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이제 아프지 않게 되는거야' 라고 말하는데 저는 지금까지 없던 '통증', '괴로움'이 다음 주면 시작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요.
사람들이 휴학하라고 다들 그랬는데 동기들한테 뒤쳐지기 싫어서 안했어요. 목숨 위협하는 암도 아니고, 학교 다니면서 버틸거에요.
판정 받은지 얼마 안됐구요, 판정 받고 주변 사람들한테 웃으면서 얘기했었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네가 왜 그리 담담하냐고 정말 괜찮냐고... 밝은 모습 보니까 좋긴 한데 괜찮냐고...
헤헤 엄마아빠 너무 마음아파할까봐 진단 받고서 혼란스러운 마음 빠르게 숨기고 나니 마음이 정말로 뭔가 이상해져서 전혀 심각성이 느껴지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심지어 나 스스로에게도 제대로 기대보질 못했었어요.
기댈 사람은, 기댈 기회는 계속 있었는데 한번 그냥 강제로 억눌러버린 공포, 슬픔은 완전히 밀봉되어버려서 저도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이게 내 몸이 맞나, 맞으면 왜이렇게 나는 마음이 아무렇지 않은가...
그렇게 무감각한 느낌으로 쉬는 날은 일하고 학교가는 날은 열심히 공부하며 한참 지냈고, 9월 19일에 수술이에요.
이제 수목금 학교 갔다오면 수술이 코앞에 와있을거에요. 진단 받고 나서 너무 오랫동안 너무 아무렇지 않은 척 스스로 속여온 거 같아요. 심지어 암진단 받은 날도 하던 알바 하러 그대로 갔었어요. 그러니까 지금은 좀 겁먹고 떨고 울고 싶어요, 평범한 다른 여자아이들처럼요.
그리고 조금은 위로받고 싶어요. 간암 위암 폐암 이런거처럼 큰 수술 아니라고 해도 응원도 받고 싶어요.
어떤 사람들은 '그거 잘 낫는다며 걱정도 못받는 암이래' 이러는데 겉으로는 저도 '그러게요' 하면서 웃었는데 그래도 너무 가볍게 말하면 조금 속상하더라구요... 그래도 걱정도 받고 싶어요...
헤헿 제법 큰 암덩어리 가지고 있어서 전이됐나도 확인했는데 그건 아니래요 헤헤...
그러니까 말 좀 해주세요. 지금 겁먹어도 되는거고, 겁을 먹는게 자연스러운거고, 혹여 겁이 안나도 좋은거고 이렇게 징징대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러운 거라고... 여튼 모든 게 잘될거라고... 아무 후유증도 없을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