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앞두고 저와 친구들은 바다로 놀러가기로 했습니다. 저또한 약 5년이 넘게 바다를 가보지 못했고 친구들도 다르지 않기에
순식간에 의견은 만장일치가 되어서 서산 으로 가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출발이 약간 늦어져서 서산몽산포에 도착했을땐 이미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늦은건 늦은거고 너무 오랫만에 오는 바다라 저와 친구들은 도착하자마자 바다로 뛰어들어
물장구치고 놀았습니다. 물에 흠뻑 젖어 배가고파 자리를 잡고 라면 끓여먹고 텐트치고 고스톱치고 술마시고 시간을 죽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자정이 다 되었더군요 한 친구가 너무 피곤하다며 먼저 텐트에 들어가서 자겠다고 하였고 저와 다른 친구 3명은 계속 고스톱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죽이고 모기쫒고 하는데 갑자기 텐트안에 친구녀석이 비명을 지르더니 텐트 말뚝이 빠지도록 후닥닥 뛰쳐나오더군요.
갑자게 제 어께를 부여잡더니 어느 한곳을 가르키며 "저기,,,,, 저기;;;" 하며 텐트를 가르키길래 왜그러냐 물엇더니 갑자기 왠 여자가 텐트 안에서 자길 내려다 보고 있더라는겁니다.
그래서 저는... "야 텐트안에 왠 여자가 들어왔으면 좋아해야지 왜 갑자기 뛰쳐나와?"
귀신본 친구:"그런게 아니야 귀신이었어"
저와 친구들:"에이 이넘이 취했네"
저와 다른 친구들은 그냥 웃어넘겼는데 이녀석은 계속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겁니다.
그런데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주변에 우리 일행 외엔 아무도 없더군요.
저쪽 대로변에도 개미 한마리 없고 그냥 간판불 외엔 아무도 없는겁니다.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 아무도 없을게 분명한 엎어진 텐트가 들썩거리더군요.
저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옆에서 뒹굴고 있던 코펠을 들고 텐트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확! 들어제꼈는데 아무것도 없길래 바람에 들썩인건가? 하고
뒤돌아 가려고 하는데 텐트 바닥에서 무언가 보이더군요...
텐트가 나일론 재질 아닙니까... 빛이 조금씩 통과되고 뭐 그런... 간유리에 불빛이 비치듯...
텐트 밑 바닥에서 뭔가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불빛... 왠지 섬뜩하더군요, 척보기에 차가움이 느껴지는 그 불빛, 불빛은 불빛인데 왠지 더 어두워 보이는 그런 불빛...
좀 무서웠지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저는 귀신따위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텐트를 발로 걷어차서 제껴버렸습니다...
겁먹고 뛰쳐나온 녀석이 얼마나 급했기에, 얼마나 난리를 쳤기에 말뚝이 다 헐렁해져서 발로 말뚝을 짓이기니 빠져버리더군요. 그리고 모래밑에 봤더니... 아무것도 없는겁니다.
괜시리 긴장했다며 혼자 뻘짓했다고 혼자 욕을 하며 뒤돌아봤더니 고스톱 치던,같이 술을 마시던,텐트에서 뛰쳐나와 겁먹고 벌벌떨던 그 친구놈들이 아무도 없는겁니다.
이놈들이 장난치나 하고 주변을 돌아보았으나... 그 넓은 모래사장에서
그 잠깐사이에 갑자기,그것도 발자국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더군요
싸늘한 밤공기, 파도가 부서지며 내는 파공음,저멀리 구멍가게 간판에서 지직거리는 소리..
그러나..왁자지껄 떠들고 놀던 사람들...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해변가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들..
사람 흔적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서...나무 옆에 사람 그림자 같은게 잠깐 지나간듯 해서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지금도 왜 갔는지 후회되고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지 않으며 다시 그런일을 겪는다면 절대로 그러지 않겠지만... 그때의 저는 그 나무가 있는곳으로 뛰어갔습니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지만... 저 멀리...길건너 구멍가게 옆 골목에 또다시 무언가가 슬쩍 지나가더군요.
-지금 글을 쓰면서도 후회하고 있고 어떻게 살아 나왔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때의 저는 또다시 그 위험한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왜 갔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귀신에 홀렸다는게 이런건가요? 그냥 아무생각 없이... 왠지 가야할거같다는 생각에..-
길을 건너는 동안에도... 길을 뛰어가던 그때도... 차는 물론이요 행인이 한명도 없고..
마치... 그 동네에 저 말곤 모두 사라진듯... 너무나 조용했습니다.. 가게안에 아주머니도 없었습니다..
그 골목 앞에 들어서니... 저 안쪽에 어떤 남자가 있었습니다.
너무나 어둡고.. 왠지 모를 싸늘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
일단 뛰어가기로 했지요..
"아저씨! 아저씨!"
불러보아도 그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앞만 보고 걷고 있었습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뛰어서 따라갔지요...
-정말 후회됩니다, 왜 뛰어가서 ... 하긴... 안 따라갔다면 날 샐때까지 그 아무도 없는... 의문 투성이의 바다에서 무었을 했겠습니까만... 아직 늦지 않았는데 왜 쫒아갔을까요.... 해뜬 뒤에도 아무도 없다면... 저는 정말 미쳐버렸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그건 모르는일... 전 그 남자를 쫒아간게 너무나 후회됩니다.-
그 남자는 걷는듯 하면서도 제가 죽어라 뛰어서야 따라 잡을 정도로 이상한 발걸음을 구사했습니다.
"아저씨!~!"
뒤에서 볼때... 밀짚모자인줄 알았던 그 모자는...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갓이더군요....
그리고... 제 외침에 뒤돌아본 그 남자는...
텐트 밑에서 봤던... 그 차가운 빛... 빛을 빨아들이는 듯한 빛... 어두운 빛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느낌밖에 안옵니다.
그리고 문득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이 남자는 저승사자다!! 였습니다.
싸늘한 미소, 저는 기겁을 하고 뒤를 돌아 달려갔으나...
불과 20미터도 되지 않는 가로등이 켜져있는 그 대로는...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질 않더군요..
죽어라 달려도 가까워지지 않는 그 길가... 저는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웃음소리... 그 남자는 그저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웃음소리가 제 가슴속을 울렸습니다. 귀로 들리는게 아닌 마음으로 들리는 웃음소리...
매주 일요일, 선물 주는게 좋아서 가던교회... 그러던 것이 나중엔 주님에 대한 믿음으로 변하여 순수한 마음으로 교회를 다니게 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저는
어찌 된건지 그때만큼은 정말 무서웠습니다. 귀신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있었습니다.
머리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지나가더군요 살아왓던 시간... 친구들... 부모님...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방법...
저는 피씨통신 시절 괴담 읽는 재미로 다니던 한 게시판에서 본 글이 생각났습니다.
가위에 눌렸을땐 이래라... 저래라...
좀비를 만났을땐 이래라 저래라...
다 미친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절실하여 죽어라 생각하였으나 저승사자를 만났을때를 대비한
글은 없었습니다..
할수없이... 저는 저승사자나 귀신이나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고...
목에 걸고 있던 십자가 목걸이를 꺼내들고 외쳤습니다.
"한치두치세치네치 뿌꾸빱!뿌꾸빱!한치두치세치네치 뿌꾸뿌꾸 빱빱!!"
그러자 그 저승사자는 기겁을 하며 도망을 쳤고...
어두컴컴하던 골목은 가로등이 들어오며 다시 밝아 졌습니다.
그리고... 대로변엔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다시 차들이 돌아다니고... 늦은 여름을 즐기는 행인들이 다시 지나다니더군요...
그리고... 그뒤로 어떻게 친구들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는지 모릅니다.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해가 중천에 떠있고 저는 머리만 남겨둔채 온몸이 모래속에 파뭍혀있었으니까요.
머리만 남겨놓고 파뭍혀있었어도... 살아 남았다는 안도감에... 전혀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005년 여름 마지막 여행은 막을 내렸지요...
잊을수 없습니다. 그것은 꿈이 아니었습니다.. 엉망이 된 텐트와 친구들이 이야기 해줬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