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교제 3번 걸리면 퇴학…“사랑은 19금이 아니랍니다!” 신체 접촉별로 벌점 중·고교 81%서 교제 등 금지 청소년단체 ”결정권 인정을”
임지선 기자
지난 9월 경기도 안산시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택시를 타려고 함께 길가에 서 있었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이 학교 교감이 즐거운 표정의 두 학생을 유심히 지켜봤다. 다음날 두 학생에게 ‘3일 교내봉사’의 징계가 내려졌다. 왜일까. ‘죄명’은 ‘윤리거리 위반’이었다. 이 학교에는 남녀가 50㎝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윤리거리’ 규칙이 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들이 지난 9~10월에 전국 주요 지역의 중·고등학교 354곳의 교칙 등을 조사해 16일 공개한 결과를 보면, 전체의 81%인 286개 학교가 학생들의 이성 교제나 신체접촉을 금지하는 교칙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양평군의 경우 이 지역 고등학교 8곳 모두에 이런 교칙이 있었고, 부산의 경우엔 142개 고등학교 가운데 119곳이 관련 교칙을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현실에서 청소년들에게 ‘연애’란 금기에 가깝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는 ‘이성 교제로 3번 적발될 경우 퇴학 처분’이란 규정이 있어, 최근 한 남학생이 전학을 가고 여학생은 자퇴를 했다. 광주광역시의 한 중학교에서는 교내 방송으로 이성 교제를 하는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 한 곳에 모은 뒤 헤어질 것을 지시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는 “이성 교제를 하는 학생은 발각 즉시 전학조처”라는 불호령이 교내 방송을 통해 공지됐다.
교칙은 ‘신체접촉’에 특히 엄격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는 신체접촉 수위별로 벌점을 차등해 매기고 있다. 어깨동무·팔짱은 15점, 포옹은 30점, 키스는 50점이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교문에서 서로 팔짱을 끼고 있던 학생들이 교감에게 적발돼 엉덩이와 허벅지를 맞았다.
아수나로 회원들은 이날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 모여 ‘청소년 연애 탄압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행사를 열고 “사랑은 19금이 아니야!”라고 외쳤다. 아수나로의 공현 활동가는 “학교는 학생들의 사랑과 성을 금지하고 처벌하기에만 급급하다”며 “청소년들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누릴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