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중국기업들이 세계적 투자은행들을 상대로 '배짱'을 부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주간사와 인수단들에게 대규모의 주식을 떠안으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는 것. 주식 매각 실패로 상장이 실패하거나 자금 조달 규모가 줄어드는 것을 사전에 막겠다는 뜻이지만 주간사들은 세계 최대 IPO 시장으로 떠오른 홍콩을 지키기 위해서는 거절 할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 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페이스북에 이어 두번째로 큰 IPO로 예상되는 중국 인민보험(PICC)의 증시 입성을 앞두고 회사측이 주간사들에게 사실상 총액인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합의된 수준의 사전 주식 주문과 함께 미 매각 주식이 발생해도 주간사가 모두 떠안는 조건이라고 정통한 소식통을 통해 보도했다. PICC는 오는 7월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면서 약 60억달러(7조728억원)를 조달할 예정이다.
이같은 조건이 추가되며 주간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상장이 코앞인데 조건을 받아들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다.
이번 기업공개의 대표 주간사는 중국 국제 캐피탈과 크레디트 스위스, HSBC다. 지난주까지 약 10여개 은행들이 인수단에 참여하기 위한 경쟁을 벌여왔다. 도이치뱅크, JP모건체이스, 맥쿼리, USB 등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금융기관은 이미 이같은 조건에 익숙한 상황이지만 해외 은행들은 다르다. 내부 규정상 이같은 요구를 뉴욕과 유럽의 본사에 어떻게 설득시켜야 할지도 난감하다.
이같은 인수 조건은 홍콩 기업공개 시장에서 점차 확산되는 조짐이다. 상장 추진 기업들은 상장의 성공을 사전에 확실히 하기 위해 이같은 조건을 내걸고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PICC에 앞서 올해 상장한 하이통증권과 지난해 연말 상장한 시틱증권 등도 이같은 인수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조건이 더해지면서 은행들은 먹을 파이가 더 적어진다는 평이다. 복수 주간사가 일반화되며 이미 인수 수수료는 하락한 상태다. 10억달러 규모의 그래프트 다이아몬드의 기업공개시 수수료는 1.75%였다. 5년전의 2.5~3.5%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