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낙서를 한 4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검찰과 경찰은 “G20을 방해하려는 음모”라고 영장 신청이유를 밝혀 G20을 앞두고 무리한 법적용을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정부가 서울 시내 곳곳에 붙여 놓은 G20 홍보 포스터에 낙서를 한 모 대학교 강사 박모씨(41)에 대해 재물손괴 혐의로 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함께 낙서를 한 대학생 박모씨(23·여)는 불구속 입건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김상환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31일 오전 1시30분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주변 가판대에 붙여진 G20 홍보 포스터 7장에 검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쥐 그림을 그려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당시 주변을 지나가던 한 시민의 112신고로 출동한 경찰관들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단지 G20의 ‘G’라서 쥐를 그린 것뿐”이라면서 “정부가 G20에 매몰된 상황을 유머스럽게 표현하려 한 것인데, 이 정도 유머도 용납이 안되는 게 우리나라냐”고 말했다.
통상 재물손괴죄로 구속수사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벌금형으로 처리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번 경찰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직접 구속 수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 자체는 단순하지만 정부 행사를 방해하려는 의도와 음모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과태료를 물리면 될 정도의 사안에 대해 수사당국이 나서서 인신구속까지 한다는 것은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