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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없음]술 한 잔
게시물ID : panic_203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행복한하루♪
추천 : 1
조회수 : 367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10/09 16:01:57
오늘은 여기까지만 올릴게요ㅎ
행복한 주말 되세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 춥다."



성재는 우리 시대의 전형적인 세일즈맨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가 그 존재를 증명하려는 듯



성재의 돈씀씀이도 어려워져가고 있었다.



그만큼 그는 초과 수당을 받아야만 했고



그 때문에 지금 그는 새벽에 퇴근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가 자원해서 하는 일이라지만



초과 근무를 누가 달게 하겠는가.



내 처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자신의 힘겨움이 과연 누구때문인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돌아오는건



살을 베는 날카로운 칼바람이었다.



-우우우우웅



"핸드폰을 어디다 넣어뒀더라."



성재는 뒷주머니까지 뒤져가며 핸드폰을 한참 찾아냈지만



이미 진동은 꺼진 뒤였다.



-부재중 전화 1통. 민군



"민군이구나. 민군 전화번호가..."



민군은 성재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직장 동료였다. 아니 동료 였었다.



직장 상사의 심한 괴롭힘에 못이겨 스스로 회사를 나간 당찬 친구였다.



당차다고 하기엔 뭐하지만,



직장 상사에 대한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경우는 드물다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성재가 아는 민군은 여태까지 그래왔었다.



성재와 민군의 우정은 고등학교부터 출발한다.



그들은 서로의 힘든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둘 다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었지만



한국의 수험생들은 다 마찬가지로 힘들고



그들도 예외아니었다.



같은 대학교를 진학한 뒤 우연찮게 같은 년도, 같은 회사에 입사했다.



어디 회사에 취직하고 싶냐는 둥 서로 대화가 자주 오고갔으므로



우연이라 하기엔 무리가 없잖아 있는 면도 있긴했다.



성재는 민군을 오래동안 봐왔던 것이다.



그만큼 성재는 자신이 민군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었고



그것은 성재의 민군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민군은 당한 일이 있으면 무조건 돌려주는,



무서움을 모르는 아이었다.



다만 특이한게 있다면 그 당한 일과 똑같이 돌려줄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성재와 민군은 야자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돈을 뺏겼던 적이 있었다.



돈을 빼앗았던 소위 날라리들은 성재와 민군이 아는 같은 학교 학생이었다.



돈을 빼앗기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던 성재는 그 날라리를 모른 체 했지만



고개를 돌려 민군의 표정을 보니 무언가 크게 결심한 듯했다.



서서히 성재가 그날의 일을 잊어가고 있던 찰나, 세네달 뒤,



민군은 학교에서 돈을 빼앗았던 그 친구를 정말 죽지 않을 정도로 팼다.



때렸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였다.



그 날라리가 혼자 있는 시간을 노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누가봐도 이건



돈을 빼앗았던 친구에게 앙갚음을 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고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성재는 깨달았다. 민군은 특이한 친구라고. 나쁘게 말하면 눈치없지만



나쁜 점은 아니었다. 또 그의 복수는 잔혹하고 냉정하다고.



옛 기억을 한참 떠올린 성재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민군을 생각하면 살이 떨릴 정도의 잔인한 기억도 갖고 있지만



직장에서 문제가 생기기 전까진 활발하고 웃음 많은 친구 였다.



퇴소한 뒤 민군은 자영업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성재가 직장 생활을 바쁘게 하는 통에



서로 볼 기회가 사실상 없었다.



전화도 오랜만이었는데



성재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얼른 핸드폰을 꺼내 단축 번호 3번을 눌렀다.



1번은 고향 집, 2번은 성재의 집인 만큼 민군은 성재와 매우 가까운 존재였다.



-뚜루루루루루.



-여보세요?



"어, 민군이냐? 왜 전화했어? 미안하다. 내가 핸드폰을 어디다 뒀는지 까먹어서..."



-아니, 그냥. 안 죽었나해서.



"뭐 말을 그렇게 해?"



-그만큼 통화도 못해봤잖아.



"남자끼리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통화를 그렇게 자주한다고..."



-그래서 내가 전화한게 싫어?



"싫긴. 정말 오랜만인데!"



-실은 우리 가게가 확장 이전했거든? 아니다. 할 예정이야.



"확장 이전? 돈 좀 벌었나봐?"



-지금 경기도 않좋은데 자영업으로 돈을 벌어봤자 얼마나 벌었다고.



-그냥 가게가 좁아서 옮기는 것 뿐이야.



"어디로 옮겼는데?"



-너희 집 부근이야. 전화국 맞은 편 8층 짜리 독서실 건물로.



"전화국쪽에 독서실이 있었나?"



-그건 나도 모르고, 하여간 내일 모레 개업하니까 얼굴도 볼 겸 찾아오라고.



"당연히 가지, 인마. 오늘 술이나..."



성재가 술 얘기를 꺼냈을 때 그가 회사에서 나왔던 시간이 새벽 1시임에 생각이 미쳤다.



그는 그의 손목시계를 보았다. 이미 새벽 3시 반. 문을 열 가게도 변변치 않을 뿐더러



민군에게 지금 나오라고 하는건 무리일것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그럼 내일? 보자."



-내일 모레! 지금 새벽 3시니까 집에 들어나 가세요.



"알았어. 응. 그래,그래. 끊는다? 그래."



-뚝



통화를 마친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성재는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가던 중에 생각해보니 성재가 사는 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민군의 집이 있었다.



'찾아가 볼 걸 하는 생각은 했지만 정작 시간이 남아주질 않았다.'



그런 핑계를 스스로에게 대며 집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성재는 집에 도착에 바로 쓰러지듯 침대에 누우며



주머니 속 핸드폰의 전원을 꺼서 옆에 쌓여있는 이불에 대충 던져 버렸다.



그의 핸드폰은 죽음의 카운트를 잠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아무것도 모른 체 깊고 깊은 단잠에 빠졌다.























"오늘, 어디 가야 했던 것 같은데..."



회사를 빠져나오며 성재는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일찍 퇴근하는 오늘, 분명 무언가 약속을 잡아놨지만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성재는 머릿속으로 자책하며 손버릇처럼 핸드폰으로 최근 통화 목록을 뒤적거렸다.



-부재중 전화 1통. 민군



-발신 전화 1통, 민군



"아! 맞다. 그 녀석 가게 옮긴댔지!"



몇 번 버튼을 누르던 그는 푸른색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변호사 강견석입니다.



"어, 그래 견석아 난데."



견석이는 성재의 초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였다. 하지만 중학교를 다르게 가면서 서서히 멀어져갔다.



하지만 견석이의 사법고시 합격 소식이 다시 성재에게 하여금 둘의 사이를 가까이 하게 했다.



-왜? 지금 일하는 중이야.



"무슨 변호사가 회사원보다 바쁘냐? 그 지난 번에 내가 물어봤던 거 어떻게 됐어?"



-뺑소니는 중범죄이긴 해. 하지만 딱히 본사람이 없는 이상, 뭐 당한 사람만 불쌍한거지 뭐.



"뭐 어떻게 사법 처리 안돼는 거야?"



-불가능 하지. 법정에 세우기는 커녕 사고가 터졌는 지도 모를 거 아냐.



"그...그렇지?"



-그런데 왜?



"아니 그냥, 난 뺑소니 당하면 어떡하나 싶어서 말야 하하."



-무슨 되도 않는 소리야.



"아냐. 일 방해해서 미안하다. 응. 고마워. 그래."



"아무 상관 없다, 이거지?"



성재는 사실 얼마 전, 아니 세네달전 큰 사고를 저질렀다.



지방으로 출장갔다 돌아오던 도중 집 근처에서 한 노인을 뺑소니로 쳤다.



그순간 그는 덜컥 겁이나 우물쭈물했지만,



근처를 둘러보니 워낙에 늦은 시간이던 터라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아무도 못 본 사고. 이미 노인은 죽었다는 확실한 육감이 들었다.



내가 스스로 발에 족쇄를 차느냐, 다시 성재로 돌아갈 것이냐.



그의 마음에는 이미 검은빛이 번져있었다.



















"이 건물인가?"



건물 주변에 개업환영이라는 둥 여러가지 화환과 꽃가지들이 널린 것으로 보아



민군의 가게가 여기임을 알수 있었다.



역시나 8층짜리 건물이었고 7층에는 독서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몇 층이랬지?"



성재는 핸드폰을 꺼내 민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민군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성재는 어쩔 수 없이 직접 가게를 찾아 나서야 했다.



"8층? 8층인가보다. 무슨 가게가 꼭대기 층에 있어."



-꾹



그는 엘리베이터에 올라 8층 버튼을 눌렀다.



등 뒤에 있던 거울에 자신의 얄팍한 주머니가 눈에 띄었다.



성재는 '부자라고 주머니가 두툼한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연신 빨간 빛을 비추던 8층 버튼은 성재를 태운 엘리베이터가 꼭대기 층에 다다르자 그 빛을 잃었다.



"에고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현기증과 잠시 어지러움을 참으며 성재가 민군의 가게 앞으로 다가갔다.



누군가 가게에서 나오나 싶었는데 



성재를 반기러나오는 민군이었다.



"성재야, 빨리 오지. 왜 이제와?"



"이래저래 머리 아픈 일이 있어서."



"그래, 이제 괜찮아."



"으..응"



"난 잠깐 화장실 갖다 올게."



민군은 가게 옆 화장실로 간 동안 난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일단 가게 안으로 들어가보니 가구들은 하나 없고 휑했다.



물론 가운데엔 푸짐한 안주를 비롯한 술자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민군이 자영업을 하며 친해진 사람들 하며



대학교 동창, 고등학교 동창, 심지어 우리 회사 직원들까지 없는 사람 빼고는 다 온 것 같았다.



성재는 조금 조용한 자신과 달리 민군은 활발한 성격으로



인간관계가 원만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성재와 민군, 그외 모인 사람들은 민군의 가게 확장을 축하하며 술자리를 같이 했고



그 술자리는 의외로 늦게 끝났다.



성재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가고 난 뒤 성재도 집에 가려는 듯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민군아, 나 얼마 안 먹었는데 취하네."



"빨리 들어가. 차 갖고 왔어?"



"차? 집이 여기, 여긴데. 무슨 차야."



"그래, 들어가."



-꾸욱



엘리베이터에 올라선 성재가 다시 1층 버튼을 눌렀다.



"입에 뭐가 꼈나?"



불편함을 느낀 성재가 거울을 보려고 몸을 돌렸다.



하지만 등 뒤엔 그저 엘리베이터의 회색빛만이 비추고 있었다.



"뭐야? 거울 어디갔지?"



-툭!



성재의 핸드폰이 등을 돌린 성재 앞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그는 누군가 목을 조임을 느꼈다.



격하고 세게 죄진 않지만 굉장히 답답하고 무서운 느낌이 성재를 강타했다.



성재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는 엘리베이터는 3층에서 멈추고 있음을 느꼈다.



"큭.. 제길..어떻게 된거야."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떡하니 서있었다.



민군이었다.



"민..민군아!"



성재는 민군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건



고등학교 시절 그 날라리 친구에게 대했던 차가운 복수의 눈빛이었다.



"최성재."



"미.. 민군아!"



"최성재, 넌 아주 큰 죄악을 저질렀어. 어떻게 사람을 죽이고도 모른 체 할수 있지?"



"!?"



"지난 번에 저지른 뻉소니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말이야..."



"니... 니가 어떻게..."



"그 노인이 알려줬다."



"?"



"우리 아버지, 늦은 새벽에 아들을 기다리려고 나오신 우리 아버지를!"



"!!"



성재가 눈을 크게 떴다. 이제 답답함을 넘어 숨쉬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미...미안..해."



"친구를 잃는 건 뼈아프지만 넌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해." 



"한가지 과학적인 상식을 알려주지. 엘리베이터에 왜 거울이 달려있는 줄 아나?"



"크으으으으윽."



"대답하기도 곤란한가 보군."



"사람마다 폐쇄공포증이란걸 같고 있는 사람이 있거든?"



"엘리베이터에 거울은 일부러 공간을 넓게 보이게 함으로써 그런 사람들을 배려해준거야."



"니가 직접 그런 말을 했지? 빨리 취하는 것 같다고..."



"으으으윽.."



"강력한 폐쇄공포증을 일으키게하는 약물을 네 술잔에만 묻혀뒀지."



"으으으크으으큭...."



"자... 자기자신이 네 목을 조르니까, 어때?"



물론 성재가 직접 손으로 목을 조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성재의 몸은 지금 성재가 통제할 수 없었다.



기도 주변의 근육들의 움직임이 성재의 목을 죄고 있었다.



'머리 아픈 일이 있어서...'



'그래, 이제 괜찮아.'



아까 가게를 들어가면서 민군과 했던 대화가 성재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민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성재는 그냥 '응'으로 둘러댔지만



이제 괜찮다는 말은 성재의 마지막을 의미했다.



"미..민구...군아.."



숨 쉬기도 어려운 성재가 아주 힘겹게 민군을 불렀다."



"미..미..안해."



"저..정말..로... 미..안해."



민군의 발목으로 향하던 성재의 손이 바닥으로 축 늘어졌다.



"쳇. 이건 정당한 일이야. 우리 아버지에 대한..."






















출처



웃대 - 서효림A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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