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인터뷰 중
"어떤 작은 프로, 작은 방송의 작가라도 나한테 전화하면 다 받아준다. 아무리 싫어하는 방송이라도 전화해서 조언 구하면 몇 시간이고 이야기해준다. 그거 돈 한 푼 안 주지만, 이렇게라도 하면 조금이라도 바른 정보가 전달될까 싶어서 한다. 이건 음식 분야 언론인으로서의 내 책임감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전화가 왔는데, 전남 지역의 한정식 상차림을 주제로 한다는 거다. 내가 그랬지. '한정식 앞세워서 (방송)못 나갈 텐데? 일단 와!' 카메라 앞에 두고 한정식의 유래에 대해 두 시간 떠들었다. 조선에는 아예 없던 음식이고, 일제강점기 때 기생집에서 만들어진 음식이고, '정식'이라는 말은 '료칸 음식'에 한자 붙은 거고, 한정식이라는 말은 1950년대에 생기고, 1960년대에 세금 문제 때문에 기생집이 간판을 바꿔 달고, 룸살롱하고의 경쟁에서 져서 없어지고….
작가는 죽을 노릇이었을 거다. 한정식을 주제로 하는데 기생집 상차림이라 하니 환장할 노릇 아닌가. 그래서 내가 '오래된 한정식집 가 봐. 다 아가씨 있었다고 할 거야' 했다. 맞거든. 결국, 그 편에서 잠시 한정식 맛있다고 보여주고는 다른 내용이 없었다. 아예 날려버린 거지. 내 인터뷰도 물론 없었다. 그게 내가 두시간 동안 열심히 떠든 효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