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입구의 B-boy 전용극장에서 열리는 Battle B-Boy 'Love story'라는 공연 티켓이 있어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작년에도 저 공연을 아버지 친구분이 후원하시게 되어서, 그때는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2'를 보았었거든요. 이번에도 같은 경로로 초대권 두 장을 받았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좋아하는 누나랑 가려고 했었습니다만, 잘 안되고 나니 중학생 동생에게 좋은일이나 하자 싶어 동생을 데리고 갔지요. 넓지는 않지만 그만큼 무대와 가까운 공연장에서 댄서분들의 활기차고 신나는 공연이 즐겁더군요.
원래 이 공연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상당히 대박이 나면서 유명해졌는데, 오늘 공연은 좀 혹평을 쏟아붓고 싶더라구요. 부제에 왜 Love story가 들어간건지도 모르겠고.. 스토리도 엉성하다못해 왜 짰는지 모르겠고..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같은 경우에는 정말 춤과 공연 퍼포먼스로 스토리전개와 내면심리까지 완벽하게 보여줬는데.. 기대가 컸었는지 이번 공연은 솔직히 실망감이 컸습니다. 그들의 춤 실력은 뒤로 하고 말이죠 :D 춤들 정말 잘 추시더라구요.
토요일 밤 홍대는 사람이 정말 북적북적, 연말답게 커플 친구 할 것 없이 다들 좋은 표정이었습니다. 추워도 웃는 표정이 보기 좋더라고요.
#2
공연이 끝나고 당산역에 가서 9호선을 탔습니다. 배도 출출해서 동생이랑 귀가길에 노량진에 잠깐 들려 길거리 간식이나 사 먹자고 합의를 봤지요. 서울 길거리 음식을 아주 다양하게 맛보시고 싶으시다면 '노량진' 이나 '용산'을 가시면 될 듯 합니다. 용산은 지금 많이 죽었지만 노량진은 길거리음식이 없는게 없죠 진짜..
아무튼 가서 떡볶이 순대 튀김 조합 3000원이라는 개념찬 곳에서 떡볶이를 둘이서 쳐묵쳐묵 했습니다. 서울 어디서도 떡 순 튀 조합을 3천원에 먹을수는 없을거에요. 물론 몇 년 전보다 양은 좀 줄었다는 느낌이지만.. 둘이서 거기에 오뎅도 집어먹고 꼬마김밥도 먹으니 배가 불룩해지더군요. 기분좋게 먹고나서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아주머니가 됐다고 하십니다.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는데 떡볶이랑 튀김같은걸 주섬주섬 포장해 주시더니 두 손을 잡으면서
"학생,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힘 내야해. 배고프면 가끔 오고."
라고 하시는겁니다.
물론 제가 카키색 야상에 머리도 길이가 짧지 않아 이마를 가렸다고는 하지만, 그리고 면도를 3일쯤 안해서 입가가 약간 거무스름하긴 하지만! 7년차 쬐끄만 동생을 데리고-그리고 동생은 하필 머리를 안감아 떡져있었지만- 떡볶이를 좀 허겁지겁 먹었다지만!
...대체 저와 제 동생을 뭐라고 생각하신걸까요..
그래도 이대로 오해를 받을수는 없어서 괜찮다고 말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식사하시던 커플은 굉장히 동정어린 눈빛으로 우릴 쳐다보고, 아주머니는 꼭 쥔 손을 풀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이셨지요. 차마 여기서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라서, 그냥 꾸벅- 감사합니다. 하고 포차를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