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투명하였던 그 줄은 이제 먹물을 머금고
검고 날카로운 끈적함을 한껏 뽐내고 있더라
하얗고 투명하던 시절에 그리도 걸리지 않으려
발버둥 치던 것이 눈 앞에 아른 거리고 있는데
깊은 밤이 아니면 눈에 짙게 가득하던 시절이니.
왜려 밤에 왜 걸려버렸는지 알 수 없게 되더라
깊고 깊은 밤에 점점 길어지는 검은 줄이
길거리에 늘어져 덫이 되어가고 있는데
이제는 뻔히 피할 수 있는 검은 줄이 세상에
늘어져 뻔히 보이는 검은 줄을 피하지 못 하더라
새벽이면 이슬이 묻어 하얗게 이빨을 드러내던
그 거미줄은 검게 그을려 세상에 길게 늘어나
낮에도 밤에도 거미줄에 걸리지 않기 위해
거니는 이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 시작에 성냥 하나 들고 서 있으니
모두가 불길이 자기들의 집을 태울까 걱정하여
되려 성냥을 들고 있는 이를 잡아 패더라.
201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