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내 친정에 방문했는데
예정에 없던 1박을 하는 바람에 핸드폰 충전기를 못 챙겼다.
다른 충전기와 호환이 안되서 첫날 저녁부터 핸드폰이 꺼졌는데
딱히 불안하지도 않고, 불편하지도 않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자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든다.
예전의 나는 친구도 참 많고, 약속도 참 많고, 약속 없이도 누군가 불러내면 나가고
핸드폰이 없으면 누군가 연락을 못 받을까 불안했는데
아내와 육아를 위해 나의 저녁 이후의 삶을 가정에 온전히 바친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이고, 후회도 안 하고, 아기도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지만
예전에 항상 함께였던 그 친구들은 다 어디 갔을까
그 많던 약속들은 다 어디 갔을까
그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던 나는 대체 어디에 간걸까
뒷좌석에 아내와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많은 생각에 우울해진다.
그러면서도 내가 우리 가정을 덜 생각해서 이런 기분이 드는건가
이제 겨우 아기도 7개월을 넘겼는데 벌써 마음이 태만해진건가
이런 죄책감도 든다.
아내는 이런 마음을 이해 못 해준다.
아내는 이 지역에 친구들도 거의 없고, 정말 나와 아기만 바라보고 사는데...
내가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달라고 하면 이해를 못한다.
내겐 분명 내 가족이 최우선이고, 가장 소중한데
가족만으로는 충족이 안되는 뭔가가 있다.
생각해보니 전형적인 육아 우울증이다.
육아 우울증에 걸린 아빠라니...웃기면서도 슬프다.
외로운 마음에 오래된 친구에게 연락을 해보니
그 친구도 아들을 재우느라 일찍 자서 연락을 못 받았다고 아침에서야 연락이 온다.
언젠가 한번 만나자고, 의미가 있을까 싶은 말로 대화를 마무리한다.
사람들이 그립고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