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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식(惡食) 마지막
게시물ID : panic_207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풀뜯는사자
추천 : 33
조회수 : 558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1/10/23 16:00:28
그로부터 15년이 지났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창원에 있는 공장에 취직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하지만 부부관계는 좋지 않았다. 아내는 가끔 미치광이처럼 돌변하여 폭력을 일삼는 나를 항상 혐오스럽게 바라보았고 그럴때마다 나는 몇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곤 했다.

저녁 어스름이 도시를 뒤덮고 나의 작은 집은 지금 무섭도록 고요한 정적에 사로잡혀 있다.
집에는 나와 11살난 아이 그리고 내 아내가 있다. 아내가 자고 있는 작은방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기척도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3일전 도망가려고 짐을 싸고 있는 아내의 뒷통수를 야구방망이로 때렸기 때문이다. 몇번을 내리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머리에서 흘러나온피가 온 방바닥을 흥건히 적셨던 것으로 짐작컨대 아마 죽었을 지도 모르겠다.

'킁킁......?'
익숙한 냄새가 나의 코를 간지럽힌다. 아득한 장미향이 온집안에 퍼져있는 듯 하다.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아내가 자고 있는 방으로 향하여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본다. 심한 악취와 함께 온 방안을 뒤덮고 있는 순백색의 구더기떼가 나의 시야를 가득 채운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입에는 흥건히 침이 고이고 위장은 괴성을 내며 요동친다.
우적!우적!우적!우적!우적! 
어느샌가 나는 아내의 몸과 뒤섞여 서로 맨살을 부비대고 있는 구더기를 미친듯이 흡입하고 있다. 먹다보니 아내와 구더기가 분간조차 되지 않는다. 나는 썩어서 분리된 아내의 팔한짝을 들고 묘한 장미향을 음미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먹어치우고 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내가 들어온 방문쪽을 바라본다.

아이....
내 아이가 그곳에 서있다. 

나도 그곳에 서있었다. 내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먹히던날.....
어머니의 싸구려 장미향 화장품냄새와 함께 내머리속의 기억을 송두리째 날려버린날.....

나는 나의 눈물과 체액이 뒤범벅된 이세상 최악의 음식을 먹는데 더욱 더 열중한다. 
마치 그날의 기억을 모조리 먹어서 없애버리기라도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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