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ID : gomin_2036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 추천 : 1 조회수 : 45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09/07 08:40:11
10대 중반에 유학가서 몇년째 방학때만 잠깐씩 한국 들어오는 사람입니다.
형제도 없고... 부모님 결혼하고 몇년만에 겨우 생긴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두분 다 딸바보-ㅅ-;고... 지금 생각해보니 아빠가 엄마보다도 저를 우선으로 살아오셨네요.
근데 엄마도 저 유학가기 전까지는 항상 저를 먼저 생각하셨으니; 그래서 두분 사이에 서로 서운하고 그런게 눈에 띌 일은 없었던 것 같구요... 지금 보니까.
사실 작년...부터 뭔가 껄끄럽긴 했는데...
얼마 전에 엄마 친구분이랑 같이 식사하는데 엄마가 잠시 자리 비우신 사이에 그분이 그러시더라구요. 엄마가 갱년기에 겹쳐서 우울증이 오셨다고, 아빠가 신경 안 써주시는 것처럼 보여서 엄마가 더 힘들다고. 병원에서 호르몬제...인가 처방받아 오셨다더라구요.
지금 제가 알고 있다는 건 엄마는 모르세요. 친구분이 제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용히 귀띔해주신 거라서.
엄마랑 보내는 시간 최대한 늘리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기분 좋게 해드리려고 아양도 떨어보고 다 했는데 뭔가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고... 약으로 잡아놔도 저 떠난 뒤로 구심점-_- 없어져서 삭막해진 집안 분위기는 어떡해야 하는지 ㅋㅋㅋㅋㅋㅋ
아빠가 그렇게 무뚝뚝한 성격은 아니신데, 오히려 다정다감하고 저랑 장난도 많이 치고 굉장히 편한 분인데 엄마한테는 막 살갑게 굴고 그러실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아요. 게다가 맞벌이 하시는데 엄마는 직장이 멀고 -_- 아빠는 직장이 지리적으론 가까운데 몇년 전부터 일이 너무 많아지셔서 두분이 서로 보듬어주고 신경쓰고 할 겨를이 없으신 듯.
식구는 셋인데 제가 한국에 머무는 이 짧은 기간에도 같이 어디 간 건 두어 번이네요. 어쩌다 시간 맞으면 그냥 엄마랑만 따로 나가고 아빠랑 따로 나가고... 그러니 저 없이 두분 단둘이는 더더욱 시간이 없으시고.
아빠한테 말을 하긴 해야겠는데 아무리 편한 부녀지간이었지만 이상하게 말이 안 나와요 ㅋㅋㅋㅋㅋ
요 며칠간 아빠랑 둘이 있는 시간이 꽤 많았는데 우물쭈물하다가 한마디도 못 꺼내고 -_- 바로 방금 전에 엄마 먼저 출근하시고 아빠랑 같이 아침 먹으면서 말해보려고 했는데 또 타이밍 놓치고 ㅠㅠㅠ
저는 당장 다음주면 다시 출국인데 ㅎㅎㅎ 아빠하고는 항상 메일로 진지한 대화 나눠 왔는데 이것도 조용히 메일로 써야 하나. 형제라도 있었으면 니가 알아서 해보라고 떠넘기겠는데 ㅋㅋㅋㅋ 답답해서 그냥 한번 오유에 써봤어요.
그동안은 엄마랑 자주 스카x프로 영상통화도 하고... 그랬는데, 이젠 어른들이 말리시네요. 서로 그렇게 의존하기만 하면 제 공부도 망하고 엄마도 더 힘드실 테니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줄이라고. 저야 통화시간 줄이고 해도 상관없지만 엄마는 걱정되네요... 그래서 아빠한테 말을 하긴 해야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