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망하는구나! …” 60대 남자가 이런 소리로 슬피 통곡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국회의사당 앞에서였다. 양복을 입은 채 대로에 주저앉아 통곡하는 주름진 얼굴에 굵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텔레비전 화면에 클로즈업된 그 남자의 구슬픈 통곡은 날치기 통과된 탄핵안을 대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때 이미 탄핵안 통과를 규탄하는 사람들은 여의도로 광화문으로 무리지어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 매스컴에서 신속하게 벌인 여론조사 결과 탄핵안 통과를 반대하는 국민이 70%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보도하고 있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건, 국민을 위해서 탄핵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강변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정치사기 집단임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적 우세만을 무기로 민주주의를 짓밟고 역사를 뒤엎은 두 당의 만행을 엄중히 심판하는 것이었다. 처음 탄핵안이 발의되었을 때부터 국민들은 평균 67%의 반대의사를 표출시켜 왔다. 그런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그런 국민의 뜻을 묵살하고 짓밟아버려 더 강력해진 분노의 심판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 무서운 위기 앞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다시 두번째 음모를 꾀할지도 모른다. 총선 연기 시도가 그것이다. 벌써 그런 소문이 퍼지고 있다. 만약 그들이 두번째 음모를 시도하려고 하면 그날이 바로 그들 스스로 자기들 목을 치는 정치적 사형 집행일이 될 것이다.
두 당이 오만불손한 완력으로 탄핵안을 통과시켰으니 꼭 확인해야 할 사실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과연 탄핵을 당할 만큼 나쁜 짓을 했는가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어리석을 만큼 순수하게 권력 민주주의 실천에 나섰다. 그것이, 대통령 권력의 3대축이라고 하는 국정원·검찰·경찰을 그전처럼 틀어쥐지 않고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말로만 반복되어온 3권 분립을 현실화하려고 노력했다. 그 일은 한마디로 대통령의 권력을 스스로 축소하는 이변이었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부자가 될수록 돈을 탐하듯 인간의 역사 속에서 모든 권력자들은 권력을 잡는 그 순간에 권력을 더 키우고자 욕심냈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 탐욕에 치여 비극적 종말을 맞이했다.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자신의 권력을 줄여 민주국가의 틀을 바르게 세우고자 한 사람이 있었던가. 노무현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런데 두 야당은 그런 대통령이 허약해졌다고 깔보고 자기네 잇속을 위해 내쫓으려고 들고일어난 것이다.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만용이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위기인가 대한민국은 망하고 있는가 그런 느낌은 국회에서 폭거가 일어나던 그 순간이었을 뿐, 며칠이 지난 대한민국은 튼튼하게 건재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인가. 일제 36년의 뼈저린 수난을 이기고, 6·25의 피어린 참극을 견디고, 전쟁의 초토화가 남긴 가난을 헤쳐냈고, 하루 16시간의 노동 속에서 눈물의 빵을 먹으며 경제를 일으키고, 고문의 지옥과 분신의 저항 속에서 30년 군부독재를 물리치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러한 조국을 어찌 강건하게 지키지 않을 수 있는가. 이번 사건은 국가 위기가 아니라 참된 민주주의의 길을 열어가는 계기다.
우리는 침착하게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자. 경륜과 지혜를 두루 갖춘 재판관들은 분명 새 역사의 문을 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