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오후 길을 걷다 보았다, 한울방아간. 허전한 느낌이 이빨 사이로 쎄-하게 통하는, 앞니가 빠진 것처럼 ㅅ이 쏙, 방앗간 참새가 쪼아먹은 듯, 여덟살 난 아이처럼 구멍난 자리를 낼름낼름 채워보다가 지나친 길을, 늦은 밤에 걷다 보았다, 저승사자처럼 차려입은 길 위에 속이 텅 빈 아저씨의, 구두가 또각또각 울었다. 캐스터네츠처럼 텅 빈 걸음걸이 또각, 소리는 검게 뭉쳤다가 또각, 능숙한 한밤의 연주에게서 나는 도망쳤다. 편의점 문을 열었다, 딸랑이는 방울이 딸랑딸랑 아부하듯 어서오세요. 전단지처럼 나눠주는 웃음은 빤빤한 종이처럼 구겨지지 않았다, 반을 접어 오른쪽 주머니에 넣고, 24시간을 달리는 편의점의 니글거리는 불빛 아래서 죽을 하나 고르고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1분 정도, 내게 투자하는 적당한 시간, 데운 죽은 미적지근한 꾀병의 온도. 바빠보이는 아침 길을 걷다가 보았다, 하루의 시작보다 더 밝게 치켜뜬 자동차의 눈빛 나를 냉정하게 비췄다, 언제라도 죽일 수 있다는 듯이. 무서워서 나는 곧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