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 후우... 아무리 단번에 결정내렸다지만... 막상 수술에 들어가려하니 떨리는 것은 주체 할 수가 없었다.
"떠실 것 없어요~ 호호
잠깐 주무시고 일어나시면 멋진 왕자님이 되어 있으실 거에요."
예쁜 간호사의 말에 조금 진정이 되었다. 후.. 성공적으로 끝나면 저 간호사나 꼬셔볼까? 킥킥 김치국 부터 마시는 나였다. 아냐.. 복수를 위해선 저정도로 만족하면 안돼.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인자한 의사양반의 목소리와 함께 내 몸으로 마취제가 투여되었고 곧 나는 의식을 잃었다.
......
{4}
"으..음?"
"정신이 드십니까?"
인자한 의사양반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눈을 떴다. 빛이 눈을 자극했지만 적응하는데에는 얼마 걸리진 않았다. 먼저 병실인듯 보이는 공간의 내가 누워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곧이어 난 몸을 쓰윽 훑어보았다. 온 얼굴이 붕대로 감겨 있어서 모르지만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서...성공 하신겁니까?"
"허허허... 성공입니다. 예상 외로 너무 잘 되었어요.
아마 기대하신 이상일 겁니다."
"흐...흐흑.."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오기 시작한다. 이내 쏟아져 나오는 눈물이 볼을 적셨다. 과거의 무시와 질타에 몸부림 치며 흘리던 눈물이 아닌
기쁨과 환희의 눈물이었다. 눈물은 한동한 그칠 줄을 몰랐다. 어느덧 시간이 흘렀고 내가 좀 잠잠해지자 의사가 입을 열었다.
"아마 내일 중으로 붕대는 푸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이제 형진씨 마음대로 사시면 됩니다. 좋아하시던 노래도 다시 부르실 수 있으시고,
아주 이쁜애인도 만드실 수 있을 겁니다."
의사의 말에 다시 감정이 북받쳐 올라 왔지만
꾹 참아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5}
퇴원 후 몇일 뒤 집.
문득 거울을 보았다. 과거의 못생기고 추했던 얼굴이 아닌
한눈에 봐도 감탄사를 자아 낼 듯 한 외모가 나타났다. 진짜 내 얼굴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생소한 얼굴이었다. 처음 병원에서 붕대를 풀고 거울을 보았을 때는
눈물이고 콧물이고 침이고 흘릴만한 건 다 질질 흘렸었지만
이젠 조금은 적응이 된 탓에 그 정도 까진 아니더라도
거울을 볼 때마다 설레긴 한다. 보면 볼 수록 신기했다.
인간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전혀 수술한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짜 본래의 내 얼굴인 듯 칼자국은커녕 잡티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전체적인 바탕은 예전의 나와 비슷했지만 전과는 너무 극과 극이다. 이건 정말... 의학의 발달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몇일 전 나름 테스트를 해본답시고 옷을 쫙 빼 입은 뒤
나갔더니 힐끔힐끔 쳐다보는 여자들이 다수 있었음을 느꼈다. 예쁜 여자들은 남자들의 이런시선들을 즐겼던 거구나... 확실히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추하고 못생겨서 비웃듯이 주는 눈길이 아닌
동경하고 선망하는 부러움의 눈길이었다.
이쯤되자 과거 성형수술을 반대했던 내 자신이
한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이렇게 간단하게 잘생겨 질 수 있는데... 인생을 바꿀 수가 있는데...
{6}
" 대기번호 44번 이 형진씨~"
"넵!"
수술 후 시간이 꽤 흘렀고, 붓기까지 빠진 나는 두려울께 없었다.
곧바로 오디션을 보러갔고 잘생긴 얼굴에 노래까지 감미로우니 수석으로 합격하고도 남았다. 일단 합격 소식을 들은 이후로는 모든게 일사천리였다. 먼저 내가 면접을 본, 한국에서 아이돌 배출 1순위로 유명한
드림 엔터테이먼트 사장과 대면식을 가졌고 놀랍게도 1주일 후로 데뷔 결정이 나버렸다.
1주일이 흐르고 드디어 데뷔 당일.
나는 세상에 당당하게 내 이름 석자를 알렸다.
이.형.진
혜성 처럼 나타난 실력파 꽃미남 가수 이형진. 십대 아이돌의 선망 1순위 이형진.
데뷔 한달만에 나는 광속 처럼 우리나라 십대들의
선망 대상을 갈아 엎어버렸고 좋은 실력만큼 좋은 작곡가의 노래도 많이 들어와
국내차트도 단숨에 석권해버렸다. 빠른 유명세를 타는 만큼 혹시나 내가 성형한걸 알아볼까봐서
마음이 조마조마 했지만, 전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고,
인터넷상에서도 성형설의 성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의사에게 인사를 좀 드리러 가야하는데 스케쥴이 너무 빡빡하다.
{7}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시간에
나는 예전에 집과는 차원이 다른 으리으리한 나의 새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즐기며 신문을 펴 들었다.
재미있는 기사가 한 눈에 들어왔다.
[한수빈 이형진의 데뷔에 하향세]
한수빈. 나의 윗 기에 합격한 신인.
이놈도 나 못지않은 신인으로 휩쓸었다던데...
그래도 나한테 안되는군...
내가 너 다음번호였던 못생긴 이형진이라고 하면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큭큭...
그때였다.
- 딩동 누군가 벨을 눌렸다.
인터폰을 통해 밖을 보니 아주 예쁜 얼굴이 한 눈에 들어왔다. 나도 아는 얼굴이다.
- 철컥
"들어와. 어서와 몰래온거 맞지?"
"응응! 당연하지"
모자를 푹 눌러 썼지만 빛나는 미모를 가릴 수 없는 여자가
우리집으로 들어왔다.
유은선.
내가 가요계의 거성이라면 여기있는 그녀는
뭇 남성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있는 연기계의 여왕이었다. 내가 성형하기 전부터 가장 좋아했던 연예인이자
모든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인 여자였다. 아직도 일반인들에겐 하루에 수천번도더 입에서 거론되는 여자이며
연예인들 중에서도 그녀를 노리는 남자들이 많단다.
하지만 깨끗한 생활 때문에 전혀 연예설에 말려들지 않았고
그때문에 남자에 관심이 없는 레즈 라는 설까지 항간에 떠돌았었다.
하지만 소문과는 다르게 그녀가 나에게 먼저 다가왔다.
내가 막 성형을 했을 무렵에는
성공을 위해 여자한테 잠시 관심을 끊었지만
예상 밖으로 평소에 선망했던 그녀한테 대쉬가 들어오자
결코 거절을 할 수 없었다. 마치 꿈만 같았다.
한낱 인간 말종에 불과했던 놈이
이젠 전 국민이 떠 받드는슈퍼스타와 사귀게 되다니...
"표정이 왜그래. 무슨일 있어?"
시무룩한 은선이의 표정에 내가 묻자 대뜸 답한다.
"오빠..계속 생각해봤는데...우리 발표하자.. 응?
우리 사귄다고 떳떳하게 발표해.
이런 생활 지긋지긋해...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데... 힝..."
은선이 징징 거렸다. 한참 생각하는 척을 했으나,
나 역시 마음속으론 바랬던 의견이었다.
하도 바쁜 나날에 생각만 해논 일이라 미루기만 했었는데...
조만간 공식 발표를 하는 것이 좋겠다. 그후론 이젠 진짜 나의 여자가 된다.
{8}
내가 성형을 한지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동안 하루도 쉬지않고 여기저기 불려다녔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내가 바래왔던 생활이었으니까.
인기도 얻었고. 사랑도 얻었고. 돈도 넘친다. 그녀와 나의 스캔들은 생각보다 반발이 없었다. 당연한 것 처럼 치부될 만큼 잘 어울린다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염려했던 안티도 생길 법 한데...그닥 있진 않았고,
있다 해도 나보다는 은선이 쪽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과거시절 고생 했던 것 때문일까..? 지금 정상자리에 올라서도 거만하지않고 열심히하는 모습을 보이니 안티가 있을리 만무한 것 같다.
그렇게 고생 후 현란한 생활을 하던 내가
서서히 이생활에 질려가고 있을 무렵 몸에 이상이 찾아왔다.
{9}
부작용? 그건 아닌 것 같다. 성형수술의 부작용이라면 수술부위, 즉 환부에 이상이 있어야 한다.
헌데 나의 증상은 이상했다. 먼저 잠이 잘 들지 못한다.
잠을자도 자는건지 마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티비의 나오지 않는 채널 처럼 눈이 쓰라리고
잘 보이지 안으며 흐릿흐릿 하게 보인다. 더군다나 딱히 한 것도 없는데 쉽게 피로가 찾아온다. 그간 푹 쉬지 못해서 일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나는 소속사에 몇일간 휴가를 받고는
요양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충분히 쉬었는데도 불구하고
몸은 정상상태로 되돌아가지 못했다. 혹시나 싶어서 성형을 해준 의사를 찾아가 보았지만
출장을 갔는지 안 계시다고만 한다. 역시... 그냥 피곤해서 그런걸까.. 돌아오는 길에 또 시야가 잘 보이지 않는다.
"피곤해... 잠이나 자야겠다.."
집에 도착하니 은선이가 있었다.
"오빠 어디갔다와."
"잠만... 나 피곤해... 잘게... 미안해."
"요즘 이상해 오빠... 병원에 가봤어?"
은선이의 말이 조금씩 작게 들리기 시작한다.
많이 피곤한 거 같다.
"으음..."
"오빠.. "
{10}
한달여를 푹 쉬었지만... 나아지기는 커녕 심해져가고만 있다. 잠을 안잔지... 아니 못잔지 꽤 된 거 같다. 티비와 신문에서는 나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형진 실종? 매니저 역시 몰라.]
하... 매니저와 연락 끊은지는 오래다.
정확히는 내가 잠수를 탄셈이지. 소속사 역시 내가 어디있는지 모른다. 오로지 나와 연락이 되는 사람은 은선이 한명 뿐. 그런데 요즘 은선이도 연락이 뜸하다. 바람을 피나.. 나쁜년... 몸이 더 나빠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의사양반을 만나러 가봐야겠다. 옷장에 걸려있던 야상을 하나 걸쳐입고,
거실에 있는 큰 거울을 보았다. 조금 수척해 보이는 것만 빼면 전혀 이상없는 말끔한 얼굴이다. 혹시 누가 알아볼까 비니를 푹 눌러쓰고 밖으로 나간 뒤
내 애마인 BMW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 한참을 달린 후 병원에 도착하니 마침 의사가 있었다.
"의...의사 선생님... 제가 요즘 몸이..."
"아... 간호사에게 들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수술 부작용은 아니구요. 잠깐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
제가 다시 생활을 하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다..다행이다."
의사의 대답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항상 피곤함이 지속되시고, 눈이 흐릿흐릿 하지요?
꿈자리도 뒤숭숭하고."
"네.."
"그건 체내에 주사했던 약물이 뒤늦게 양성반응을 보이는 겁니다. 지금 맞는 주사로 모두 제거 할 수 있습니다."
"해..해주세요.. 뭐든지... 원래 생활로 돌아갈 수 만 있다면..."
난 이미 의사의 꼭두각시가 되어 있었다. 의사가 한다는 대로 몸을 맞겼다.
"자 다시 약을 투여합니다."
"......"
{11}
출입 제한구역이란 팻말이 붙어있는 병원 지하.
"의사선생님? 61번 환자의 의식이 생각보다 일찍 돌아옵니다."
"그래? 그럼 한번 더 정량의 환각제를 투여하게.
그러고도 또 일찍 깨면 발작을 할 수도 있으니
그럴 기미가 보이면 그냥 죽이게."
"네."
{12}
뉴스 입니다. 경남 한 외곽에서 작은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박씨외
간호사들이 70여명의 사람들을 속여 환각제를 투여한 뒤
영원한 식물인간을 만들었다고 해 지난 9일 체포되었습니다.
검찰측에 따르면 이들이 개발한 환각제는 일정량이 투여되었을 시
뇌의 중추신경을 자극해 꿈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행할 수 있게된다고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