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복귀해서 선임들한테 이야기하면 다들 비슷한 소리를 했습니다. 너도 그래야 한다고. 그래서 받은 거라고.
그래서... 전 가끔 군인들 만나면 용돈을 줍니다. 아무한테나, 는 아니고 제 나름대로 규칙이 있습니다. 대화를 걸었을 때 약간 호의적일 때? 보통 군인들과 대화할 때 군대 이야기하면 대부분 경계가 좀 풀리면서 호의적이 되거든요. 그럼 아 고생한다 이래저래 이야기하고 슬그머니 주머니에 용돈 주면서 이거 얼마 안되는데 그냥 뭐 마실 것 사먹는데 보태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민망하니까 슬쩍 일어나구요.
한 1년 전 즈음인데... 제가 일하는 곳에 군인이 온 적이 있습니다. 어쩌다가 1:1 상황이 되어서 이야기를 좀 하다가 앞주머니에 용돈을 슬쩍 줬습니다. 당황하길래, 어차피 돈 얼마 되지도 않고 나도 옛날에 이런 돈 받아봤으니 그냥 받으라고, 그리고 이거 받은 건 주변 사람들한테 알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분이 오시더니 음료수를 주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자기를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자기는 저를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엥? 네? 했는데 자기 아들한테 이야기를 들었다고, 오늘이 여기 오는 마지막인데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 갑자기 1년 전 기억이 떠오르더라구요. 그 군인 얼굴이 굉장히 선한 인상이었는데 여자분 뒤에 있는 남자랑 겹쳐졌습니다. 아하하... 이야기하지 말랬는데 이야기를 했나보네요, 감사합니다, 라고 답했습니다.
혹시나 다음 생이라는 게 있다면 0.0000000...1 점이라도 선행점수를 쌓아보자, 라는 생각으로 선의를 베풀려고 합니다. 대신 제게 돌아오지 않더라도 잊어버릴 수 있을 만큼의 작은 선의를 베풀려고 하구요. 그런데 그게 예기치않게 오늘 돌아왔으니, 아주 웃기기도 하지만 조금 행복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