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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도 10명이면 베스트] 드래곤 라자의 숨겨진 엔딩.BGM
게시물ID : humordata_8903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혼탄
추천 : 1
조회수 : 113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10/11 13:40:58
... 그러자 카알은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샌슨의 기억이 정확했는지, 우린 곧 정문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나가던 궁내부원들이나 시녀들이 우릴 보고 놀랐지만 카알은 거기에 눈길도 주지않고 걸어갔고 우리 둘도 카알을 따라가느라 별로 주위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뛰쳐나왔다는 것이 적합할 듯한 동작으로 카알은 정원으로 나왔다. 정원으로 나온 카알은 당장 하늘을 보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뭐가 저렇게 화가 난 거지? 나와 샌슨은 말도 못 걸고 아주 불쌍한, 그러니까 무슨 이유에서인지 화가 잔뜩난 수탉을 피해다니는 병아리 모양으로 조심스럽게 카알에게서 떨어져 있었다. 카알은 자신의 분노를 억제시키듯이 한참을 후후거리더니나직히 한 마디 했다. "빌어먹을 놈…." 당황해서 '죄송합니다.' 라고 말할 뻔 했다. 샌슨이 물었다. "누구 말입니까?" "닐시언이라는 놈 말고 누가 있겠어." 목소리는 높이지 않았다. 카알도 어느 칼에 맞아죽을지 모르는 그런 말을 함부로 고함 지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샌슨과 나는 소름이 돋아 말도 제대로 못했다. 샌슨은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고 나도 황급하게 둘러보 았다. 저 멀리 아까의 그 40명의 궁성 수비대원들이 보였지만 거리가 충분히 멀었다. 아무도 못듣겠다. 샌슨은 일단 안심하고나서 허옇게 질린얼굴로 카알을 바라보았다. "카, 카알. 저, 무슨 일로 화가 나신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화를 좀 가라앉히시고…" "가라앉히시고? 대거라도 입에 물고 닐시언을 찾아갈까?" 나도 더 못참게 되었다. "카알! 제발. 왜 이러세요!" 카알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는 노래하듯이 말했다. "제기랄 놈, 대가리는 여물어서 형의 자리를 꿰찰 정도는 됐겠지. 하지만 더러운 근성은 어찌할 수 없었군. 젠장, 루트에리노 대왕의 핏줄에 저렇게 비열한 자손이 나왔다는 것이 불가사의하군." "카, 카아아아알!" "아무도 안 듣잖아!" 이게 정말 카알 맞나? 카알은 아무도 안듣는다고 이렇게 누굴 험담할 사람이 아닌데? 도대체 얼마나 화가 났길래 이러는 거지? 그 때 누군가가 말했다. "내가 듣는데요?" 죽었구나. 돌아보니, 정원수 뒤에서 한 아가씨가 나타났다. 20대 중반쯤? 꺽다리 아가씨로 상당히 훤칠했다. 이루릴 정도로 키가 크지만 몸이 좀 가냘프다. 아니, 그것보다는 이루릴처럼 잘 짜이지 않은 평범한 몸매라고 해야겠다. 이루릴은 키가 큰데도 몸이 잘 짜여 있어 키 가 크다는 느낌이 별로 없지만, 이 아가씨는 키에 어울리는 몸매를 하고 있어 훤칠하다는 느낌이 바로 온다. 잿빛 머리에는 머릿수건을 쓰고 가슴까지 올라오는 작업복을 입고 손에는 전정가위를 들고 있었다. 작업복 의 커다란 주머니에는 밧줄 오라기, 작은 가위, 칼 등이 가득 들어있었다. 정원사인가? 카알은 당황해서 말했다. 흠, 죽게 되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나? "누구십니까?" "데미 바이서스. 원래는 데밀레노스 바이서스지만 데미라고 불러요. 데 미 전하는 이상하죠?" "공주님이시군요…." 카알은 맥이 탁 풀린다는 음성이었다. 이제 죽게 되었으니 갈데까지 가보자는심정인가 보다. 계속 무릎도 꿇지 않고 태평한 모습이다. 뭐, 난 재빨리 무릎을 꿇으려 했지만, 카알이 이렇게 나오니 나만 무릎을 꿇는 것도 어째 치사스러운 것 같아 무릎을 꿇지 않았다. 샌슨도 멍하니 서 있었다. 데미 전하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얼굴로 정원수의 가지 하나를 잘라내더니 우리에게 다가왔다. 자른다라… 이번엔 단두대가 생각나는걸? "당신은?" "카알 헬턴트. 공주님의 오빠를 알현하고 가는 길입니다." "국왕 전하를 욕하시던데요?" "욕 먹어 싸니까 욕 했습니다." "그렇군요. 병사! 이놈들을 끌고가서 목을 쳐라!" 기세 좋게 소리치는 데미 전하. 파랗게 질린 얼굴의 카알과 털썩 주저앉는 샌슨이 보인다. 하지만 왠지 나는 담담해지는걸? 아마 애초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었나보지. 나는 멀리서 할버드를 꼬나쥐고 달려오는 궁성 수비대원들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읖조렸다. "내 역할은 여기서 끝났어요. 첫눈을 그 만가로 삼아 떠나간 내 마법의 가을처럼 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 것이죠." 나는 고개 돌려 카알의 주름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어깨 너머로, 석양을 향해 나는 까마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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