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보카도가 좋다 약간의 비릿한 맛과 부드럽고 기름진 맛, 약간 떫은 듯 알딸딸한 맛은, 바다의 우유로 비유되는 굴과도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 하지만 아직도 비싼 가격에 손쉽게 사먹지 못한다. 엊그제 마트에 가니 하나에 2000원에 팔고 있었다. 가격이 내려갔다며 하나 살까 두개 살까 좋아하던 내 모습을 보니 추억 하나가 떠올랐다. 중학생이던 시절 미술시간의 일이다. 채소나 과일에 한지를 하나하나 붙여 그와 똑같은 모양의 모형을 만들어야 했다. 다들 사과, 오이, 당근과 같은 싸고 구하기 쉬운 것들을 가져와 모형을 만들고 있었다. 그 중 눈에 띄던 한 물체, 아보카도 였다. 조금은 잘 살던 친구가 미술시간 재료로 아보카도를 가져왔다. 그 때 난 아보카도를 처음 보았다. 신기했다. 미술 선생님도 평소에 보지 못하던 재료에 더욱 좋아하는 모습이였다. 먹기에도 아까운 재료에, 한지를 붙이고 물감을 더덕더덕 바르는 모습은 가히 충격이였다. 사실은 자괴감이 들었다. 나는 내가 쓰던 당근도 물감과 풀로 더럽혀져 먹지 못하고 버린다는 생각에 너무나 마음 아팠었는데, 그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단듯 물감을 바르는 모습이 아보카도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쓰고버리면 그만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의 당근이, 내 짝궁이 들고 있던 사과도 아보카도의 풍채에 점점 시들어갔다. 그 기세를 몰아 그 아보카도는 당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제는 먼 이야기지만 종종 이 일화를 떠올리며 생각한다. 그 때 나도 아보카도를 사용했으면 높은 점수를 받았을까?
p.s 그리고 우연히 우리 동네 마트 갔다가 다섯개 묶음에 9880원하는거 보고 절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