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에 철학의 광신도였지만 과학을 알고 철학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철학은 과학을 열만큼 위대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만큼 창조적이지만 가끔 이미 과학으로 명백히 풀 수 있는 것을 가지고 논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철학은 과학의 한계 그 윗선에서 논쟁이 있어야 의미가 있겠죠. 과학이란 '공공연히 검증가능한' 학문입니다. 이미 검증가능한 것에 대해 과학적인 접근이 시도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몹시 물투명한 용어들과 심지어 주제에 포함되어 있는 단어를 구체적 개념으로 정의내리지도 않고 서로 머릿속에는 그 단어에 대한 개념이 다른데도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그것은 또한 철학의 기준에서도 벗어난 행위이죠.
저가 한때 철학에 미쳤던 이유는 극히 현실적인 이유였습니다. 철학은 나와 세상의 대립에서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립은 예외없이 저에게도 일어났었구요. 몹시 힘들어서 철학을 접했지만 저에게 현실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내면적인 변화는 조금 있었죠. 하지만 현실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저는 이미 가졌던 신념을 의심하고 다시 고민에 빠져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도중 심리학을 알았습니다. 심리학의 정의는 인간의 행동과 정신과정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입니다. 저의 정신상태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과학적인 연구를 토대로 이해와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딱 나왔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있어서 철학의 입지는 좁아졌습니다.
현실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논쟁과 고민이 아닌 명확히 설명되는 일과 명확한 처방으로 또한 명확한 효과를 기대할 수가 있었죠. 이게 제가 느낀 철학과 과학의 차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