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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자작소설] A story between two - 10.
게시물ID : lovestory_373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보글장이
추천 : 1
조회수 : 37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0/16 00:57:12
*

  대학교 1학년 1학기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경제원론은 이대로라면 C학점이 확실하지만, 나머지 과목들은 이대로의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A 이상은 무난할 것 같다. 그리고 대학국어 수업도, 보고서 제출과 중간고사도 만족스런 성적을 거두면서 별 걱정을 안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뭐가 있을까. 아, 밴드동아리에 가입했다. 평소에 치고싶던 드럼을 이제는 치고싶을 때마다 칠 수 있다. 경쟁률이 4:1이긴 했지만, 뭐 어떻게든 밀고들어가면 안되는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그리고 또...

  “...”

  아, 딴생각 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아니, 그렇다고 이 상황을 그냥 두고있으면 내가 뭔 짓을 할지 모른단 말이다. 방금도 무의식적으로 이 사람 머리를 쓰다듬을 뻔했단 말이다!

  “...”

  냉정하게, 진정하고... 그래, 착하지...

  “...?”

  쌔액,쌔액.
  내 오른쪽 귀 바로 옆에서 자그마한 숨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나는 그걸 알면서도 거기에 대한 일말의 대처도 할 수 없이 그저 오도카니 앉아있는 것이 다일 뿐이다. 누나는 내 어깨가 편하기라도 하다는 듯이 비비적거리면서 기대고 잠을 자고 있다.
  이봐요, 우리 지금 경석이 기타연주회를 보러 온거란 말입니다...

  “연주회가 오늘 있어?”
  “아, 그래요 누나. 오늘 수업 끝나곤데, 바로 오세요.”

  경석이가 연주회 초청티켓 두 장을 들고서는 나와 서연누나 앞에 다가와서 방실거리며 웃는다. 아, 그러고보니 오늘 저 동아리 연주회였구나. 뭐 클래식기타에는 취미가 없어서 그저 그러려니했지만.

  “아, 그래?”

  하지만 그렇게 대답하면서 티켓을 보는 누나의 귀여운 목소리엔 뭔가 호기심이 발동한 느낌이 들고 있다 - 어라?

  “누나 클래식기타 좋아해요?”
  “그럼~ 누나 음악 많이 좋아해애~”

  어라, 이건 새카맣게 몰랐던 일이다. 음악을 많이 좋아한다니, 그렇다면 나와 공감대가 하나 더 있었다는 말인가?

  “아, 어떤 장르 좋아하는데요?”
  “응? 아, 재즈. 나 재즈동아리도 들었어!”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는 누나를 본다. ...아아, 그리고 이를 들은 나는 크게 한방 먹은 느낌이다. 
  정확하게, 만약 누가 나한테 취미를 물어본다면 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재즈음악감상이요’ - 이라고. 그 정도로 나는 재즈를 좋아해왔는데. 그런데 나는
여태까지 이 누나와 이런 공통적인 취미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허탈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자. 일단 좋은 정보를 들었다, 여기서 한번 더 고맙다, 경석아. 우리 앞에서 두 장을 건네는 것도, 다 알고 있단다. 언제 한번 둘이서 술이라도 마시자. 내가 사주마.

  “아, 그럼 올거에요?”
  “응, 갈게!”
  “아 고마워요 누나! 아싸 두명 확보했다 늴리리~”

  하면서 힘차게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는 경석이를 보며, 나하고 누나는 서로 얼굴을 한번 마주보고 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뭐, 두 장이라는 건 편하게편하게 보면 되겠지.
  ...

  그리고 난 지금 이 상황이다. 어차피 난 저 연주회에 나오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누나에게 한시간반짜리 클래식기타연주회는 뭔가 지루한 감이 없잖았나보다. 세 번째 곡때부터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더니 네 번째 곡에서는

  “...”

  그렇게 내 어깨에 기대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난 그렇게 30분을 그렇게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은 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누나의 얼굴만을 보고 있었다. 공연은 이미 안중에서 벗어난지 오래였다. 경석아, 초대해줘서 고맙지만 난 이 사람 얼굴 보기에도 바쁘다.
  그건 그렇고, 자는 모습. 정말 귀엽다... 아기같다는 생각에 볼을 한번 찔러보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깰까봐 아무 행동도 못하겠다. 하다못해 기침마저도, 난 꿀떡 삼켜서 다시 넘긴다.
  괴롭지만, 즐겁다.

  “...”

  시간이, 멈춰야할텐데. 뭐 그런거 가능하게 만드는 이론 없나 나중에 한번 찾아봐야겠다.

*

  하지만 그런 나의 바람은 깡그리 무시된 채, 시간은 여전히 유수와 같이 잘 가고 잘 간다. 그리고 그 시간은 어느새 대학국어 기말고사까지 이르러 있었다.
  그리고 난 이 날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 있었다. 시험 2주전부터 스터디모임을 만들어서 책 내용을 완벽하게 요약하여 몇십페이지짜리로 압축하는 것에 성공했고, 그리고 난 받은 프린트물을 한 부 복사했다. 한 부는 물론 누나 것이다.
  그리고, 당일. 시험시간은 한시지만 난 10시부터 친구들과 같이 인문대학 3층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누나한테 전화해보니, 11시반에 합류한단다. 오면 누나한테 전해줘야지. 칭찬받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떨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하하, 하하...

  “너 뭐가 그렇게 좋냐?”

  성철이형이 면박을 주는 것도 안들린다. 요즘은 그저 수업이 있는 금요일만 기다려질 뿐이랍니다, 형님.
  띠리리링~ 하는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난 거침없이 받는다. 이건 틀림없이 누나다! 라는 텔레파시다.

  “여보세요?”
  [응, 어디야?]

  언제나 귀여운 목소리다. 이제는 중독되어버린. 하루라도 안 들으면 살 수가 없어서 밤에라도 전화해서 어떻게든 통화를 하고마는. 그런 목소리.

  “저 3층 와있어요~”
  [그래, 지금 갈게~]

  하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밝은 느낌이 드는 것은 단지 나만의 착각일까?

  “넵 기다릴게요~”

  그리고 난 기쁜 마음으로 핸드폰을 닫는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책을 다시금 보려고 한다.

  “...”

  아직, 그때까지의 난 알지 못했다.
  나의 행복이, 그때가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

  11시 반. 나를 찾는 듯한 그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난 즐거운 목소리로 힘차게 부른다.

  “서연누나!”

  그러면서 그 사람에게 뛰어간다. 그 목소리에 사람들이 순간 놀랐는지 나를 쳐다보았지만, 이내 관심을 꺼버린다. 어느새부턴가 나와 이 사람이 붙어다니는 것은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정도이다.

  “아, 일찍왔네에.”
  “그럼요~”

  하면서 해맑은 표정을 지어본다. 그리고 아직은 사람이 몇 없는 강의실로 들어가는 누나의 뒤를 졸졸 쫓아서 들어간다.

  “성원아.”

  그리고, 내가 당연하다는 듯이 누나의 옆자리에 앉아서 선물로 줄 프린트물을 꺼내면서 두근두근거리는 나한테 누나가 뭔가 비밀이 있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어온다.
  뭔가 은근한 말투다.

  “네에?”

  그것보다 제가 준비한 자료좀 보라구요. 제가 얼마나 노력했는...

  “너한테만 말하는거야. 나 주현이한테도 아직 말 안했어.”

  ...아, 예. 도대체 뭘 말하고 싶으시길래...
  일단 주현누나보다 내가 우선순위라는 것에 이거 좋아해야하는건가.

  “네, 말씀하세요.”

  난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한다. 그래, 이때까지는 아무렇지 않았지.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이 다음 순간부터는, 그렇지가 않았다.

  “...”

  그 사람이 입을 연 순간,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아니, 죽는 순간까지 그것은 잊지 못할 것이다. 너무나도 선명하기 때문에.
  왜, 첫사랑은 누구나 기억한다지 않는가 - 그런 면에서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이것은, 부서지는 것의 시작이었으니까. 너무나도 명확한.

  “나, 남자친구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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