 칠흑같은 머리를 위로 틀어올리고 동그란 눈을 깜박거리며 앞을 보고 있다.
“성원아. 어쩔긴데?”
앞에서 수업을 듣던 경석이가 슬쩍 말을 걸어온다. 글쎄, 뭐 지금 그렇게 물어봐도 내가 어떻게 답하겠냐만.
“그래 성원아. 뭐 없냐.”
하지만 그 옆의 지수까지 뒤를 홱 돌아보면서 나에게 애절한 눈빛을 보내오자, 난 무언가 일이 잘못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뭐냐, 이 두명은. 왜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나한테 이런 사인을 보내오는거지.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 해답을 갈구하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난 순간 앞에 다가올 미래를 예상할 수 있었다.
“...아아.”
옆을 바라보니, 오늘 두 번째로 보게된 두 여인까지 나를 흥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쩌다 분위기가 이렇게 되어버린거지.
“...뭐.”
이래서 대한민국 입시교육이란 수동적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인가. 하아. 한숨이 나오는구나. - 비록 그 ‘입시교육’의 수혜자가 이런 소리를 하면 안되지만 말이지.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나에게 순간적으로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라면 도와주겠지. 네임밸류도 적절하고, 부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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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놓은 것은 있다만.” “진짜?”
어느새 수업은 종료되어 있었고, 나를 포함한 우리 ‘카오스'조(지금 생각하면 저 조명에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는 근처 카페테리아에 모여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조별발표는 1달 후부터 시작인데, 우리 발표순서는 8번째였다. 8번째라면 좀 여유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주일에 4조가 발표한단다 - 따라서 실제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5주이다. 따라서 우리를 포함한 처음 발표하는 8개조는 그 방대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하여 지금부터 모여있을 수 밖에 없었다. 눈 앞에는 오렌지 쥬스가 놓여져있다. 다른 사람들은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를 마시고 있지만, 난 기본적으로 커피를 잘 못마신다. 커피를 즐기기 시작하면 그만큼 나는 어른이 되는 것 같고, 난 그런 인식을 받아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 혼자 얘기할 순 없으니까, 대안들을 하나씩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그리고 어쩌면 건방져보일수도 있는 나의 이 말에 날 제외한 네 명 모두가 순순히 하나씩 제안을 내밀었다. 뭐, 다들 괜찮은 아이디어다. 아니 우선 모두가 적어도 하나씩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왔다는 것이 긍정적인 신호이다. 일단 프리라이더는 없다는 거니까.
“그렇군요...”
그리고 지수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모든 제안이 끝났다. 난 마지막에 이야기할 예정이다. 다들 아이디어는 괜찮았지만, 뭔가 다른 조에 비해 차별화되는 요소가 부족해보였다. 즉, 썩 괜찮지만 ‘이거다’ 싶은 것은 없다, 이런 느낌이었다. 이렇게 되면 내가 말하는 제안이 채택될 것은 어느 정도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내 제안이 채택되면, 여러 가지로 뭔가 복잡해진다. 이미 내가 이 조에서 조장이 되어버린 거 같은데, 내가 지휘와 실무를 모두 통합해서 해야될 것만 같은 불길한 기운이 든 것은 왜일까. 게다가 컴퓨터 작성 역시 이미 다른 수업인 ‘컴퓨터의 이해’ 과목에서 너무 튀어버려서, 타자연습 때 시범조교까지 된 형편이다. 내가 제안한 이 아이디어가 채택이 된다면, 어떻게든 내가 적어도 다 손은 대야 할 것이다. 젠장, 피곤하겠군. 차라리 어줍잖은 대용 아이디어를 내고 다른 걸 채택하자고 할까.
“조장님”
에?
“조장님 아이디어는 뭐에요?”
하면서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그 키 큰 여인이다. 일단 벌써 조장이라는 단어가 붙었다는 것은 차치해두더라도. 수업도중에 몇 번 말을 주고받았지만, 아직도 저 목소리는 적응이 안된다. 너무나도 인상적인 목소리.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너무나도 귀여운 목소리다.
“...아.” “옙.”
추임새까지 넣어줄 필요는 없잖아. 친절하게...
“전 김수진 작가의 작품이 어떨까 생각하는데요.” “김수진?” 경석이가 처음 듣는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그래, 그럴거야. 사실 작가 이름으로 유명하지는 않으니까.
“그 작가는 유명하지 않은데. 그 작가가 쓴 소설이 ‘내가 만난 세상’이다.” “워 진짜??”
경석이와 지수의 표정이 순간 상기된다. 하긴 저 소설은 다 들어봤겠지... 아니, 읽어봤다고 해야 맞는 표현일까. 여자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괜찮구나! 하는 정도. 그런데 잠깐. 나 왜 지금 이 제안을 하고 있는거지? 내가 떠맡기 싫어서 대충 타협안을 생각한게 아니었나?
“그 책이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면서 거의 모든 일간지와 매스컴에 보도되고 있고, 최근 청소년 문제와도 엮여서 재조명받고 있다고 들었어요.” “와. 그런데 왜 이 책을 추천하시는 거에요?”
...또 이 여자다. 이 여자의 목소리를 들을때마다 나는 뭔가 깜짝깜짝 놀라고만다.
“...아. 작가분과 아는 사이에요. 직접 인터뷰할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 나는 뭐라고 말하고 있는거냐. 사람들의 얼굴에 놀라움과 기쁨이 서리는 것을 보면서 난 속으로 ‘안돼’만을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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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회의는 너무나도 간결하게 끝나고 말았다. 두말할 것도 없이 나의 제안이 채택되었고. (물론 그다지 기쁜 소식은 아니다만) 물어볼 질문들과 발표 컨셉들을 정하기 위해 한번 더 만날 시간과 장소를 결정한 후에 헤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헤어지는 길에 나는 그 두 여자분의 이름과 나이를 알 수 있었다.
“에?? 85년생이요?” “네. 역시 좀 많죠?”
라면서 얼굴을 살짝 붉히는, 키 큰 여인. 아직은 춥다는 듯이 곁에 껴입은 트렌치코트가 앉은 채로 약간 팔랑거린다. 아니 우선, 나이가 많다기보다는 반칙이라는 생각부터 든다. 85년생이 이런 외모를 가진다는건. 난 십중팔구 동갑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아아. 그럼 저보다 세 살 위시네요.” “그런거죠.”
그러면서 눈을 살짝 찌푸리며 웃어보인다. 우리나라 단어로, 저런 웃음을 ‘눈웃음’이라고 한다. 사실 저런 눈웃음을 많이 겪어보지는 않아서 나는 그 표정을 보자마자 시선을 슬쩍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럼 말 놓으세요. 어차피 3살이나 어린데요 제가...” “그래도 돼요?”
그럼. 이런 상황에서 이런 제안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그럼 말 놓을게~ 헤헤.”
‘서연’라고 불리는 그 여자분은, 그렇게 말하면서 쑥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긁적였다. 뭐 그 광경이 보기좋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것보다 일단 목소리좀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자꾸 뭔가 당황하게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단 말이다.
“...”
잠깐. 당황스러운 느낌이라.
‘설마.’
그리고, 그 다음순간 내 자신에게 들어오는 한가지 의문을 애써 무시한다. 사실 내가 아직 여자들을 대하는데 서투르기 때문에 - 그래서 이 사람 뿐만 아니라 좀 예쁜 여자동기들을 만나도 비슷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럴리가 없지. 괜히 이성을 봤을 때 생기는 사소한 신호에 대해,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점차 자신의 감정을 세뇌한다는 것은 여러 심리 연구 보고서에서도 입증된 사실이다.
‘어떤 감정을?’
어떤 감정인지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난 거리낌없이 이 ‘서연누나’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어 다른 여자분이 자신을 ‘주현’이라고 소개하는 것으로 자기소개는 마무리지어졌다. 물론, 나이는 그 분 역시 나보다 3살 많아서 그녀 역시 우리에게 말을 놓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럼 다음 주에 뵈요~ 아니, 다음에 봐~”
밝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두 누나들을 보며, 나 역시 고개를 살짝 수그리는 것으로 답례한다. 주현누나 역시 말하는 것으로 봐서 좋은 사람 같아 보인다. 경석이나 지수도 그렇고, 조별활동하면서 서로 스트레스 받을 일은 최소한 많을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내가 벌여놓은 문제를 어떻게 수습하냐는건데 말이지. 차츰 멀어져가는 두 여자의 뒷모습을 확인하면서, 학관 카페테리아 정문을 나서는 나의 두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