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TV 광고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에게 국밥 한 그릇을 퍼주며 당부하던 ‘욕쟁이 할머니’ 강종순(68)씨. 이 광고는 ‘서민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이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 할머니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할머니는 언론 인터뷰 때마다 “경제 살리라고 나도 (이 대통령을) 찍었다” “이 대통령이 잘해야 광고 같이 찍은 내 체면도 선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지금 사면초가다. 취임 100일 즈음부터 지지율 10%대를 오르내렸다. ‘제2의 IMF’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광우병 촛불시위에선 대통령 퇴진의 목소리가 높다. 할머니는 ‘체면이 깎였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2일 밤 강 할머니의 가게를 찾았다. 서울 강남구청 근처 지하에 있는 허름한 ‘실내 포차’다. 벽에 낙서가 가득하고 작은 테이블이 열넷 있다. 광고에선 국밥집 주인 역할을 했지만 할머니는 24년 동안 이 동네에서 닭똥집·계란말이 등을 팔아왔다.
한창 장사할 시간인데 손님이 한 테이블밖에 없다. “원래 손님이 이렇게 없느냐”고 묻자 할머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녀. 이달부터 그랴. 매상이 반 넘게 떨어졌어. 원래 하루에 50만원 정도 들어오는데, 요즘은 20만원 좀 넘어. 저 광고 찍고 나서 몇 달은 하루에 70도 됐는데….” 평생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한숨이다. 가게 임대료와 주방 아주머니 월급 주기에도 빠듯하다. 아무래도 이달은 적자가 날 것 같단다.
“7, 8월은 휴가철이라 원래 비수긴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여.” 계속 상황이 안 좋으면 8년 동안 함께 일한 주방 아주머니도 내보내고 더 작은 가게로 옮기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더 어려워졌는데 심정이 어떠냐고 묻자 “아, 그게 왜 대통령 탓이야? 저 지랄들을 허니 뭔 장사가 되겠어?” 하고 기자에게 역정을 낸다. 강남인데 왜 촛불 탓이냐고 물었다. “나만 그러는 거 아녀. 이 주변 가게서 다 그래. 아주 이달부터 매상이 팍 줄었어. 시위하고 부텀. 시국이 이렇게 시끄러운데 어떻게 경제를 살려?”
정부가 경제 정책을 잘못했다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응, 우리 가게 손님도 환율이 어쩌고 그러던데 난 어려워 뭔 말인지 모르겠더라고…”하고 말끝을 흐린다. “긍게, 아는 사람만 뽑아 내 말 잘 듣게 하면 좋지만 나라를 위해서는 지혜 있는 사람을 뽑아서 어치케든지 경제를 살려야 하지 않겄어….”
가게 벽에는 이 대통령과 함께 찍은 커다란 흑백 사진이 걸려 있다. 광고회사에서 준 그 사진을 할머니는 ‘가보’라고 했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 이후 그 가보를 떼버리라는 손님이 있었다.
“내가 그랬지. ‘야! 왜! 뭐가 나쁜데? 그 사진 땜에 니가 술을 못 처먹냐?’ 그 총각은 서울대 나온 엘리튼데 나는 무식해 잘 모르지만, 쇠고기 수입 안 하면 우리 서민들은 맛도 못 본다고 그랬지. 촛불집회 나간다는 걸 그 냥반(이 대통령)이 그래도 열심히 하려고는 하지 않느냐, 그래 가지고 결국 말렸어.”
할머니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가게엔 원래 쇠고기 쓰는 음식이 없고, 나는 당뇨가 있어서 고기는 잘 안 먹어. 그래도 테레비 보니까 등심 100g에 900원인가 한다며? 그렇게 싼데 왜 안 사 먹어? 그건 나도 사 먹을껴.”
할머니는 쇠고기 수입 협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작한 일 아니냐고 따졌다. “노 전 대통령이 했던 협상과 내용이 달라지지 않았느냐”고 하자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연다.
“난 이렇게 생각해. 앞으로 10만원 이익 보려면 지금 1만원 손해 봐야 한다면 어떡할 거야. 나 같으면 한다고. 앞으로 수출 같은 거 더 잘되게 하려고 그러셨겠지, 이 대통령이 그거 생각 안 했겠어?”
자정 즈음 가게에 탤런트 김희선씨 부부가 들어왔다. 단골인 듯했다. “할머니 또 인터뷰 해요? 나보다 바쁘셔.”
할머니가 “인터뷰 만날 해도 빠지는 얘긴데 꼭 실어달라”며 당부한다.
“촛불시위 하는 사람들 다 애국자지? 그렇게 애국자가 많은데 대한민국이 왜 이 모냥 이 꼴로 살어? 왜?”
목소리를 높이며 탁자를 쾅 쳤다. “이제부터라도 애국을 하겠다고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자, “데모가 무슨 애국이냐, 나라 망하는 길”이라고 못 박는다.
“인터넷에서 보면 또 막 머라 그러겠지? 난 신문도 안 받아보고 TV도 잘 못 보는데 손님들이 와서 말해 주더라고. 주방 아줌마가 매상 떨어진다고 인터뷰하지 말라고 했는데…아, 저 지랄들을 허니…. 그만큼 했으면 대통령도 느낀 게 있을 거 아녀.”
할머니는 천주교·불교 등에서 나선 것도 불만이다. 그분들은 속세를 떠났는데 왜 나서는지 모르겠단다. 할머니는 종교가 없다.
“촛불 집회를 반대하는 집회도 있다”고 하자 반색을 한다. “그런 것도 있어? 어디서 혀? 에이~ 나는 장사하는 시간이네. 나도 매일 가면 좋겄네!”
이 대통령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느냐고 물었다.
“그 내각…그거는 잘못하셨지. 너무 사람들이…그런데 다 사표 수리를 하셨지? 응? 그 냥반도 뉘우치신 거야.”
할머니의 이 대통령 지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총선 때도 “그 냥반이 대통령 되셨으니까 밀어줘야 하기 때문에” 이름도 처음 듣는 한나라당 후보를 찍었다고 한다. 정치 광고는 다시는 안 찍을 생각이지만 박근혜 전 대표라면 흔쾌히 응할 생각이라고 했다. 기자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불화를 언급해도 “그러니까 두 분이 잘 지내셨으면 좋겠어”라고 말할 뿐이다.
할머니가 이 대통령을 만난 것은 광고를 찍을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취임식 때 앞자리에 초청받지 않았느냐고 묻자 “좀 늦게 갔더니 자리가 다 없어져 제일 뒤에서 스크린에 비친 얼굴만 봤다”고 한다. 오전 5시까지 일하고 힘들여 취임식장을 찾았을 텐데 서운한 기색도 없이 웃어 보인다.
만약 이 대통령을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할머니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응…국민이 원한이 맺힌 그런 저기는 하지 마시라고. 응? 뭔 말이냐고? 긍게…그 뭐시랄까…국민이 싫다는 일은 굳~이 안 하셨으면 좋겠어. 시끄러우니께. 앞으로는 그러셨음 좋겠어.”
신문사는 중.앙.일.보 임. 제목부터..개념작이구나....답이 없죠 -.-..
ps. 옛말에 있는 말이 있지요. "무식'도 죄라고요.. 오늘도 라면으로 ㅠ.ㅠ(삼양 라면입니다 ㅋㅋㅋ요즘 삼양 매출 좋더라고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