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 준설토로 복토, 늪으로” 4대강 공사가 논 망쳤다
http://media.daum.net/society/environment/newsview?newsid=20120606213313701&cateid=100002&RIGHT_COMM=R12 사건의 발단은 정부가 이 마을 들녘을 영산강에서 퍼올린 준설토 처리장으로 삼으면서 비롯됐다. 이른바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이었다. 당초 한국농어촌공사(농진공)는 이 마을로 영산강 준설토 117만㎥를 옮겨와 들녘 전체를 150㎝ 높이는 대공사를 하기로 했다. 들판이 영산강과 이웃해 있어 홍수 때 강물이 넘치면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자갈 퍼붓다니" 통곡 모심기도 못하는데 농진공 "보상 더 없다"
농진공은 2010년 6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말 공사를 끝낼 계획이었다. 투입하기로 한 사업비만 89억6000만원이었다. 그러나 공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모내기철을 맞은 들녘 곳곳엔 배수로와 농로 공사를 하다 멈춘 포클레인만 서 있는 상태다. 이앙기로 한창 모내기를 해야 할 들판엔 사람 한 명 없다. 주민들은 공사가 진행되면서 2년간 농사를 짓지 못했지만 올해부터는 더 많은 수확을 기대하며 모심기를 손꼽아 기다려온 터였다.
그러나 공사는 부실 투성이였고, 논은 거대한 늪으로 변했다. 대부분의 논은 모내기를 할 수 없게 됐다.
일부 주민들은 '추수 때 보상을 해준다'는 농진공 직원들의 말만 믿고 모심기를 시도했지만 땅다짐이 제대로 안돼 같은 논이라도 높낮이가 달랐다. 모가 논물 속 깊이 잠겨 누렇게 변한 곳이 있는가 하면, 땅이 드러난 곳에서는 모가 햇볕에 타들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농진공은 지난 5일 '추가 보상은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주민들에게 갑자기 보냈다. 김모씨(56)는 "농진공이 공사를 끝낸 후 모내기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윗선에 보고하기 위해 마을사람들이 모를 심도록 속임수를 썼다"면서 "아무리 무식한 농민들이라고 이렇게 무시하며 뒤통수를 쳐도 되느냐"고 말했다.
주민 신근형씨(47)와 이장 이동탁씨(41)가 들판으로 나섰다. 그들은 이 논, 저 논을 다니며 갯벌이나 다름없는 논들을 보여줬다. 긴 장화를 신은 주민들의 다리가 허벅지까지 빠졌다.
논에서 나올 때는 허우적거리며 진땀을 흘려야 했다. 농민들은 "논이 아니라 꼬막을 캐는 갯벌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들은 주먹보다 더 큰 돌멩이를 논에서 건져냈다. 들어올릴 수도 없는 바윗덩어리도 이곳 저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논이 모조차 못낼 정도로 무용지물이 된 것은 영산강 준설토가 논에 부적합한 펄투성인데도 이를 가져다 복토를 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복토 높이 150㎝를 채우기 위해 26t트럭 800대 분량의 자갈까지 넣으면서 논이 더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임창환 농진공 나주지사 지역개발팀장은 "준설토 반입이 늦어지고 논이 원래 연약지반이어서 이런 상황이 빚어졌지만 10개월 후면 안정화될 것"이라면서 "농경지에 노출된 자갈은 제거작업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