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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실화]데스캡 한 개.
게시물ID : lol_205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여름하늘
추천 : 22
조회수 : 1628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2/03/23 15:51:10
내가 소환사의 협곡에서 본 일이다.
 늙은 소라카 하나가 상점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3600원 짜리 데스캡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모자가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상점 상인의 입을 쳐다본다.
상점 상인은 소라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모자를 두들겨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모자를 받아서 머리에 푹 눌러쓰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아군 베이가를 찾아 미드로 올라갔다. 모자 속 뿔을 한참 만지작거리며 꾸물거리다가 이내 모자를 벗어 내려놓으며
 "이것이 정말 쓸데없이 큰 지팡이와 방출의 마법봉으로 조합한 것이 맞습니까?" 하고 묻는다.
베이가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데스캡을 어디서 훔쳤어?" 소라카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 모자를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소라카는 손을 내밀었다. 베이가는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머리에 쓰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모자가 벗겨지지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뿔을 가린 모자를 훝을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정글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레이스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모자를 벗어 손바닥 위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어떤 원딜이 소라카에게 CS를 나눠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데스캡을 등 뒤로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서폿에게 미니언 막타를 줍니까? 영웅 킬스틸 한번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전 라인에서 똥을 싸기에 어시스트 하나 주시는 분이 열에 한분도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얻은 돈으로 골템을 사고, 와드 다섯개 살 것을 네개만 사는 것을 반복해 쓸데없이 큰 지팡이를 샀습니다. 팀원에게 오라클이나 쳐먹으라는 욕을 예순번을 넘게 들으며 겨우 이 귀한 라바돈의 죽음모자 한 개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모자를 얻느라고 오십분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모자를 만들었단 말이오? 서폿이 그 데스캡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템 한개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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