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김대중을 묶어서 표현하는 일이 많지만 둘은 많이 다르다. 김대중이 계산적인 정치'꾼'이라면 노무현은 비정치적 이념가나 선동가에 가깝다 물론 김대중도 퇴임 후 말년에는 독서에 치중하고 정치로부터 멀어져서 그랬는지.. 이념가적 성향을 많이 보였지만..
김대중은 자신이 과거에 맞서 싸워왔던 대상과 손을 잡으면서 집권했다. 정치에 있어 집권이 곧 올바른 것이며 거기에 영원한 적은 없는 것.. 김대중은 그걸 잘 알고 있다.. 이건 3당 합당이라는 회심의 결정으로 대통령에 오른 김영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3당 합당에 반대한 노무현이라면 유신세력인 김종필과 손잡고 집권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거부했을 거다.. 그가 그런 이념가적 특성을 보였기에 부산 출마라는 무모한 짓을 할 수 있었다. 김대중이라면? 절대 그런 짓 안 한다. 계산적인 정치꾼은 철저히 정치적으로 이길만한 싸움을 한다. 88년 때도 4자 필승론으로 자기가 이길 거라고 계산적으로 굴었던 그다.
5공청문회 때, 노무현은 명패 던지고 난리를 쳤지만 당 총재였던 김대중은 뒤에 조용히 숨었다. 아니, 숨은 정도가 아니라 전두환에게 살인마라고 고함을 친 소속의원을 질책하기까지 했다. 당시 전두환 욕한 의원은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김대중은 오래 오래 살아남았다. 뭐가 정치적으로 더 유리한지 수를 읽을 줄 아는 김대중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무현이 지역감정은 안된다!! 라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뛸 때 김대중은 지역감정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법을 익혔다.. 그 문제 때문에 둘은 사이가 안 좋았지만.. 김대중 정권 이후로는 뭐 사이는 괜찮아졌다.
박근혜와 이명박도 마찬가지다. 하면 된다는 마인드의 이명박이 노무현에 가깝다면 박근혜는 김대중에 가깝다. 서로 간의 사상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와 이명박의 사이보다 박근혜와 김대중의 사이가 더 좋았다. 정치적으로 자기에게 필요한 걸 알고 그것만 구하는 정치꾼들은 이념이나 사상, 가치를 가지고는 목숨 걸고 싸우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겐 이념가형이 잘 먹힌다.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죽었고 비슷하게 기억되지만 김대중 팬은 별로 없고 노무현 팬은 많다. 국민들에게 박정희처럼 신화로 남기에는 IMF 극복의 신화 김대중 쪽이 더 센데도 말이다. 그 대신 이념가형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전성기가 비교적 짧고 정치꾼형은 그게 꽤 길다. 김대중도 오래 오래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발휘했고 박근혜 역시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당 지도부 자리에 있으면서 당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