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의무경찰 나왔어요. 2000년에 입대했으니까 뭐 한참 구타가 심할 때죠. 대신 이상하게 제가 군생활 할 때는 데모가 별로 없었네요.
뭐 물론 그래도 매일매일 데모진압 나가기는 했었지만 저희 윗기수가 말하던 것 처럼 화염병 던지고 이런 데모는 딱 한번만 겪어봤네요.
여튼 썰을 좀 풀어보자면
신병이 자대배치를 받으니 본부소대에서 그냥 쉬게 하더라고요.
한 3일쯤 쉬었었나? 지겨워 죽겠는데 계속 누워서 잠만 자라고 하고
일도 안 시키고 여튼 재미없지만 편하게 생활하고 있었어요.
제가 축구를 좋아하는데 그 때 마침 유로2000을 하던 때라 축구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유고슬라비아가 4강에 올라갔던 기억이 나는데
그 때 유고 애들이 참 멋있었어요. 이름은 다 비치로 끝났었죠. 미하일로비치, 미야토비치 뭐 이런 것 처럼..
여튼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유고가 8강인가 거기서 2명 퇴장당한상태로 2점 지고 있는 상황을 후반 끝날 때쯤부터 해서 미친듯한 공격으로 역전시키고 다음 라운드를 진출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 경기 이후로 제가 저희 소대 배치를 받았어요. 문제는 소대 배치 받고 2일 째 밤이에요.
유고경기가 너무 보고 싶었던 저는 그 날 새벽인가 밤인가 유고가 다음 라운드를 한다는 걸 알고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준비물은 모포와 TV
어차피 그 시간이면 다 잠을 잘테고 취침등 같은 것도 없어요. 그리고 불침번은 복도 끝에서 근무를 해서 완전범죄는 너무 쉬워 보였어요.
경기 시간에 맞춰서 눈을 떠 저의 모포를 들고 구식 TV 앞으로가서 TV와 합체를 했어요. 모포로 완전히 저와 TV를 감싸서 전혀 빛이 세어나가지 않도록.
그리고 조심스레 TV를 딱 켰는데
아.....
왜 그거 있잖아요. 구식 TV는 TV가 지금처럼 바로 켜지는게 아니고
반으로 갈라지는 느낌이 들면서 "윙~~" 소리가 나면서 켜지잖아요.
그 소리에 사람들이 다 깨네요. 아....
원래 야간에도 출동이 잦은 부대라서 (어느 군부대나 마찬가지 겠지만)
윙 소리 나자마자 바로 제 차기수는 일어나서 내무반 불키고 나머지 사람들도 주섬주섬 일어나서 뭔 일인가 알아보는데
아..........
어제 소대에 배치받은 신병이.
아...........
TV하고 합체해서 모포를 둘러메고
아.........
일단 누군가가 날라차기 하더라고요.
왜 그랬냐고 해서 암말도 안 했어요.
그냥 "시정하겠습니다" 만 했죠. 제가 눈치가 좀 빠른 편이거든요!
여기저기서 욕이 날라 들었죠.
XX 새끼 쳐 돌았네, 별 ㄸㅇㅇ같은 ㅅㄲ가 있냐? 등등
아..................
그러던 와중에 맨 윗고참이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저 ㅁㅊ 새끼 TV 가 그렇게 좋아? 저 새끼한테 비디오도 갖다줘 18"
아..................
그런데 저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거거든요.
부대에서 일주일 넘게 생활하면서 VCR을 한번도 못 봐서요.
저 曰 "비디오도 있습니까?"
아..................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