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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몰락하였다는 글을 읽고 생각하는 바를 적어봅니다.
게시물ID : readers_205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튜스데이
추천 : 0
조회수 : 48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6/29 17: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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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문창과 졸업생이자 현재 텍스트 창작은 꿈도 못 꾸고 있는 직장인으로써 문학이 몰락하였다는 글을 보고 평소생각했던 점을 좀 길게 적어봅니다.

 

먼저 순수문학은 개뿔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문학에순수는 어디 있고 문단이니 뭐니 하는 건 다 뭡니까? 순수 문학이라는 것이 없는 마당에 문학의 몰락은또 무슨 말입니까? 문학이 어떻게 몰락하나요? 저는 문학은 그냥분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사람들은 다른 오유의 게시판에서 감동적인 수필과 재미있는 스토리들을 읽으며즐기고 있습니다. 게시판 여기저기서 작금 시대를 한 마디로 비유하거나 축약하여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글들 또한 인기 있더군요. 그게 현시대의 수필이고 소설이고 시이고 문학입니다. 단지 종이 책에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장소로 이동했을 뿐이지요. 컨텐츠는그대로 있는데 출판사가 망한다고 문학이 몰락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름 없는 수 많은 작가들에 의해 수많은 이야기들이 창작되고 있으며, 그걸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문학의 몰락이 아니지요.

 

몰락하고 있는 것은 정확히는 옛날 방식들입니다. 종이로만든 책, 옛날 문장들, 옛날 소재들 뭐 그런 것들이지요. 그건 앞으로도 계속해서 몰락할겁니다. 어쩔 수 있나요. 발레를 보세요. 작성자님께서는 뭐 인기 있는 발레리나나 1990년대 이후 창작된 유명한 발레 공연을 직접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전없습니다. 국악 공연은 어떤가요? 예전엔 LP 로도 국악 엘범이 나왔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지요. 명창들공연 일부러 찾아 보시는 분들 계신가요? 드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발레나 국악 공연은 작성자님께서 말씀하신 요즘 학생들이 보는 순수 문학과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뭐 그런걸 보냐. 하는 느낌이죠.둘 다 훌륭한 예술이고, 막상 보거나 들으면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긴 하겠지만 현대무용쯤되면 그것 마저 느끼기 힘든 경우도 많아집니다. 그래서 몰락하는 겁니다. 좀 더 재미있고, 좀 더 현시대를 반영하는 작품들이 주변에 널려있는 거죠. 계속해서 몰락하다 보면 소수의 마니아들만 즐기는 부분들이 될 겁니다. 찾아보면 여기에도 비슷한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발레 마니아, 국악 마니아, 클래식 마니아들이지요. 그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순리대로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성을잃어버리는 거지요.

 

사실 요즘 애들은 책을 안 읽는다라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고조선 신화시대부터현대까지 통틀어 살펴도, 지금처럼 문장들을 즐기기 위해 읽는 아이들이 많은 시대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양으로나 질로나 모두 훌륭합니다. 단지 얼마 전에 칭송 받던 문장스타일과는 다르게 요새는 좀 더 친숙하고 읽기 편안한 구어체 스타일의 문장이 좀 더 인기가 있는 것 뿐이지요. 창작자에붙어 살아가시는 기생충 같으신 비평가분들 현재라면 파워 블로거랑 이 분들이 뭐가 다를까요. 심지어 파워 블로거지랑 비슷한 행태를 보이시는 분들도 많다는 점에서도 그렇지요. - 이 뭐라 하던 간에 중요한 것은 본질적인 재미이지요.(재미라는것이 단순히 웃긴다는 의미가 아님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도움이 되는 책이니 중고생이 보는 뭔책이니..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사람들은 재미있는 걸재미있다고 생각할 줄 알고 재미 없는 건 핵노잼이라고 말할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시점에서 봤을 때, 문학은 몰락했다. 이상한 말입니다.문학이 몰락했고 아이들이 책은 안 보는데 왜 문단에서 싸구려라고 까이는 장르문학은 잘 팔려나가고, 심지어얼마전에 모바일 앱으로 나온 누군가의 시집은 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까? 시의본질은 작가가 시상이라고 불리는 당시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단어를 짜내고 문장을 조합해 만든 텍스트이지요. 아무리 그럴듯한 단어를 늘어놓아도 독자가 이게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다면 그냥 중2병 되는 거지요. 작성자님께서도 합평 시간에 많이 말씀하시는 부분이라고생각합니다. 저도 많이 들은 이야기이지요. 문학이 그런 것이라면위의 시집은 명품입니다. 그러니 팔렸지요. 그러나 그런 새로운매체에서의 부흥은 보지 못하고 오직 물리적인 종이 책을 읽고, 그게 많이 팔려야만 문학이 부흥한다는인식 자체가 낡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아이들이 종이 책은 안 보고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한심해보인다면 그 핸드폰 안에 있는 무궁무진한 컨텐츠들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심지어 얼마 전까지만하더라도 현재 순수문학이라고 불리는 소설 조차 소설책 나부랭이라는식의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상기해본다면 과도기란 참 재미있는 상황을 많이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문학이 몰락했다. 그 말씀에 저는 이렇게 되묻고 싶습니다. 문학은 몰락 가능한 것 인가. 문학의 본질이 한낱 예쁘게 꾸며진종이쪼가리나 일부 한정된 주제에 대한 담론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이제껏 인류가 사랑해 왔고, 계속해서 매체를 옮겨 다니며 부흥을 거듭해온 스토리와 공감에 대한 소비를, 즉문학에 대한 소비를 과연 어떻게 몰락시킬 수 있다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인터넷의 수 많은 익명의사이버 할머니들이 얼굴도 모르는 손자들에게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 한은 문학은 몰락할 수 없다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 할머니들은 문단의 평가니, 평론가들의 지지니, 대형 서점들에서의 매대 자리싸움이니, 주제의식에 대한 고찰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으십니다. 그럼으로써문학은 오히려 점점 더 커지고, 계속해서 진화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룡의 멸종이 생물의 멸종이 아닌 것과 같이 말이지요.

 

이 긴 글이 얼마나 읽히게 될까 싶지만 평소 생각해왔던 부분을 이야기하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꽤즐거웠습니다. 두서 없고 쓸 데도 없는 기나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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