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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스압]미국에서 우승한 이야기[약간혐오?]
게시물ID : humorstory_2050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케익칼
추천 : 12
조회수 : 77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11/16 19:54:20
안녕하세요 케익칼입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려는 것은 100% 제 실화 입니다.

저는 미국에서 한 작은 대회를 우승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오늘 해 볼까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8년 여름이었습니다. 여름에 쓸데없이 파트타임을 더 하겠다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않고 땡깡을 부리던 어느날, 인디펜던스 데이가 레알로 저에게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미국의 3대 명절! ㅋ뤼ㅅ마스, 땡스기빙(추수감사절)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인디펜던스 데이였던 것이었습니다 ㅋ

그러나 특별한 계획이 없었던 저는 친구 가족이 다니는 교회(사이즈가 몇천명 쯤 되는 외국인들 위주의 교회임. 한국인 나 하나 ㅋㅋ)에 불꽃놀이를 보러 가기로 하였죠.

미국인들은 이 독립기념일을 폭죽 속에서 지내야 한다는 전통이 있어서 이 날은 보통 이렇게 지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얼싸 좋구나~ 미국 문화 체험이요~ 하면서 좋다고 따라 갔더랬죠.

그곳에 도착하자, 어린 친구들을 무대로 불러 화기애애 재롱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옆에는 수 많은 놀이기구(공기 넣어서 노는 미끄럼틀, 미로, 등등 어린이용)와 엄청난 수의 매점들이 있었습니다.

식도락인 저는 옳다구나 칠면조 다리를 사들고 (엄청 큽니다 ㅋㅋ 들고 다니면 도끼로 착각할지도. 맛도 좋지만 이 사이에 무자비하게 낍니다.) 에헤야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기 멀리서 제 친구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절 향해 달려오는 것이 아니겠슴니까?

그 모습이 징그러워 일단 소심한 보디블로를 넣고(일단 저보다 크다구용 ㅠ.ㅠ) 왜 이리 신났냐고 묻자

"야 너 내가 대회 있다고 해서 참가 신청 해놨어"

아놔 -_-;; 이 쉐키가 오늘 조용히 선비의 마음가짐으로 문화를 즐기러 왔더니만 ...

"무슨 대횐데?"

"어? 뭐 먹는 대회라던데?"

이태까지 전 1시간 뒤 제 추한 꼴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30분 뒤, 무대에서 대회 참가자들을 호명하더군요. 신경 안쓰고 있던 저는 친구가 "야 너 부른다" 해서 드디어 뜯던 칠면조 다리를 친구에게 내주고 무대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무대에서 바라본 친구의 얼굴은 데스노트에서 나온 사신보다 더 음흉한 미소를 띄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가족들은 무슨 중요한 일인 양 옆에서 재롱을 떠는 한살배기 아이도 무시한 채, 비디오 카메라를 다시 점검하며 비장한 표정을 띄고 있더군요.

이때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기리란 걸 직감 했습니다. 저와 친구처럼 서로 욕을 나눈 사이에서 저렇게 밝고 비열한 웃음을 날린다는 건.... 좋지 않은 징조

그리고 제 앞에 서있던 사회자가 큰 목소리로 대회의 룰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제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 갔죠.

제 친구가 저를 출전시켜준 대회는 "할라페뇨 많이 먹기 대회" 였던 것입니다.

이 새끼!ㅁㅉㄸ$!@!!! 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이미 제 친구는 승리자의 표정으로 절 보고 있더군요.

친구 왈 - "Yeah! Go (제이름)!!!"

그 순간, 제 앞에는 한 박스의 할라페뇨가 놓아졌습니다.

순간 엌 소리가 났지만 제 이름까지 불러가며 신나게 휴일을 즐기는 친구를 보고 약간의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래도 한국인인데. 김치찌개와 떡볶이, 고추장과 청양고추로 다져진 한국인의 입 아니겠습니까?

자부심을 가지며 '까짓거 함 이겨주지' 하고 거만한 표정으로 친구를 주시해 준 후, 옆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제 옆엔 제가 경쟁해야할... 거구의 헐크 호건이 계셨습니다. 그 뒤로도 몇몇 까다로운 상대가 보였지만

딱 봐도 엄청난 근육질에 회색 콧수염을 가진... 머리를 반대나(천)으로 묶고 왠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대륙을 횡단하실 거 같은 분이 서 계셨습니다.

이겨도 문제가 될 거 같은 느낌에 살짝 지릴 뻔 했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벌벌벌벌 떠는 손으로 제 앞에 있는 할라피뇨 박스에서 먹기 좋게 5개씩 제 앞에 늘어놓기 시작했죠.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사회자가 부른 숫자 만큼의 할라페뇨를 먹으면 승리하는 그 경기에서,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죠.

사회자가 시작을 알리고, 20개의 할라피뇨를 먹어치우기 위해 전 아무 생각 없이 그 고추들을 제 입에 넣기 시작했습니다.

피자집에서 할라피뇨 나오죠? 그건 피클 된거에요. 장아찌죠. 제가 먹은 건 생 고추 할라피뇨랍니다. 사이즈도 좀 커요 

이걸 한꺼번에 세개를 입에 꾸역꾸역 넣었습니다. 그리고 씹었죠.

그런데 이게 왠걸. 맛있는 것이었습니다. 풋고추 먹는 식감과 똑같더군요. 피망도 고추도 아닌 이 맛.

그래서 얼른 씹어 넘겼습니다. 시간은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또 같은 패턴으로 입에는 항상 2개분의 할라페뇨를 씹으며 엄청난 속도로 고추들을 먹어 갔습니다.

그리고 옆의 헐크호건 아저씨가 생각나 눈길을 돌리자...

울고 계셨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개 드시고 눈을 비비다가 울고 ㅋㅋㅋㅋㅋ

이로 인해 한번 큰 고비를 맞았지만 태연히 넘기고 빠른 속도로 해치워 드디어 고추가 6개 남았을 때

저는 지옥을 봤습니다.

식도에서 올라온 고추의 향이 눈을 자극하고, 코는 이미 콧물로 가득차 호흡이 곤란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로 인해 먹는 페이스는 크게 떨어졌고 이제 하나씩 먹는 이 초록색 악마의 열매는 입에 닿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주며 저에게 남우주연상을 줄 만한 표정을 짓게 하고 있었습니다.(비디오 판독 결과 확실함)

드디어 마지막 고추를 입에 넣는 순간, 저는 감격을 이기지 못하고 주먹을 불끈 쥔 손을 들어올렸습니다.

해냈다! 라는 마음에 멋지게 히딩크식 어퍼컷으로 손을 쭉 하늘을 향해 불꽃놀이처럼 쏘아 올렸습니다.


물론 제 얼굴엔 콧물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말이죠.


제 번쩍 든 손을 사회자가 잡고 제가 이겼다는 사실을 발표하자마자 저는 무대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상품따위, 시상식따위 다 필요 없었습니다.

물. 물이 마시고 싶었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제가 마시던 물통을 찾아 이미 쓰러져 웃고 있던 친구를 밟고 계속 달렸습니다.

물을 한병 다 마셨지만 매운맛은 전혀 가시지 않고, 입 언저리로 오히려 퍼져가고 있었습니다.
(매운거 드시면 물 드시지 마세요. 우유 드세요)

친구 아주머니가 후광을 보이시며 그 집 갓난아기가 먹는 분유통을 ㅋㅋㅋㅋ 저에게 하사하사, 저는 물과 분유를 입에서 섞어가며 마셨습니다 ㅋㅋㅋㅋ

그 후 약 10분동안 미친 생쇼를 한 뒤에야 전 제정신을 찾을 수 있었고, 친구는 제 대신 시상을 하고 있더군요 (비정한 놈)

그리고 부상으로 받은 상품은 30만원 상당의


이동식 사다리


???!!?!

난 유학생이고, 사다리는 쓸일이 없을 뿐이고, 친구 아저씨가 사다리는 우리집에 보관해도 좋다고 할 뿐이고, 입이 아파서 말을 못할 뿐이고, ㅠ.ㅠ

결국 여차저차 진정을 하고 불꽃놀이를 모두 즐기고 집에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지옥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그 악마들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는 더욱 강력한 복수를 위한 전초전, 예고편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매운 음식은 나올때도 맵다는 사실을 전 그때 난생 처음 깨달았습니다.

정말 1mm 나올때마다 엉덩이로 매운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 변기에 바지내리고 울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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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슬픈 독립기념일 에피소드 입니다 ㅋㅋ

나중에 헐크호건 아저씨가 열라 이쁜 딸이랑 축하한다고 온건 자랑

근데 입아파서 암말도 못하고 찌질하게 애기 분유 뺏어 퍼먹고 있었던 건 안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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