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아는 어른이 소개해 준 여성분 이름이 0서영이었는데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호감을 사려는 대화보다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떠들었음. "제가 아는 사람 중에도 서영이라고 있는데" 0서영: "오 그래요? (관심)" "동탁의 부하 장수 중에 서영이라고 있다" 로 시작해서 서영이 얼마나 뛰어난 장군인지, 조조랑 손견을 격파하고 거의 죽일 뻔했던 일화를 얘기해 주었던 게 기억나네요.
30여년전 어디서 들은 풍월에 삼국지를 읽으며 등장 인물 이름을 모두 적고 관계도를 팔로우 했는데 공책에 시작 했다가 - A4 - B4 하다가 포기 요즘 같은 마인드맵 어플 같은거 있으면 해 볼만 할 듯. 일단 세 번쯤 읽고 누가 단역인지 아닌지 파악한 후 주요 인물만 하면 해 볼만 할 듯 싶네요.
어렸을 때 봤던 원작 삼국지연의는 도술로 정규군 농락하는 장각,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려서 말보다 빠르게 달리는 주창, 죽은 사람은 못 살리는데, 숨만 붙어 있으면 삼도천 앞에서 유턴 시키는 화타, 병력 차이가 얼마나 나든 간에 진법으로 뿌셔뿌셔 하는 제갈량 등 서유기처럼 판타지 요소와 귀신, 요괴가 총출동해서 재미라는 게 폭발하는 소설 그 자체였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삼국지연의에서 판타지 요소를 하나 둘씩 도려내고 역사서인 것처럼 각색하더니, 뒤에 연의도 빼버리고 그냥 삼국지라고 부르더라고요.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하셨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셨기 때문에 자주 보지 못했다. 어느 해인가 우리 집에 오셔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줬는데, 여러 소재 중에 삼국지가 있었다. 어린 나는 할아버지의 해박한 삼국지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세월이 지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초상을 치룬 뒤 조용히 유품을 정리하고 있는데 삼국지 책을 발견하였다. 두 권짜리 어린이 삼국지였다. 그 책을 열어 보니 중간 중간 할아버지가 쓴 메모가 있었다. "劉備 유비 탁군에서 태어나서 어디서 뭘하고 뭘하다가 백제성에서 사망" 같은 각 인물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도 30년이 지났다. 그 책은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