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분만에 대응사격 했다는 사실에 '빠르게 대처 잘했다.'라며 칭찬하시는 분들도 있는가 하면 'K9 좌표만 찍어 넣으면 되는데 왜케 늦냐 ㅅㅂ' 하시는 분들도 있죠. 밑에 보면 <진실의 종아 울려라> 라는 글 보고 알게 됬네요.
저는 백X도 포병대대에 있었고, 비록 저희 중대는 105mm 똥포였지만 K9중대와 155mm 중대도 있습니다. 항상 삽질하고 작업나가는 평소의 일과중에도 저희 중대의 '임무' (임무가 뭔지는 군기밀이겠죠?)를 수행하기 위한 상시대기포반이 있습니다. 물론 다른 규격의 포를 가진 다른 중대도 마찬가지구요.
이들은 작업을 해도 멀리 안나가고 주둔지 내에서 상주하게 되고, 매주 포반끼리 돌아가며 이 일을 수행합니다. 밤에 잠 자다가도 대대 작전장교님 오셔서 중대 주둔지 지도에 핀 하나만 콕 꽂으면 바로 훈련상황 전투배치 붙으면서 그 상시대기포반은 쓰레빠 끌꼬 뛰어나가 방열하는 연습을 수시로 실시하죠. 105mm가 5분도 안걸리고 그랬으니 K9은 물론 더 빠르겠죠.
하지만 훈련상황 아닌 실상황에서
상황파악 -> 최초 상황파악 부대의 보고 -> 상급부대 -> 책임자의 발포명령 허가 -> 좌표계산 -> 하급부대로의 좌표 하달 -> 포격
까지의 시간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이 모든 과정을 13분만에 처리한 것은 매우 빠른 것은 아닐지라도 '졸라 느리네'란 욕을 먹을만큼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더 빠르면 좋겠지만, 이는 보고와 명령하달, 배치붙고 방열해서 포격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조금씩 더 줄어들어야만 시간이 더 단축되겠죠.
저렇듯 위험이 비일비재한 최전선의 극오지에서, 군 내에서 좃도 힘없는 해병대라 보급도 후질근하고, 넓은 작전지역에 비해 택도 없이 모자란 인원수를 가지고, 그래도 난 해병이니까 참고 견딜수 있다는 그 자부심 하나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해병 흑룡부대와 연평부대의 자랑스런 제 후임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쥐뿔도 모르면서 까대는 사람들에 의해 평가절하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